성공하는 기업과 안철수의 대선 캠페인

성공하는 기업은 스스로의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경쟁자의 시간표는 큰 의미가 없다. 2위는 시장을 쫓아가지만, 1위는 시장을 만든다. 포드가 대량생산으로 자동차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마차가 멀쩡히 있는데 무슨 자동차를 만드는가”라고 말했다. 당대 1위의 마차 업체와 포드가 경쟁했다면 오늘날의 자동차 산업은 없다. 포드는 공장을 지었고, 잘 빠진 값싼 차를 만들었으며, 귀족과 부르주아만 타던 자동차를 포드 공장 노동자들도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서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안철수의 대선 캠페인도 마찬가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경선 시간표는 큰 의미가 없다. 기존 정당은 서로의 시간표를 의식하면서 흥행 비교우위를 계산하지만 안철수는 그냥 자기 시간표대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누가 대통령이 됐는가”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대통령이 된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식의 뻔한 충고를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공직선거법에 출마 결심 전 자신의 고민을 책으로 내지 말라는 법이 없고, TV 예능프로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예전엔 지겨운 대선후보 연설을 억지로 들어야만 정책과 후보자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지만, 안철수는 지겨움을 감수한 소수의 사람만 관심 갖던 정책과 비전에 대한 생각을 책과 TV로 알렸다. 이건 정치에도 퓰리처상이 있다면 퓰리처상이라도 줘야 할 훌륭한 일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성공하는 기업은 자신과 경쟁한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고, 아이패드 이전에도 태블릿PC가 있었다. 애플은 그냥 그런 제품들을 무시했다. 제대로 된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었던 이전 제품들과 비교했을 뿐이다. 아이팟처럼 쓰기 쉬운 방식을 응용해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아이폰처럼 쓰기 쉬운 PC를 만들겠다며 아이패드를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HP가 만든 허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애초에 비교 대상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타산지석일 뿐.

안철수도 자신과 경쟁한다. 다른 정치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말이 단 한 마디도 없다. 아마도 출마한 뒤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남과 비교하는, 또는 남을 평가하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정치인 안철수가 아마도 안철수 스스로 만들고 싶은 제품이자 기업 그 자체에 해당하겠지. 자기 기준이 뚜렷하게 있는 사람이 굳이 다른 제품에 눈 돌릴 이유가 없는 법이다.

기업하는 사람은 정치 전문가가 아니라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치판은 내가 잘 모르니까 아마도 이런 속설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동안 봐왔던 기업과 기업가, 그리고 성공한 기업들이 이뤄낸 혁신들을 생각하면 안철수식 정치는 굉장히 기업가적이고, 혁신적이다. 그래서 멋지고, 아마도 소비자들의 맘을 사로잡을 것이다. 기업들이 이후 계속 성공해 나갈 수 있느냐는 건 관리에 달려 있다. 그러자면 공급망과 유통망을 관리할 수 있는 뛰어난 관리자와 팀을 이뤄야 하고, 혁신을 멈추지 않고 지속시킬 혁신가들을 계속 공급받는 동시에, 기업의 Look & Feel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어야 한다. 안철수는 정치인 안철수라는 기업의 비져너리일 뿐이니까. 결국 정치인 안철수라는 상품이 제대로 팔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가려면 다음에 등장해야 할 건 믿음직한 라인업이다. 두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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