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게 삼성이 얻은 것

결국 삼성전자도 뭔가 얻기는 얻은 셈이다. 미국 브랜드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는 해마다 ‘글로벌 베스트 브랜드 100’을 발표하는데, 올해도 나왔다. 결과는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해 2위. 삼성전자도 따라서 급상승해 9위. 한국 기업 가운데 ‘톱10’에 들어간 건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물론 이전에도 삼성전자가 이 조사에서 늘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한국기업으로 선정돼 왔다.

1위는 코카콜라. 하지만 내년은 모른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조금씩 올라가지만, 애플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보면 애플의 브랜드 가치 상승은 ‘나홀로 하키스틱 곡선’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상할 수 없는 기세로 올라선 셈이다. 아래 그림은 인터브랜드가 Top Riser(최고상승기업)라고 발표한 회사들의 브랜드 가치 그래프다. 올해의 최고상승기업은 애플과 아마존, 구글, 삼성, 버버리인데(무려 4개가 IT 기업이다.) 매년 45도 각도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구글도 무시무시하지만, 애플의 하키스틱형 성장곡선은 입을 다물게 만든다. 아마존과 삼성도 놀라운데, 애플하고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으로 보인다.

지금 수준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 이어진다면 내년엔 애플이 전통적으로 1위를 놓치지 않아왔던 코카콜라를 처음으로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릴지도 모른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조사의 3위는 IBM인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100년 기업의 전통’이 뭔가 좀 먹어준 듯한 기분이다. 지난해 IBM의 실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소비재들이 장악하는 브랜드 가치 분야에서 IBM이 앞서 있는 건 좀 의아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B2B로 먹고 사는 이 회사가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 대상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마트플래닛이라거나, 각종 빅데이터 버즈 등이 IBM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구글의 올해 순위 4위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브랜드가치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는 건 맞는데, 톱3가 워낙 가치가 큰 탓에 순위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이 속도대로 꾸준한 성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글은, 내년에 애플이 크게 사업을 망치더라도 계속 승승장구할테고, 애플과 더불어 1, 2위를 나눠가진다고 해도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참고할 건 이 회사가 불과 며칠 전 14번째 생일을 맞은 회사라는 점. 톱100 가운데 이렇게 어린 회사는 쉽게 찾기 힘들다. 약간 의외인 건 오라클인데, 18위로 Top Riser. 나는 개인적으로 이 회사가 올해 해낸 성취라고는 소송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소송을 벌이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 인터브랜드 조사에 대한 갖가지 불신이 이런 데서 나오는 듯.

하지만 비슷한 순위권의 Top Riser로 20위에 오른 아마존은 놀랍다. 사실 아마존이 글로벌 영업망만 공격적으로 늘린다면 이 회사는 내년이면 톱10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조사를 보면 구글, 애플, 삼성전자 외에도 기술 관련 기업들이 없으면 과연 인터브랜드가 이 100위 차트를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페이스북이 69위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고, 톱10만 봐도 애플(2), IBM(3), 구글(4), 마이크로소프트(5), 인텔(8), 삼성전자(9) 등 6개 기업이 기술 관련 기업이다. 인터브랜드는 이걸 비즈니스서비스, 인터넷서비스, 전자,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으로 업종구분을 두지만 그런 것 치고는 현대차와 페라리와 할리데이비슨을 모두 ‘자동차’로 묶어놓는 게 어색하기 그지 없다. 참, 그나저나 마이크로소프트가 5위로 떨어진 것 정도는 애교. 소니는 꾸준히 하락해서 40위가 됐다.

끝으로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의 비교. 삼성전자는 정말 잘 하고 있긴 한데, 2010년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역전됐다. 이게 가슴아픈 일인지, 좋은 일인지는 사실 2010년 이후의 그래프가 말해주는 것 같다. 2010년 이전까지 공룡처럼 제자리걸음을 하던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로 지목받게 된 2010년 이후로 시동이 걸려 확 뛰어올랐다. 애플과 경쟁하는 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결국 이 경쟁 덕분에 삼성전자도 성공하고 있다. 역시 경쟁은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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