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TV와 넥서스Q

지난주 생각지도 않던 겨울휴가를 쓰게 됐다. 생각지도 않던 휴가다보니 그냥 집에만 있었는데, 그 김에 집에 있는 IPTV를 바꿨다. 새로 나온 LG유플러스의 구글TV로. 처음 IPTV를 쓰게 된 건 그냥 “애들 보여주기엔 최고”라는 회사 선배의 조언 덕분이었는데, 그말대로 뽀로로와 뿡뿡이를 비롯해 디보와 로보캅 폴리 등 새로운 세계가 그 속에 잔뜩 펼쳐져 있더라. 덕분에 집에서 TV 시청 시간 가장 많은 게 우리 아들이 됐던 모양. 이번에 구글 TV로 바꾼 건 어차피 ‘TV는 조금 큰 모니터’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화질도 별로고, 컨트롤도 잘 되지 않는 기존의 IPTV를 계속 쓰느니 값도 싸고 채널과 정보도 많고, 안드로이드와 호환도 된다는 구글TV를 한 번 써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지난달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영화 카테고리가 문을 연 김에 잠자고 있던 넥서스Q도 깨워보았다. 도대체 이게 뭔지 기억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바로 이 기계다.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어서 결국 구글 스스로 생산을 중단하고, 예약주문 고객들에게 돈은 돌려주고 이 기계도 그냥 하나씩 선물해버린 바로 그 제품. 기능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몇 가지를 한다. 1. 폰/태블릿에서 보던 유튜브/구글뮤직 동영상/음악을 연결된 TV에서 재생한다. 2. 1과 같은 기능을 플레이스토어에서 구입한 영상/음악에도 똑같이 해준다. 끝이다. 모바일기기에서 TV로의 스트리밍? 불가능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구입한 게임플레이? 역시 불가능. 되는 게 없다. 뛰어난 능력자들이 해킹이라도 해주시길 바랬지만, 그러기엔 애초에 세상에 풀린 제품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구글플레이에서 한국에서도 영화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넥서스Q의 활용도가 늘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주로 쓰는 디바이스가 전부 iOS 계열이긴 해도, 영화를 TV로 보기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영화를 구글플레이에서 사 줄 용의가 있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영화 소울서퍼(Soul Surfer)를 주문했다. 두근두근. 넥서스7과 넥서스Q를 연결하고 플레이를 누른 순간 에러메시지가 나온다. “Not available in your country.” 아마도 넥서스Q의 국가설정은 미국이고, 내가 구입한 콘텐츠는 한국 콘텐츠여서 생긴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잽싸게 환불 결정. 그런데, 젠장, 넥서스7에서 바로 환불설정하는 메뉴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모바일 사이트의 환불 관련 UI는 완전히 미스테리 수준이다. 결국 노트북에서 환불 신청. 신청받았다는 메일은 광속으로 날아왔는데,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무슨 콘텐츠를 사서 보라고.

구글TV는 그나마 좀 낫더라. 확실히 기존에 IPTV 서비스를 LG유플러스에서 해오던 게 있기 때문인지, 각종 인터페이스가 구글식과 기존 통신사 방식이 반쯤 섞인 느낌.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LG에서 전화를 받아주리라는 믿음같은 게 있다. 뭔가 사서 봤어야 했는데, 당장 무료 영화에 나니아연대기 시리즈가 올라와 있는 덕에 그걸 보느라 아직 유료콘텐츠 구입은 못 했다. 그래도 기존에 쓰던 IPTV보다 리모컨 반응이 훨씬 빠르고, 리모컨에 키보드도 달려 있는 건 맘에 든다. 그리고 리모컨으로 짜증날 경우엔 그냥 넥서스7을 리모컨으로 쓰면 된다. 모든 안드로이드폰도 다 마찬가지라서 리모컨, 세컨스크린(TV에서 보는 화면을 폰/태블릿에서도 보기) 등이 지원된다. TV를 와이프에게 빼앗겨도 태블릿으로 야구중계를 볼 수 있는 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듯.

문제는 VOD 일부에서 랙(lag)이 심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분명히 100M급 인터넷이라고 LG에서 엄청 광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HD 영화가 거슬릴 정도로 멈췄다 다시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뭔가 회선관리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대신 생방송은 아직 랙을 경험한 적이 없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회선도 LG 회선으로 함께 바꿨는데, 유튜브 재생이 그야말로 끝내준다는 점. LG가 구글캐시(Google Cache)를 도입한 덕분인데, 거짓말 아니라 다른 건 제외하고 유튜브만으로 평가했을 땐 전화모뎀 쓰다가 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연결했을 때의 느낌이 난다. 여기에 대한 얘기는 좀 복잡하니 나중에 따로 할 기회가 있을 듯.

어쨌든 내 첫 예상과는 달리(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는 당연히 픽사/디즈니와 특수관계인 애플 제품으로 시작하리라 생각했음) 비디오에 한해서는 구글이 우리집을 휩쓸었다. 역시 이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장에는 먼저 진출하는 게 유리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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