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애초에는 사용기를 써 볼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하게 됐다.
다음은 아내와의 대화.

아내: “이게 뭐야?”

나: “아이패드 미니.”

아내: “작네? 들고 다닐거야?”

나: “아니. 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좋아. 써볼래?(예의상)”

아내: “응.(덥썩)”

나: “아, … 그거 그냥 전에 쓰던 아이패드2 백업 있으면 똑같이 쓸 수 있긴 해…”

아내: “(태연히)잘 모르겠으니까 해줘.”

나: (아이클라우드 아내 계정 백업을 새 아이패드에 옮겨놓기…)

아내: “(무심한 듯)음, 괜찮네.”

(다음날)

아내: (내가 아이패드 미니를 좀 만져봤더니) “나더러 써보라더니 왜 자꾸 자기가 만져?”

나: “아니, 나도 좀 만져봐야 사용기도 쓰고…”

아내: “안 돼. 내 거야.”

나: “…”

(어느 밤)

나: “(아내가 가슴 앞에 두고 자는 아이패드 미니를 치우며)이런 걸 안고 자면 어떡해.”

아내: “(잠결에)그냥 둬. 자다 깨서 볼거야.”

요즘 아내는 아이패드 미니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닌다. 백에 쏙 들어간다고 좋아하고, 침대에서 봐도 안 무겁다고 좋아하고, 빠르다고 좋아하고. 지금까지 아내가 쓰던 건 내가 안 쓰는 아이패드2와 나온지 2년 넘은 아이폰4 뿐. 그러니까 나처럼 레티나 디스플레이 같은 건 애초에 별 기대도 없었고, 그냥 지금 아이패드 미니가 딱 맘에 든다는 얘기다. 참고로 구글 I/O에서 넥서스7을 받아왔을 때 아내에게 “써보겠느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넥서스7을 조금 만져보다가 아내가 들려준 대답은 “됐어.” 아이패드 미니가 생긴 김에 옆에 나란히 놓아봤다. 애플과 에이수스의 디자인 능력은 딱 메르세데스와 폭스바겐의 차이 같다. 폭스바겐 디자인도 나쁘진 않지만, 다른 건 다른 것. 넥서스7은 지금도 좋아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 놓고 고르라면 나도 넥서스7으로 손이 가진 않을 것 같다.

아이패드 미니는 그런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제품 성능이 어쩌고 저쩌고 따지는 시끄러운 남자들 말고, 무거운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기 싫고, 백 속에 들어가는 태블릿이 있으면 좋겠고, 쓰는 건 아이폰/아이패드와 똑같아서 복잡하지 않은 제품을 찾는 내 아내 같은 여성들. 그러니 이들이 들고 다니려면 스타일도 살아야 한다. 아이패드 미니는 스타일이 좋다. 사실 아이패드 미니가 내 아이폰보다 더 얇다는 건 대보기 전엔 몰랐다. 심지어 아이폰5보다도 얇다고 한다. 예전에 아이패드는 밥솥 같은 컴퓨터라고 썼던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핸드백 속 화장품 컴팩트 같다. 예쁘고, ‘백 속에’ 늘 들고 다니게 되는. 나도 써보고 싶은데, 내게 차례가 돌아올 것 같진 않다. 언제나 본격적인 사용기를 써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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