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두 가지 키워드

에어비앤비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오해하고 있던 게 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기술은 잘 모르는 디자이너고, 에어비앤비가 오늘의 에어비앤비가 된 건 하바드 출신의 CTO 네이선 블레차치크가 합류한 덕분이라는 식의 오해 말이다. 천만에. 지난주에 조 게비아가 한국에 온 덕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관련 기사는 여기.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은 그냥 전통적인 미술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에요. 산업 디자인을 배운다는 건 최신 기술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엔지니어에요.”

디자이너 출신인 당신들이 테크토크 같은 행사를 회사 내에서 열어가면서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엔지니어들을 초청해 기술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게 놀랍다고 얘기하자, 게비아는 내 몰이해에 더 놀라워했다. 약간 멋쩍어졌고, 좀 미안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고 하긴 힘들다. 이미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같은 인터넷으로 방을 공유하는 모델이 존재했고(에어비앤비와 달리 값도 무료고, 커뮤니티의 끈끈함도 더 하다) 국내에도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서비스가 몇 개 존재할 정도로 경쟁자가 들어설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만큼 성공한 회사는 없다. 운이 좋아서 에어비앤비가 성장한 것일 수도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특수성일 수도 있다. 조 게비아의 생각은 좀 달랐다. 핵심은 지불결제 시스템, 그리고 페이스북이었다.

에어비앤비 외에도 수많은 작은 회사들이 창업을 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회사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한다. 대개는 초기 단계에서 스스로 모든 걸 다 할 인력도, 자본도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걸 가져온다. 대표적인 게 돈을 받는 시스템이다. 페이팔, 구글체크아웃, 아마존페이먼트 등 다양한 지불결제 시스템이 이럴 때 사용된다. 에어비앤비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이 보기에 에어비앤비는 기본적으로 여행을 위한 시스템이었고, 여행이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이벤트였다. 페이팔이나 구글, 아마존의 지불결제 시스템은 세계 공통이 아니었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비자와 마스타 같은 신용카드였다.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서비스고, 글로벌 서비스는 신용카드를 써야 하며, 신용카드 사용은 간단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맞춰주는 사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에어비앤비는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자체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드는데 회사의 모든 기술적 초점을 맞췄다.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세계의 환율을 반영해 집주인과 여행자 모두 환율에 따라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시스템은 평판 시스템이었다. 사람들이 낯선 이를 재우거나, 낯선 이의 집에서 잘 때 서로를 믿어야만 했다. 글로벌 지불결제 시스템 못잖은 도전 과제였지만 에어비앤비는 이 단계는 직접 하는 걸 아예 포기했다. 그리고 페이스북 커넥트에 회사 전체의 시스템을 집어넣었다.

“소셜네트워크라고 통칭해서 말 할 필요가 없어요. 페이스북은 여러 소셜네트워크 가운데서도 특별히 중요해요. 페이스북의 소셜그래프를 가져와서 에어비앤비에 결합시키는 과정이 우리 평판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이걸 위해 페이스북 사람들도 우리와 아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어요. 페이스북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가리켜 뭐라고 말하는지 아세요? ‘소셜그래프의 실체적 존재'(physical version of social graph)라고 부릅니다.”

페이스북이 소셜그래프를 제공하지 않으면 어쩔거냐고 물어봤다. 답을 아는 질문이었다. 생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 페이스북도 지금의 페이스북이 아닌 것이죠.” 오늘날 페이스북이 구글플러스 등 수많은 경쟁서비스와 가장 다른 점은 페이스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라는 점이다. 구글플러스 또한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긴밀하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구글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긴밀하게 연결하는데 쓰인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수많은 소셜그래프를 활용하는 앱들이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친구관계의 틀 위에서 마케팅을 벌인다. 10억 명 짜리 소셜네트워크의 조 단위 연결관계가 페이스북의 실체고, 이건 지구상에 역사상 처음으로 존재하게 된 인프라다.

자체 지불결제 시스템과 페이스북이라는 두 가지 요소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경쟁자들 가운데 독보적으로 글로벌한 기업이 됐다. 일본인과 프랑스인도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되는 환경이라서 평판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고,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모두 같은 신용카드를 받아주기 때문에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했다. 그게 커뮤니티다. 에어비앤비를 쓰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독특하고 쿨한 문화적 커뮤니티. 특히 ‘독특함’이 핵심이다. 에어비앤비는 부동산 업자가 자기 집을 올리는 걸 막지 않는다. 전문 민박업자들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하지만 게비아는 “90%는 우선 거주자(primary residence)”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에어비앤비 집주인 가운데 90% 이상이 전문 업자가 아니라, 자기가 직접 사는 집이나 별장 등을 내놓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구별하냐면, 집을 한 채만 내놓는다고 했다. 전문 숙박업자는 여러 채의 집을 내놓을 테니까. 그리고 에어비앤비에는 규정이 있다. 모든 숙소는 사진과 함께 등록돼야 하고, 등록되는 모든 숙소는 다르게 생겨야 한다. 그러니까 한 건물에 똑같은 구조의 방을 여러채 운영하는 여관이나 호텔 같은 곳은 배제된다. ‘독특한 장소’의 의무고, 독특함이 곧 에어비앤비의 문화가 됐다.

게비아가 묵고 있던 곳도 그런 곳이었다. 서울 효자동의 한옥이었는데, 이 집은 1934년 필지분할이 이뤄져 원래 한 집이었던 집이 두 집으로 쪼개진 장소다. 바로 옆에는 명동에서 자리를 옮겨 온 중국대사관이 들어서 있고, 그 덕분에 집 앞을 늘 경찰이 호위해 준다. 이 집의 길 건너편은 과거 조황의 집. 일제 강점기에 의열단이 만주를 거쳐 밀반입했던 거사용 폭탄을 쌓아놓았던 곳이다. 8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낡은 한옥은 수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다행히 이 집주인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인 덕분에 내가 들은 이런 얘기들 몇 가지를 게비아에게 들려줬다. 특히 한국에선 집을 지을 때 사람처럼 이름을 붙인다는 사실을 재미있어 했다.

“환상적인 얘기들이에요. 그런 얘기를 들으며,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을 사실들을 배우게 되는데 어떻게 호텔에서 잘 생각을 하겠어요. 다시는 호텔에서 잘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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