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무슨 일이…

월요일 오전. 출근해서 중기청에 전활 걸었다. 취임식은 언제 열리고 취임사는 언제 나올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중기청에선 아직 미정이라며 최대한 빨리 알려주겠다고 했다.
금요일. 지면 사정으로 타지에 비해 황철주 사장의 내정 소식을 작게 다룰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던지라 화요일자 발제는 좀 크게 하려고 맘 먹었었다.
취임사와 취임식 풍경을 버무려 중소기업인 청장과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임하는 박 대통령의 중기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내용을 담을 생각이었다.
오후 발제 때 보완할 요량으로 대강 각 잡아서 발제를 올렸다. 그런데 점심 시간이 다 되도록 중기청에서 소식이 없었다. 특허청은 이미 취임사를 보내왔는데.
조급한 마음에 황 사장과 중기청 대변인에게 계속 전활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회의 중이니…’이란 자동전송 문자메시지만 날아왔다.
중기청 대변인은 몇 분 늦게 ‘일정 늦어졌다. 취임식은 오후 늦게나 내일 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유를 물었지만 답신은 없었다.
‘뭔가 이상한데…’ 싶었지만 연결되지 않는 이상 이유를 알 턱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중기청에 재촉했다. 발제보완을 못하면 큰일이었다.
슬슬 신경질이 나는 순간. 문자가 왔다.
‘내정자가 사의 표명했습니다….’
중기청에서 보낸 단체 문자였다. 자신들도 이유는 모르고 BH에서 통보만 받았다고 했다.
서서히 올라오는 김종훈의 악몽.
‘이 양반은 또 뭔가. 외청장은 청문회도 안 하는데 뭔 문제인가. 아앗’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전화는 안 받고. 그리고는 다들 알고 있는 얘기.
광주 다녀왔고 얘길 들었고.
“공들인 회사를 버릴 순 없다. 주주와 직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처음엔 내정됐는지 몰랐다. 기자가 전화와서 축하한다 하길래 난 아니다라고 했다. 그 다음에 뉴스 보고 알았고 청와대에서도 그 뒤에 연락이 왔다.”
“공직자윤리법을 잘 못 이해했다. 내 잘못이다.”

금요일에 연합 속보 뜨자마자 전화했을 때 ‘나 아니다’라고 말 한 건 보안 때문에 거짓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 이 분은 그때까지 자신이 내정된 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미란다원칙 공지하듯 담당자가 전한 공직자윤리법.
당연히 ‘청와대에서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내정했겠지’라고 생각할 법한 일.
주식을 죄다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성 법무팀에서 확인한 거였다. 황 사장이 그 얘길 행안부 쪽에 전하자 그제야 무슨 문제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한 청와대.
그리고 주말동안 고민한 황 사장은 결국 주식을 넘길 수 없어 사의 표명.

아. 이게 무슨 구멍가게보다도 못한 일처리란 말인가. 어이 없는 업무 추진에 헛 웃음만 나왔다. 추측컨대 대통령은 발표 2~3일 전 황 사장을 딱 찍어 이 사람 시키자고 했을 거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제안한 것도 아니라 했다. 밑에 사람들은 부랴부랴 검증동의서 보내라고 하고 내정 소식도 본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발표부터 하고.

덧말. 이번에 황 사장의 발목을 잡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이 의원일 때 발의한 거였다.

by 박창규

http://m.donga.com/3/all/20130319/53799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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