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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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언젠가 꼭 하려고 했다. 언젠가. 그러다 시간이 흘러흘러 1년 반이 지났다.

오늘 씨씨코리아에서 올린 이런 글을 봤다. 이 말이 맘에 걸렸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단어는 CC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로렌스 레식이 처음 썼다는 설이 지배적인데요. 이는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처음 쓴 것은 맞지만 뜻을 살펴보면 우리가 지금 쓰는 용법으로 쓰지는 않았어요.”

맞는 말이다. 로렌스 레식이 처음 썼다는 그 ‘설’을 내가 만들었으니까. 위 화면이 2011년 10월 17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던 공유경제 관련 기사다. 이날부터 사흘 연속으로 공유경제 시리즈를 소개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협력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이후에도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이 동아일보와 이 블로그를 통해 다양하게 소개됐다. <빅 스몰>도 출간했고, 나름대로 이런 일을 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공유경제가 알려질수록 저 ‘설’도 같이 퍼져나갔다. “협력 소비가 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공유경제는 좀 더 쉽게 이해할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면 용어설명을 좀 써달라”는 편집 선배의 요구에 따라 공유경제의 정의를 적었다. 그랬더니 곧바로 “그 정의는 누가 만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학계의 용어도, 엄밀히 정의된 용어도 아니었다. <위 제너레이션 What’s Mine is Yours>을 쓴 레이첼 보츠먼이 만들었다고 봐야 될 것 같았다.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컨설턴트이며 작가이자 평론가…라는 설명에는 ‘권위’가 없었다. 게다가 공유경제는 매우 일반적인 명사였다. 누가 share와 economy를 함께 썼나 살폈다. 가장 비슷한 의미로 쓴 게 로렌스 레식 교수였다. 그래, Sharing Economy라는 단어는 2008년 Remix와 함께 유명해진 단어였지. 그래서 레식 교수의 이름이 들어갔다.

첫 기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후 수많은 언론과 블로그, 관련 재단, 비영리단체 등이 내가 만든 저 정의를 그대로 가져가 썼다. 심지어 네이버에서 ‘공유경제’를 검색하면 시사상식사전 코너에 내 정의가 거의 그대로 나와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런 개념을 만들어서 쓴 것 아니냐고? 아니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의심나면 레식 교수가 Remix를 써서 출간한 2008년 이후부터 내가 공유경제 시리즈를 연재한 2011년 10월 17일 이전까지의 기간을 설정해서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된다. 레식의 공유경제는 있지만, 협력 소비와 로렌스 레식을 연결지은 설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설명이 딱히 틀린 설명이라고 보진 않는다. 실제로 레이첼 보츠먼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고, <메시 Mesh>를 쓴 리사 갠스키도 레식 교수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얘기를 다룬다. 게다가 개념도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CC코리아에서 얘기했듯 레식의 공유경제와 협력 소비에서 다루는 공유경제는 개념상 다른 공유경제다. 두 가지를 동일하게 파악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일단 짧은 기사 속의 더 짧은 용어설명이 원 출처를 무시한 베끼기가 반복되면서 확산될수록 오해도 커진다. 이제 협력 소비는 로렌스 레식이 만든 용어가 될 정도다. 도대체 왜 누구도 이 용어가 처음 어디에서 나온 건지를 찾아볼 생각을 않는 걸까.

나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않았으니 잘한 게 하나 없다. 내 잘못이다. 그래서 그동안 이 얘기를 할까 말까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CC코리아 덕분에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이란 참 편리한 것이지만, 출처를 정확하게 거슬러 검색해 검증할 때 그 편리함이 정확함과 결합돼 좋은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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