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컴비네이터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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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같이 일하는 강유현 기자가 와이컴비네이터에 대한 기사를 썼다. 좋은 기사니까 한번씩 읽어보시길 추천. 취재 내용이 꼼꼼해서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기업가 모임만 돌아다니는 이른바 ‘신스터'(Seenster)들에 대한 와이컴비네이터 파트너들의 비판이라거나, 거의 컬트 수준으로 떠받드는 성장 속도에 대한 집착 등.

특히 속도가 그랬다. 내가 전에 봤던 기억으로는 폴 그레이엄은 매주 5~7% 정도씩 스타트업이 성장한다면 괜찮은 성장률이라고(사실, 이렇게 성장한다는 게 엄청난 일이지만) 하던데 이번에 강 기자가 듣고 온 얘기로는 주당 10%는 성장해야 한다고 기준이 높아진 모양이다. “그래봐야 하루 1, 2% 밖에 안 된다”면서. 겉보기에는 저녁 파티에 명사 불러주고, 유명한 창업자들이 파트너라서 직접 만나 조언도 해주니 참 우아하고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3개월 동안 이런 식의 기준으로 평가해대니 기업들이 성장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한국 기업들도 쓸데없이 “정신력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을 해병대 캠프에 보낸다거나, 밤샘 산행 같은 것 시키지 말고, 정말 정신없이 고생시키고 싶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끝나고 나서 뭔가 배운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성공하면 대박이 날 수도 있고.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신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팀들 몇 개를 빼내서 이렇게 3개월짜리 단기 사내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와이컴비네이터가 각 기업에게 투자하는 돈은 기껏해야 2만 달러인데(물론 월급도 안 준다.) 3명짜리 팀을 무급으로 석 달 돌리는데 2000만 원 못 쓸 이유가 없어 보인다. 대신 대기업의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정말 업계의 최고 인력들을 불러다 일주일에 한 번씩 네트워킹 시켜주고, 외부에서 와이컴비네이터의 파트너 수준이 되는 사람들을 모셔다 이런 팀을 관리시킨다면? 이 수준의 성공은 힘들더라도, 적어도 해병대 캠프보다는 기업에 훨씬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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