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온도계로 만드는 데이터 과학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많이 쓸 땐 온도가 올라가고, 대기 상태에서는 온도가 내려간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재생처럼 높은 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하다보면 배터리가 뜨거워지는 현상 얘기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배터리의 온도를 측정한다. 과도하게 배터리 온도가 오르면 위험해서다. 스마트폰이 쓰는 리튬 전지는 다양한 형태로 성형이 가능하고, 잦은 충전에도 성능 저하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과 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해서 폭발의 위험을 갖고 있다. 간혹 배터리 폭발 사고가 보고되는 게 이런 리튬 전지의 특성 탓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배터리의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면 강제로 전원을 끄거나, 작업을 중단시킨다.
그런데, 이렇게 스마트폰이 파악하고 있는 배터리의 현재 온도를 분석하면 어떨까? 외부 기온이 높을 땐 배터리 온도도 높아지고, 낮을 땐 배터리 온도도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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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시그널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배터리 온도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배터리 온도와 실제 기온 사이에 아주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 그림 속 붉은 선은 영국 런던에서 측정된 실제 기온, 파란 선은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이 들고 다닌 스마트폰에서 모은 배터리 온도다. 배터리의 온도 변화는 기온 변화보다 밋밋한데다, 배터리는 작동하면서 열을 내기 때문에 오픈시그널은 배터리에 특정 수를 곱해 최저값과 최고값의 차이를 키웠고, 특정 수를 빼 실제 기온과 같은 형태로 조정했다. 실측 기온과 불특정 다수의 배터리 온도 평균으로 구한 ‘배터리 기온’의 차이는 약 섭씨 1.4도 내외. 아주 정확했다.

이건 통신만 지원되는 곳이라면 백엽상을 설치하고서 기온 측정을 하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수의 표본 스마트폰 사용자만으로 기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는 일상적으로 수집 가능한 데이터 속에서 기존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을 정보들이 가치있는 정보로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시그널은 이를 “더 많은 데이터가 정제된 데이터보다 낫다”(more data can beat cleaner data)라고 표현했다.

이 회사가 만든 웨더시그널 앱(안드로이드용)을 설치하면 내 스마트폰도 기온 파악을 위한 센서로 쓸 수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넘기는데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사실 데이터로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내가 나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면 사회 전체의 효용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오픈시그널은 이렇게 수집하는 데이터를 연구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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