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s 사용기

해마다 이맘 때면 아이폰 신제품이 나온다. 2009년 늦가을에 아이폰 3GS가 나왔으니, 벌써 5년 째 반복됐다. 많은 일이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콧대 높았던 한국 통신사들이 정책을 대거 수정했고, 세계 최고가 눈앞에 있을 줄 알았던 한국의 전자기업 두곳 가운데 한 곳은 정말로 최고가 됐으며, 다른 한 곳은 이전 10년 간 노력한 걸 지난 5년 동안 다 날려버렸다. 모든 게 아이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올해도 새로 아이폰이 나왔다. 5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해외에선 아이폰5s 샴페인골드 색상은 살 수가 없다는데, 난 그냥 회사 옆 대리점에 가서 예약도 안 하고 판매 첫날 사왔다. 예전처럼 아이폰을 사려고 줄을 서는 일은 없어진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이번 아이폰을 사기 전에는 약 8개월 가량 안드로이드를 썼다. 넥서스4가 꽤 맘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어쩔 수 없어서였다. 추정에 따르면 한국의 아이폰 보급률은 7% 이하. 이나마 외국 브랜드 가운데에는 최고 수준이지만,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폰 연합전선이 4:6 정도의 경쟁을 하고 있는 외국 시장과는 전혀 달랐다. 한국에선 안드로이드가 표준이란 뜻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을 쓴다는 건 시장을 이해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어서 안드로이드를 억지로라도 써야 했다.

그런데도 결국 이번에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잘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 때문이었다.

애플이 만드는 기계들은 디자인 때문에 뛰어난 인상을 주긴 하지만, 가끔은 리뷰로 드러나지도 않고 겪기 전엔 알기도 힘든 ‘소리’가 정말 달라서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번에 차이를 느낀 건 차를 탈 때였다. 최근 특히 열심히 듣고 있는 Imagine Dragons라는 밴드가 있는데,(들어도 들어도 질리질 않는다) 이들의 앨범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곡이 Demons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베이스 드럼이 엄청나게 울려대면서 음울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그런데 베이스 음역이 너무 낮아서 늘 소리가 찢어졌다. 좋은 이어폰을 사야 하나, 자동차의 스피커 시스템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휴대폰만 바꿨을 뿐인데도 아이폰5s를 산 첫날 갑자기 곡 전체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마치 이게 늘 타고 다니던 내 차의 오디오 시스템이 맞느냐는 듯.

이상해서 뒤져봤다. 아이폰이 갤럭시나 엑스페리아보다 뛰어난 오디오 칩셋이라도 쓰나 싶어서. 애플은 싸이러스로직(Cirrus Logic)에서 만든 오디오 칩셋을 쓰고, 갤럭시는 울프슨의 칩셋을 쓴다. 보아하니 성능 평가로는 두 칩 가운데 큰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적어도 나같은 아마추어가 느낄 수준은 아닌 듯 싶다. 아이폰5와 갤럭시S3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결론이고 나도 동감한다. 문제는 자동차, 아니 블루투스였던 모양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고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고쳐서 사용한다는 차이로 추정된다. 갤럭시는 심지어 블루투스에 APT-X라는 더 높은 대역의 음향을 무선으로 전달하는 규격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아이폰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야 정상이다. 그런데 듣기엔 아이폰이 낫다. 몇 가지 추정이 있다. 아이폰은 싸이러스로직의 오디오칩셋을 독점 사용한다. 아이폰과 기타 애플 기기만을 위해 쓰도록 생산을 맡기고, 다른 곳에는 팔지 못하게 하는 칩셋이다. 그러니까 애플이 직접 만드는 부품처럼 관리하는 셈이다. 여기서 OS와 긴밀한 통합이 가능해진다. 심지어 아이폰5부터는 노이즈캔슬링을 위해 싸이러스 칩 속에 또 다른 잡음제거용 오디오칩을 박아넣기도 했을 정도다. 그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안드로이드 자체의 오디오 처리 기술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하드웨어에서 아무리 최고 수준을 맞춰봐야 OS 레벨에서 음향을 제대로 지원하질 못한다는 거다.

소리만 달라진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카메라도 확 달라졌다. 64비트 프로세서로 제어하는 카메라는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슬로우모션으로 영상을 찍으면 정말 기가 막힌다.  초당 120프레임을 찍는 동영상기술 덕분이다.(일반적으로 사람 눈은 초당 30프레임을 찍으면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이해한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받쳐주지 않으면 1초에 120장의 이미지를 수십초 이상 처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아이폰의 카메라는 화소수보다 센서 면적당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리는데 집중해 성능을 개선해 왔다. 800만 화소라는 경쟁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화소의 카메라는 화소수가 적은 대신 색상을 훨씬 풍부하게 기록한다. 그런데 5s에서는 이 기능이 더 발전했다. 발전된 성능이 체감되는 순간은 실내나 저녁처럼 자연광이 급격히 줄어드는 ‘어중간하게 어두운’ 환경에서다. 이런 환경에서는 빛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자동 카메라가 영상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린다. 그런데 아이폰5s는 플래시를 ‘자동’으로 설정해 놓으면 거의 대부분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리는 이런 환경에서 혼자만 고집스레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 꽤 밝은 렌즈를 사용한 DSLR을 쓰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이폰의 플래시는 일반적인 컴팩트카메라의 플래시보다 훨씬 낫다. 플래시가 터질 때 함께 터지는 살구색 플래시 덕분이다. 백색광만 사용하는 경우와 달리 인물의 피부톤을 훨씬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솔직히 광학줌 기능을 제외한다면 이젠 미러리스나 DSLR을 굳이 들고 다닐 필요를 못 느낄 정도다.

그리고 지문인식. 이건 너무 편해서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평소에 늘 쓰던 아이패드를 켜기가 짜증난다. 도대체 왜 잠금을 해제할 때 숫자 네 개를 입력하는 귀찮은 일을 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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