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에어비앤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리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4000개가 넘는 빌라를 모두 소환하고, 3억 루피아(약 2650만 원)에 이르는 벌금도 물리겠다고 해서 발리의 수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비상이라 한다.
조사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역시 발리 호텔들의 불만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 호텔들이 뉴욕의 에어비앤비를 규제하라고 외치던 미국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발리는 관광지다. 그것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매력인 관광지다. 그래서 이곳은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하다. 당연히 발리에서 등록된 숙박업소는 온갖 환경규제를 지켜야 한다. 이 비용이 만만찮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주고,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게 된다면 이 규제를 쉽게 피할 수 있는 탈법의 온상이 되는 셈이다. 뉴욕과는 다르다. 뉴욕에서도 물론 숙박업 등록을 마친 숙박업체는 여러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 차이가 발리만큼 크지 않다.

무엇보다 발리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외국인들이 발리에 와서 불법체류하는 경우를 위한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발리는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섬이다. 신들의 땅이 어쩌고 하는 낭만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히피 스타일의 문화 커뮤니티(우붓)도 있고, 서퍼들도 사랑하는 곳인데다, 물가마저 싸다. 그래서 눌러 앉은 외국인들이 불법 영업을 하면서 취업비자 없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에어비앤비만한 것이 없다. 페이팔로만 돈을 받는다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들의 거래를 추적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보자면, 뉴욕에서 에어비앤비로 돈을 버는 건 뉴욕의 가난한 소시민들이었다. 이들을 단속하자고 나선 건 거대 호텔 체인이었다. 그래서 약자들이 모인 에어비앤비를 강자가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대의명분이 에어비앤비에 있었다고 할까. 그런데 발리에선 아니다. 발리에서 에어비앤비로 돈을 버는 건 발리에 쓰레기만 버리고, 영어로만 얘기하는 부자 외국인들이다. 이들을 단속하자고 나선 건 발리의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토종 숙박업체를 경영하는 현지인들이다. 미국산 부자들의 불법 서비스가 합법적인 현지업체의 영업을 방해하며 괴롭히는 것이다. 대의명분은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에어비앤비가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사에 들어가게 된 현지인들의 불만 이유도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로컬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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