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엑스를 통한 불쾌했던 경험

작년 말에 처음 우버를 써보고 완전히 팬이 됐지만, 1년이 채 못 된 최근 나쁜 경험을 하게 됐다. 지금 무료 프로모션 기간인 우버엑스(Uber X)에서였다. 집에 못 간 것도 아니고, 승차거부를 당한 것도 아니지만 과정은 대충 이랬다.

12시(자정)가 넘어서 우버 앱을 켰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우버엑스를 골랐다. 마침 인근에 빈 차가 나왔다. 우버엑스는 현재 프로모션 기간이라 이용료를 우버 한국지사가 직접 기사님들에게 제공한다. 사용자는 그냥 무료로 타고 내리면 된다. 초기 사용자 확보 차원에서의 프로모션이라 사용자 입장에선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명시적인 돈 거래는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불법이라 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한국에선 운수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다른 이에게 돈을 받고 운전 용역을 제공하면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이다. 사고 및 범죄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규제다.) 그래서 아직은 일종의 개인간 카풀 중개 서비스와 비슷한 상태다. 단속을 하려고 해도 애매모호한 게 이런 이유에서고.

우리집은 노원구다. 서울 동북부. 직장은 강남 한복판이고. 당연히 목적지까지 우버앱에서 입력한 뒤 차를 호출했는데, 타자마자 우버 기사님이 “아이고, 여기는 서울 끝이네요”로 대화를 시작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바로 내가 싫어하는 그 서비스, 서울 심야 택시 기사님들의 승차거부 사유 말이다. 그러니까 난 이 시간대에 강남에서 택시 잡기가 원래 힘들었다. 그리고 그게 우버를 처음 써보게 된 이유였기도 했다. 그 덕분에 우버에 감동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소리?

심지어 이 기사님은 곧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리면 꼭 다시 한 번 눌러주세요”라고. “뭘요?” 내가 물었다. “저를 한 번 더 호출하시면 제가 그걸로 강남 내려가면 되거든요.” 기사님이 답했다. 그러니까 나를 편도로 데려다줬지만, 요금은 왕복으로 받겠다는 얘기다. 어차피 사용자는 돈을 안 내고 우버가 기사님께 돈을 지불하는 구조니까 내가 우버의 재무사정을 걱정해 줄 이유도 없고, 우버가 돈도 많다고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뭔가 그런 정당한 계약에 동참하는 건 꺼림칙해서 잠시 멈칫하다가 묻고 말았다.

“왜요?” 그리고 흐르는 정적.

기사님 왈, “어차피 공짜로 타시잖아요.” 이 대목에서 기분이 상했다. 내 지갑에서 돈이 안 나가서 난 고객 취급을 못 받는 셈이었다. 역시 또 정적. “제가 이거 콜 한번에 7000원씩 받고 요금의 80%를 받는데 그걸로 강남 돌아가면 남는 게 없어요.” 기사님이 변명을 했다.

여기서 황당해졌다. 택시와 똑같았다. “회사에 사납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우리 사정 좀 생각해 주세요”라며 승차거부를 정당화하던 택시. 억지로 몸을 우겨넣어 타고 나면 타고 가는 내내 툴툴거리는 기사님 불만을 들으며 승차 경험을 최악으로 만들어야만 했던 그 최악의 서울 택시. 우버가 그 경험과 똑같아졌다. 이후로는 대화가 끊겼다.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택시요금의 두배여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겨울 송년회 밤의 우버블랙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게다가 난 앞으로 이 기사님을 피하고 싶다. 그런데 현재의 우버 서비스에선 이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평가는 소비자가 하지만 평가에 따른 선택은 할 수가 없다. 우버는 서울시가 불법성을 지적할 때 서울시를 향해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쳐졌다”고 비난했지만, 공유경제 얘기를 우버가 꺼낸다는 게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든다. 공유경제 모델의 핵심은 판매자와 소비자 양방향의 신뢰다. 평점에 따른 평판 관리를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이 함께 해서 평판이 낮은 블랙컨슈머와 불량 서비스 제공자를 솎아내는 게 낯선 개인간의 공유경제를 성공시키는 핵심 메카니즘이다. 우버엔 이게 빠져 있는데 어떻게 글로벌 공유경제를 운운할까.

미안하긴 하지만, 결국 기사님에겐 별점을 하나만 줬다. 최악의 평가인 걸 안다. 그렇다고 기사님에게 개인적인 불만은 없다. 시스템이 잘못됐지 그분이 못된 거라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보통 우리 집까지는 할증을 포함해 택시로 약 2만원대 초반의 요금이 나온다. 우버 요금명세서를 보니 1만3200원이 나왔다.(물론 난 무료로 이용했다.) 택시보다 싸다. 조금 무리한 요금 아닌가 싶다. 아마 유료화되면 한 번 부를 때마다 기본 콜요금을 1만원 쯤 내게 될 듯 싶다. 어쨌든 이 기사님은 그러니 7000원에 1만560원(80%)을 더해서 1만7560원을 번 셈이다. 택시보다는 좀 더 나은 수입이겠지만, 결국 자기 차에다 가솔린 차량이라 감가상각과 연료비를 계산하면 꼭 낫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니 강남 인근을 짧게 이동하는 게 이분에겐 훨씬 더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인센티브 설계가 잘못된 셈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우버를 이용하게 되겠지만, 결국 “공짜니까 탄다”란 마음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고의 운송 서비스 경험”은 이번에 깨어져 버렸다. 서비스 산업은 ‘가격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윤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사용자의 ‘경험’이라는 주관을 만족시키는 게 최소의 투자로 최대한의 매출을 올리는 방법인데, 우버는 그걸 아주 잘 해오다가 그걸 스스로 내던지고 있다.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update. 이젠 승차거부가 다반사다. 우버의 체계는 기사들이 긴거리 운행을 꺼리는 걸 막기 위해 손님이 차를 요청하면 기사가 ok하기 전에는 목적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목적지가 강남권을 벗어나는 경우 ok를 받은 기사들이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못 가겠다고 승차거부를 한다. 우버 규정에 보면 기사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높을 때 취소수수료를 승객이 낼 필요없이 취소가 가능하다. 그 외에는 오케이 했으면 무조건 가야 한다.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명목상으로는. 하지만 한국의 우버엑스 기사들은 일단 통화를 하고, 우버가 통화 내용까지 체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통화해서 “너무 멀어서 못 가겠습니다”라는 용건만 전하고 콜을 취소한다. 비정상적 기록이기 때문에 이런 기록은 “내리면서 한 번 더 눌러주세요”라는 요청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으로 잡아낼 수 있을 텐데 어쨌든 우버는 아직 그 정도까지 관리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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