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멋진 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교수님을 보며 든 두 가지 생각. ‘아, 아름답다.’ 그리고, ‘아, 그런데 쓸데없다.’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인문학의 아름다움은 이 무용(無用)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본업보다는 칼럼니스트가 더 본업같은 문유석 판사님의 이 칼럼을 읽다보면 고 김현 평론가가 생각난다. 아직도 기억난다. 1996년 봄, 왜 나는 성적을 맞춰서 되도 않은 외국 문학 따위를 전공하고 있을까 고민하던 때 대한민국 불문학계의 거두이며 한국 문학 발전에 가장 기여했던 사람이었을 그가 책에서 그렇게 썼다.

“유용함은 인간을 억압한다. 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 준다. 이것이 바로 쓸모없는 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다.”

세상 모든 건 다 쓸모가 있게 마련이고, 세상 모든 공부는 다 쓸모를 위해 하는 것인데, 유독 문학만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세상 모든 것이 다 쓸모 있다는 이유로 사람을 괴롭히니까 쓸모없는 문학이 있어야 그 쓸모있다는 것도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그땐 그냥 멋진 말인 줄 알았는데, 곱씹어 볼수록 그냥 멋진 말이 아니다. 되게 멋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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