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중국에게 따라잡힐 걱정을 하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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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 11월 11일 어마어마한 세일을 할테니, 한 번 사보라고 끊임없이 알림과 광고와 DM이 날아왔다. 그래서 제품을 몇 개 골라뒀다. 오후 5시에 알림이 왔다. 지금 세일 시작이라고. 접속해서 장바구니 결제를 눌렀다. 조금 버벅이더라. “접속자가 많아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식으로. 2초 쯤 버벅였나, 그리고 결제가 끝났다. 딱 1분 걸렸다. 1분이 안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모든 제품 결제 완료 이메일과 한국 카드사의 결제 인증 문자메시지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알리바바의 해외판인 알리익스프레스. 동시에 몇 명이 접속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일시작” 알림을 울려놓고는 적어도 수십만명은 몰려들었을 것 같은 이 순간 결제를 그냥 스윽 처리하는 게 알리바바의 기술이다.

물론 중국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싸더라. 워낙 싼 게 이날은 더 쌌다. 11월 11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걸 우습게 만드는 중국의 ‘광군절'(光棍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난 예전부터 갖고 있던 캐논 카메라 렌즈를 지금 쓰는 소니 카메라 바디에 연결해서 쓰고 싶었는데 몇년전만 해도 이런 ‘마운트 어댑터’ 가격이 수십만원이었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10만 원 이하에 팔더라. 짝퉁이면 어때, 어차피 렌즈와 센서 사이 거리만 확보해주는 기계인데…라는 생각이었지만, 10만원을 턱 지르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할인 메일이 날아왔다. 27달러. 60% 세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견물생심. 와이프가 무선이어폰 사달라고 했는데… 한 번 알아봤다. 12달러 짜리를 10달러에 할인… 에이, 사는 김에 맨날 잃어버리고 끊어지고 망가지는 아이폰 케이블도 사볼까… 10개에 만원… 이 모든 게 배송료 무료다. 꾸준히 장바구니에 이런 걸 담아두도록 한달 가까이 치밀히 마케팅을 벌이고, 큐레이션관을 만들고, 개인화 추천을 하는 게 알리바바다. 그렇게 해서 전 세계로 물건을 판다. 총액이 일정금액을 넘을 때마다 10달러, 20달러씩 추가 할인 쿠폰도 마구 뿌린다. 그런데 그 엄청난 주문 폭주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도 시스템이 아무런 오류도 일으키질 않는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는 식음료를 제외한 모든 걸 알리바바에서 사고 싶을 정도다.

중국의 기술에 한국이 따라잡힐 거라고, 우리가 추격을 피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아직도 ‘전문가’들이 엄숙하게 선언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무슨 서비스를 어떻게 쓰든 이미 중국이 한 수 위다. 지마켓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훨씬 편하고, 멜론보다 시아미가 더 낫다. 왜 화웨이나 샤오미 제품보다 값을 두배를 주고서 삼성과 LG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고, 한국 기업들은 만들지도 않는 스마트 전등과 스마트 체중계들이 우리 집을 벌써 꽉 채워가고 있다. 그런데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봐요, 버스 떠났어요.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죽어라고 쫓아가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고요. 예전에 우리가 미국 일본 쫓아가려고 기를 썼듯,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중국을 따라잡을 때가 왔어요.

난 심지어 요샌 무슨 말인지도 몰라서 가사도 이해할 수 없는 중국 대중음악마저 전반적인 케이팝보다 좋더라. 내가 중국 사대주의인지도 모르겠지만, xiami.com 같은 사이트에서 그냥 틀어주는 인기 음악을 들어보다가 melon.com이 틀어주는 인기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음악들이 평균적인 기교는 나을지 몰라도, 음악의 다양성으로 보자면 중국과 한국은 이미 비교가 되질 않는다. 그러니까 멜론은 85점에서 90점짜리 범생이들만 모인 파티같고, 시아미는 30점부터 100점짜리까지 모여 있는 건 물론, 빵점 받고도 MIT에서 모셔가는 천재들이 함께 어울리는 곳 같다. 우리가 90점짜리가 더 많다고 아무리 우겨봤자, 답은 뻔하다. 보통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디 가서 놀아야 더 재미있다고 느낄는지.

중국은 일당독재 사회주의 국가다. 한국은 다당제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고. 그런데 왜 다양성과 창의성에서 중국인들이 우리보다 더 나아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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