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거울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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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생각 끝에, 한국을 생각합니다. 한국도 조상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입니다. ‘자랑스런’ 민족의 자손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자랑스러운 조상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조상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는 한민족의 조상이 동북아시아 또는 시베리아에서 왔다고 배웁니다. 동북쪽의 대륙에서 우리가 유래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의 조상이 실은 동남아시아에서 왔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거부감이 들까요?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거부감이 혹시 지금 한국인들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갖고 있는 편견에서 나온 것은 아닐지요? 그렇다면, 20세기 초 유럽인들이 네안데르탈인을 보며 갖던 편견과 무엇이 다를까요?

고고인류학자의 책이지만, 모든 좋은 책이 그렇듯 이 책 또한 오늘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훌륭한 역사학자의 책이 수백년 전을 다뤄도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경영이나 정치, 사회학이나 컴퓨터과학 분야의 얘기를 보고 있으면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지 않는 모든 일들은 하찮고 쓰잘데 없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돈을 벌고, 권력을 다루고, 세상을 논하며, 기술 발전을 칭송하는 이 급박한 세상에서 한가하게 무슨 옛날 얘기냐는 소리도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정작 오늘을 날카롭게 꼬집는 책은 저런 책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을 직접 다루지 않는 책이 오늘을 제대로 지적하죠. 천체물리학자의 책이 우리가 이 넓은 우주 속에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 객관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것처럼, 이 책도 화석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의 시작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편견이 우리의 조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막아 왔던 역사부터, 우리 속의 돌연변이가 결국 우리의 다양성을 만들어 낸 뛰어난 진화 체계였다는 사실까지.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어딘가 거울 앞에 벌거벗고 선 느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의 내 모습은 멋지다고 하기엔 볼품없고, 부끄럽다고 하기엔 연민을 느끼게 되는 모습입니다. 그 모든 것이 바로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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