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 피차이가 특별했던 이유

구글의 수석부사장 가운데 한 명이고, 래리 페이지에게 직접 보고하는 순다 피차이는 과연 뭐가 그렇게 뛰어났던 걸까? Quora에 올라온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무엇보다 그는 구글의 재무적 성공에 기여한 핵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툴바와 크롬 얘기다. 툴바는 섹시한 제품은 아니었지만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계속해서 쓰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뒤 구글은 믿을 수 없는 수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또 크롬은 구글의 영역을 웹 전체로 확장시켰다. 이제 (크롬을 통해) 웹에 접속한 모든 사람들은 구글 검색을 계속해서 쓰게 됐다.

또 그는 뛰어난 팀을 채용하고, 가르치고 훈련시켰다. 순다의 팀에서 일한 프로덕트매니저들은 최고 중의 최고로 꼽힌다. 검색품질팀의 엔지니어들 정도나 그런 평가를 얻고 있다.

이외에도 구글에도 다른 회사처럼 사내정치가 존재한다. 순다는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복잡한 정치의 세계에서 순다는 자신의 팀원들이 최소한의 갈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결론: 성과를 내고, 후배를 잘 가르치고, 사내정치에 실패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 다만 그걸 구글에서 하려면 엄청난 성과를 내고, 지구 최고의 팀을 만들고, 세계에서 제일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사람들 사이에서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구글 I/O

구글 I/O는 우리 시대의 CES가 됐다. 최신 기술이 이 행사를 통해 공개되고, 불가능한 걸로 생각되던 일들이 곧 가능해질 일로 뒤바뀐다. 전자제품 전시회가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개발자 행사가 일반인의 주목까지 받는다는 건 놀랍기도 하지만, 이게 시대가 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나온 얘기는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음악이었다. 당장 쓸 수 있는 서비스였으니까. 하지만 다른 점도 변화가 많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변화가 많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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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프라

크롬 발표를 하면서 구글은 webP라는 이미지 파일 포맷을 소개했다. 이 자리가 처음은 아니고 예전부터 JPG 파일과 비교해 크기는 작고 화질은 똑같다며 구글이 밀어오던 그림 파일 규격이다. GIF처럼 사진 몇 장을 이어가는 애니메이션도 쓸 수 있고, 파일 사이즈는 웹에서 흔히 쓰는 png 규격과 비교해 30%까지 줄어든다. 게다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파일에 쓰이는 VP9도 함께 소개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웹 전체의 사이즈를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압축 방식이다. VP9은 H.264라는 최근 흔히 쓰이는 동영상 압축방식과 비교하면 63% 더 파일 사이즈를 줄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다. 어차피 소비자야 동영상 압축방식 사용료까지 신경쓸 일은 없지만, 사실 H.264 방식은 쓸 때마다 돈을 내야 했다. 구글은 이런 돈벌이 기회를 버리고 공짜로 좋은 파일 포맷을 만들어 무료로 인터넷에 뿌리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구글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webP나 VP9으로 저장되는 사진과 동영상이 늘어나면 그만큼 구글이 저장공간에 들이는 비용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구글의 유형자산 보유액은 분기 별로 아주 간략히 계산하면 30억 달러쯤 늘어나는데, 이는 매월(매년이 아니다) 1조 원 정도의 땅과 기계장치, 발전기 등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즉 구글이 두 달 동안 서버와 하드디스크, 이런 걸 놓을 데이터센터 부지와 빌딩, 여기서 쓸 전기를 만들 발전소 등에 쓰는 돈이 NHN이 1년 내내 열심히 노력해서 버는 매출액 전체(이익이 아니다)와 맞먹는다.(물론 유형자산 증가분이 곧 구입비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단순화했다.) wepP와 VP9을 무료로 뿌려서 세계의 웹이 좀 더 효율적으로 저장공간과 대역폭을 사용한다면 구글 입장에선 이게 남는 장사다.

두려운 구글플러스

구글플러스 데모에선 입이 벌어졌다. 기능이 특별히 대단해서가 아니라, 구글이라는 거대한 컴퓨터의 존재 탓이었다. 이날 빅 군도트라가 보여준 기능들을 되짚어보면 ‘자동 태깅’과 사진 관련 기능들이 기억에 남는다. 자동 태깅이란 사용자가 구글플러스에 올리는 글과 사진 등을 분석해 관련 단어를 태그로 달아주는 기능을 말한다. 이전까지는 이 태그를 다는 작업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해야 했다. 이제 구글은 알아서 생각해서 글을 읽어보고 관련 태그를 단다. 예를 들어 지금 이 블로그에 쓰는 글을 똑같이 구글 플러스에 올린다면 ‘구글 I/O’ 같은 태그를 구글이 알아서 달아주는 식이다.

여기까지야 문맥광고에도 쓰는 기술이니 그런가보다 싶은데, 구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진을 올리면 사진 속 풍경을 분석해 태그를 달아주기 때문이다. 에펠탑처럼 구글의 사진 DB에 쌓여 있는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풍경은 구글이 사진을 보고 ‘에펠탑’이란 태그를 단다. 사용자가 어떤 글도 쓸 필요가 없다. 그냥 구글이 사진을 보는 셈이다. 구글은 음성 검색 등에 사용하는 음성인식 기능도 갖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 등을 구글플러스에 올려도 알아서 태그를 달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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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사진을 그냥 볼 줄만 안다고? 천만에. 한 발 더 나아갔다. 구글은 포토샵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프로그램들이 해주던 사진 편집 기능을 구글플러스에 통합했다. 그리고 수백장씩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는 앨범에서 10~20장 정도의 사진을 골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기능을 소개했다. 중요한 사진을 앞으로 꺼내어 보여주는 기능이다. 중요한 건 ‘중요하다는 기준’이다. 내 사진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건 내가 아니다. 구글이다. 초점이 맞지 않거나, 노출이 잘못된 사진 등을 알아서 빼놓는 건 기본이다.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 내게 중요한 사람인지를 구글이 판단한 뒤 이들이 나온 사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이들이 그냥 등장하는 게 아니라 ‘웃고 있는’ 표정의 사진을 골라서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는 설명을 듣고 있으면 이제 구글이 기계인지 사람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구글은 심지어 랜드마크가 될 만한 멋진 풍경이  무엇인지까지 판단한다. 무엇이 좋은 사진인지, 어떤 풍경이 특정 장소의 랜드마크인지를 구글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랜드마크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찍어놓은 사진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구글은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심미적 안목’도 갖췄다. 사진 전문가 수백명을 고용해 이들의 심미적 안목으로 뽑은 ‘좋은 사진’을 골라 데이터로 받아들인 뒤 이를 컴퓨터에게 학습시켜서 만든 기술이다. 일단 사람 손이 닿았으니 수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구글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구글이 이해하는 세상에서 통계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놀라운 개인화

구글 검색은 기존의 구글 나우를 대폭 개선했다. 사실 음성검색이 데모로 진행되면서 마치 애플의 시리(siri)처럼 움직이는 모습 때문에 이쪽에 관심이 쏠려서 다른 기능들은 약간 묻힌 느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구글 나우의 새로운 카드들이 더 흥미로웠다. 좋아하는 음악과 책, 비디오게임, TV프로그램 등이 추가됐는데 모두 사용자의 주관적인 취향에 기반한 내용이다.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구글의 새 음악 서비스를 써보면서 느낀 건 구글이 생각보다내가 좋아할 만한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통계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지도의 개선 방향도 이 연장선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개인화다. 친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가 자주 검색하는 내용의 연장선으로 지도 정보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나는 자동차가 없는 사람이고 대중교통으로만 돌아다니는데, 버스정류장 정보보다 주유소 정보가 크게 나온다면 이 지도는 별로다. 새 구글지도는 이런 사용자에게 버스정류장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는 개인화된 지도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개인화된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구글플러스를 쓴다’는 전제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번 I/O에서 구글이 이토록 구글플러스에 공을 들인 것이다. 최고의 사진 관리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포토샵 대신 구글플러스를 쓰라는 뜻이고, 문자메시지와 구글톡을 ‘행아웃’으로 통합시킨 것도 ‘무료 그룹 영상통화’를 쓰려면 구글플러스를 쓰란 뜻이다. 메신저나 사진편집 기능을 이용하려고 구글플러스 계정을 만든 것만으로, 그렇게 구글플러스에 로그인한채로 검색을 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친구들의 지도 서비스 활용을 돕는다. 아니, 사실 구글의 모든 서비스가 이렇게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그러니까 한 번 이 덫에 빠져들면 구글의 다른 서비스로 계속해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구글을 믿으라

구글은 한번도 자신들의 서비스를 쓰라고 강제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려는 사용자에게는 데이터를 내려받아 옮겨갈 수 있는 표준 도구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다른 회사에선 사용자를 뺏길까봐 만들지 않거나 돈을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렇다면 구글은 늘 옳은 걸까.

발표가 끝나고 래리 페이지가 무대 앞에 나왔다. 그리고 질문이 있으면 줄을 서달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45분 동안 서서 성실하게 질문을 받고 대답했다. 아마도 구글이 본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한다는 내부 회의에서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받곤 했을 것이다. 수만 명의 구글 직원들에게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믿게 만들기 위해 래리 페이지가 택하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이날 그는 CEO가 된 뒤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서서 백만 명이 넘는 세계의 청중들에게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설득하려고 했다. 진솔한 모습인데다 성대 장애를 밝힌 바로 다음날 선 무대라서 더 보기 좋고 극적이었다.

하지만 구글이 보여주는 미래는 멋지지만 두렵다. 끝내주는 기술 같은데 도대체 저런 기술을 맘대로 쓰겠다고 마음 먹으면 어떤 어두운 미래가 닥쳐올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래리 페이지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데다 너무 부정적으로 구글을 본다며 불평했고, 기술이 가져올 낙관적인 미래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구글은 뭔가를 만들 때 정말 깊이 고민하고 완전히 이해한 뒤에 제품을 내놓고 있고, 지금 우리의 변화는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느린 거라고 주장했다.

구글의 발표를 볼 때면 늘 복잡한 심정이 된다. 나도 기술 발전이 불러올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기술이 인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시키리라 믿는다. 그러니까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이 놀랍고 강력하며 새로운 최첨단의 능력이 소수의 사람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되는 단 하나의 기업의 손에 들어가 있는 상황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그들이 아무리 악하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역사학자 달버그-액튼은 “절대적인 힘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구글의 힘은 지금 너무 절대적이다.

구글이 지배하는 가혹한 미래

Google_1984

“If Google did not act we faced a draconian future. A future where one man, one company, one device, one carrier would be our only choice. That’s a future we don’t want.” – Vic Gundotra, SVP of Google

난 이 슬라이드를 볼 때마다 배신감을 느낀다. 약 2년 반 정도가 흘렀다. 2010년 5월에 열렸던 ‘구글 I/O’ 행사에서 빅 군도트라 수석부회장은 누가 봐도 애플(‘1984년’이라는 매킨토시 광고로 유명한)을 연상시키는 이 사진을 화면 가득 띄워놓은 채 세계의 안드로이드 팬들을 선동했다. “만약 구글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혹한 미래를 맞게 될 겁니다. 한 사람, 한 기업, 하나의 디바이스, 하나의 통신사만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 되는 시대 말입니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닙니다.”

오늘 아주 매끈한 구글맵을 새 아이폰5에 설치했다.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떠날 때마다 엉터리 애플맵으로 길을 잃을까봐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다시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2년 반이 흐르는 동안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구글은 ‘선택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기업, 하나의 서비스’가 돼 버렸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었을텐데.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구글은 앙시앙 레짐을 대혁명 이후의 자유 시민들의 삶에 다시 불러들였다. 2009년 11월 이후 한국은 엄청난 속도로 변했다. 혁명적인 정책도 없었고, 혁명적인 혁신기술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혁명적인 사상도 유행하지 않았다. 혁명은 그저 아이폰이라는 기계 하나였다. 그 이전까지는 세 개의 통신사가 혁신을 위한 경쟁도, 값을 낮추기 위한 경쟁도 멈춘 채 과점 상태에 머물러 통신시장을 정체시켰다. 하지만 아이폰 이후 모든 게 뿌리부터 흔들렸다. 그 이전까지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사실상 장사를 못하게 만들 수준이었던 비관세 장벽에 가까운 각종 규제(예를 들어 WIPI)들이 존재했지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그 이전까지는 통신사 만큼이나 독과점 상태였던 무소불위의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아이폰 이후 완전히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혼란에 몸부림쳤다.

엄청난 혼란기였고 구체제의 권력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한번도 왕좌를 놓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절대군주 수준의 권력을 갖고 있던 통신업계의 왕 SK텔레콤은 실속없는 봉건 영주인줄로만 알았던 KT가 아이폰으로 반란군의 대열 앞에 서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피를 흘려야 했다. 전장에서는 왕이 예상치 못한 마케팅비용 3000억 원을 2010년 한해에만 추가로 쏟아부었다는 소문이 횡행했다. 제조업계의 절대군주 삼성전자도 두려움 앞에서 혼란에 빠져든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은 한번에 바뀌지 않았다. 앙시앙 레짐이 흔들리고 혁명이 유럽으로 퍼져나가려고 할 때엔 서로 앙숙인 부르봉 왕가와 합스부르크 왕가라 할지라도 손을 잡게 마련이다. 구 체제의 왕들은 구글이라는 적의 적과 동맹을 맺었고, 몇 년 전만 해도 도무지 어울리는 부분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였던 두 세력은 이제 동맹군이 된다. 동맹의 신무기 기술을 받아들인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었고, 동맹의 군사 운용법을 배운 SK텔레콤은 T스토어를 만들었다.

3년 전, 한국은 햅틱과 아몰레드가 시장을 지배했고, 통신사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모든 휴대전화에 와이파이조차 달 수 없던 나라였다. 그 이후 6개월 동안 코뮌의 시대가 잠시 왔고, 이후 예고된 반동이 시작됐다. 2년 반이 지났다. 한국은 이제 갤럭시가 시장을 지배하고, 통신사의 요청에 따라 망중립성 같은 소리는 집어치운 나라가 됐다. 절대군주 삼성전자의 위세는 더 강해져서 모토로라와 HTC 같은 영주들은 영지를 빼앗긴 채 쫓겨나기 시작했고, SK텔레콤은 자신이 공급하는 동영상과 콘텐츠는 통신요금에 합산되지 않고, 자신과 제휴하지 않은 독립업체의 동영상과 콘텐츠에만 통신요금을 과금하는 통신망 편향적인 독특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정확히 3년 전과 똑같이.

빅 군도트라가 얘기하던 가혹한 미래는 이제  결국 그 구글의 손에 의해 도래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기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구글의 선의 뿐이란 점에서 지금 우리의 처지는 군주와 귀족들의 선의만을 기대하던 앙시앙 레짐의 시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구글은 그동안 앙시앙 레짐을 지원하던 비용을 다시 회수하기 시작했다. 통신사에게선 앱 판매 수수료를 제값에 받아가기 시작했고, 삼성전자와의 독점적 밀월도 끝내고 다른 영주들과도 동맹을 맺기 시작했다. 이건 뭘 뜻할까? 구글의 선의? 내게는 이제 그들이 다시 왕과 귀족 사이의 게임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패배자를 앞에 놓고 전리품을 챙기는 시기 말이다.

그러니 내 과거의 농담은 완전히 틀린 것 같다. 애플 제국과 안드로이드 동맹군 사이의 스타워즈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옆을 지나간 건 혁명이었다. 시민의 편을 든 귀족과 앙시앙 레짐 사이의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