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엑스를 통한 불쾌했던 경험

작년 말에 처음 우버를 써보고 완전히 팬이 됐지만, 1년이 채 못 된 최근 나쁜 경험을 하게 됐다. 지금 무료 프로모션 기간인 우버엑스(Uber X)에서였다. 집에 못 간 것도 아니고, 승차거부를 당한 것도 아니지만 과정은 대충 이랬다.

12시(자정)가 넘어서 우버 앱을 켰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우버엑스를 골랐다. 마침 인근에 빈 차가 나왔다. 우버엑스는 현재 프로모션 기간이라 이용료를 우버 한국지사가 직접 기사님들에게 제공한다. 사용자는 그냥 무료로 타고 내리면 된다. 초기 사용자 확보 차원에서의 프로모션이라 사용자 입장에선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명시적인 돈 거래는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불법이라 보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한국에선 운수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다른 이에게 돈을 받고 운전 용역을 제공하면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이다. 사고 및 범죄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규제다.) 그래서 아직은 일종의 개인간 카풀 중개 서비스와 비슷한 상태다. 단속을 하려고 해도 애매모호한 게 이런 이유에서고.

우리집은 노원구다. 서울 동북부. 직장은 강남 한복판이고. 당연히 목적지까지 우버앱에서 입력한 뒤 차를 호출했는데, 타자마자 우버 기사님이 “아이고, 여기는 서울 끝이네요”로 대화를 시작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바로 내가 싫어하는 그 서비스, 서울 심야 택시 기사님들의 승차거부 사유 말이다. 그러니까 난 이 시간대에 강남에서 택시 잡기가 원래 힘들었다. 그리고 그게 우버를 처음 써보게 된 이유였기도 했다. 그 덕분에 우버에 감동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소리?

심지어 이 기사님은 곧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리면 꼭 다시 한 번 눌러주세요”라고. “뭘요?” 내가 물었다. “저를 한 번 더 호출하시면 제가 그걸로 강남 내려가면 되거든요.” 기사님이 답했다. 그러니까 나를 편도로 데려다줬지만, 요금은 왕복으로 받겠다는 얘기다. 어차피 사용자는 돈을 안 내고 우버가 기사님께 돈을 지불하는 구조니까 내가 우버의 재무사정을 걱정해 줄 이유도 없고, 우버가 돈도 많다고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뭔가 그런 정당한 계약에 동참하는 건 꺼림칙해서 잠시 멈칫하다가 묻고 말았다.

“왜요?” 그리고 흐르는 정적.

기사님 왈, “어차피 공짜로 타시잖아요.” 이 대목에서 기분이 상했다. 내 지갑에서 돈이 안 나가서 난 고객 취급을 못 받는 셈이었다. 역시 또 정적. “제가 이거 콜 한번에 7000원씩 받고 요금의 80%를 받는데 그걸로 강남 돌아가면 남는 게 없어요.” 기사님이 변명을 했다.

여기서 황당해졌다. 택시와 똑같았다. “회사에 사납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우리 사정 좀 생각해 주세요”라며 승차거부를 정당화하던 택시. 억지로 몸을 우겨넣어 타고 나면 타고 가는 내내 툴툴거리는 기사님 불만을 들으며 승차 경험을 최악으로 만들어야만 했던 그 최악의 서울 택시. 우버가 그 경험과 똑같아졌다. 이후로는 대화가 끊겼다.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택시요금의 두배여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겨울 송년회 밤의 우버블랙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게다가 난 앞으로 이 기사님을 피하고 싶다. 그런데 현재의 우버 서비스에선 이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평가는 소비자가 하지만 평가에 따른 선택은 할 수가 없다. 우버는 서울시가 불법성을 지적할 때 서울시를 향해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쳐졌다”고 비난했지만, 공유경제 얘기를 우버가 꺼낸다는 게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든다. 공유경제 모델의 핵심은 판매자와 소비자 양방향의 신뢰다. 평점에 따른 평판 관리를 판매자와 소비자 양쪽이 함께 해서 평판이 낮은 블랙컨슈머와 불량 서비스 제공자를 솎아내는 게 낯선 개인간의 공유경제를 성공시키는 핵심 메카니즘이다. 우버엔 이게 빠져 있는데 어떻게 글로벌 공유경제를 운운할까.

미안하긴 하지만, 결국 기사님에겐 별점을 하나만 줬다. 최악의 평가인 걸 안다. 그렇다고 기사님에게 개인적인 불만은 없다. 시스템이 잘못됐지 그분이 못된 거라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보통 우리 집까지는 할증을 포함해 택시로 약 2만원대 초반의 요금이 나온다. 우버 요금명세서를 보니 1만3200원이 나왔다.(물론 난 무료로 이용했다.) 택시보다 싸다. 조금 무리한 요금 아닌가 싶다. 아마 유료화되면 한 번 부를 때마다 기본 콜요금을 1만원 쯤 내게 될 듯 싶다. 어쨌든 이 기사님은 그러니 7000원에 1만560원(80%)을 더해서 1만7560원을 번 셈이다. 택시보다는 좀 더 나은 수입이겠지만, 결국 자기 차에다 가솔린 차량이라 감가상각과 연료비를 계산하면 꼭 낫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러니 강남 인근을 짧게 이동하는 게 이분에겐 훨씬 더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인센티브 설계가 잘못된 셈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우버를 이용하게 되겠지만, 결국 “공짜니까 탄다”란 마음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고의 운송 서비스 경험”은 이번에 깨어져 버렸다. 서비스 산업은 ‘가격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윤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사용자의 ‘경험’이라는 주관을 만족시키는 게 최소의 투자로 최대한의 매출을 올리는 방법인데, 우버는 그걸 아주 잘 해오다가 그걸 스스로 내던지고 있다.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update. 이젠 승차거부가 다반사다. 우버의 체계는 기사들이 긴거리 운행을 꺼리는 걸 막기 위해 손님이 차를 요청하면 기사가 ok하기 전에는 목적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목적지가 강남권을 벗어나는 경우 ok를 받은 기사들이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못 가겠다고 승차거부를 한다. 우버 규정에 보면 기사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높을 때 취소수수료를 승객이 낼 필요없이 취소가 가능하다. 그 외에는 오케이 했으면 무조건 가야 한다.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명목상으로는. 하지만 한국의 우버엑스 기사들은 일단 통화를 하고, 우버가 통화 내용까지 체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통화해서 “너무 멀어서 못 가겠습니다”라는 용건만 전하고 콜을 취소한다. 비정상적 기록이기 때문에 이런 기록은 “내리면서 한 번 더 눌러주세요”라는 요청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으로 잡아낼 수 있을 텐데 어쨌든 우버는 아직 그 정도까지 관리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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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에어비앤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리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4000개가 넘는 빌라를 모두 소환하고, 3억 루피아(약 2650만 원)에 이르는 벌금도 물리겠다고 해서 발리의 수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비상이라 한다.
조사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역시 발리 호텔들의 불만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 호텔들이 뉴욕의 에어비앤비를 규제하라고 외치던 미국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발리는 관광지다. 그것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매력인 관광지다. 그래서 이곳은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하다. 당연히 발리에서 등록된 숙박업소는 온갖 환경규제를 지켜야 한다. 이 비용이 만만찮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주고,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게 된다면 이 규제를 쉽게 피할 수 있는 탈법의 온상이 되는 셈이다. 뉴욕과는 다르다. 뉴욕에서도 물론 숙박업 등록을 마친 숙박업체는 여러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 차이가 발리만큼 크지 않다.

무엇보다 발리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외국인들이 발리에 와서 불법체류하는 경우를 위한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발리는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섬이다. 신들의 땅이 어쩌고 하는 낭만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히피 스타일의 문화 커뮤니티(우붓)도 있고, 서퍼들도 사랑하는 곳인데다, 물가마저 싸다. 그래서 눌러 앉은 외국인들이 불법 영업을 하면서 취업비자 없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에어비앤비만한 것이 없다. 페이팔로만 돈을 받는다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들의 거래를 추적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보자면, 뉴욕에서 에어비앤비로 돈을 버는 건 뉴욕의 가난한 소시민들이었다. 이들을 단속하자고 나선 건 거대 호텔 체인이었다. 그래서 약자들이 모인 에어비앤비를 강자가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대의명분이 에어비앤비에 있었다고 할까. 그런데 발리에선 아니다. 발리에서 에어비앤비로 돈을 버는 건 발리에 쓰레기만 버리고, 영어로만 얘기하는 부자 외국인들이다. 이들을 단속하자고 나선 건 발리의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토종 숙박업체를 경영하는 현지인들이다. 미국산 부자들의 불법 서비스가 합법적인 현지업체의 영업을 방해하며 괴롭히는 것이다. 대의명분은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에어비앤비가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사에 들어가게 된 현지인들의 불만 이유도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로컬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니까.

우버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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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는 송년회 시즌의 중심에 있는 목요일이자 서울에 눈까지 왔던 최악의 밤이었다. 강남에서 송년회를 자정쯤 마쳤는데, 거리에 나가보니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발을 동동 굴러봐도 추워 죽겠는데 차는 안 오고… 함께 있던 일행이 콜택시를 불렀지만 아예 택시회사 연결이 안 될 정도로 전화가 폭주했다. 모범택시도 없었다. 추워서 거리에서 떨다가 갑자기 우버(Uber) 생각이 났다.

우버는 일종의 콜택시 같은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선 스마트폰에 우버 앱을 깔고, 회원가입한 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두면 모든 게 끝난다. 그 다음에는 차를 불러야 할 때 앱을 켜고 차량을 요청하면 된다. 대개 10~15분 정도에 근사한 대형 차량이 양복 차림의 기사와 함께 내가 있는 곳으로 도착한다. 한국에선 BMW 5, 7 시리즈와 벤츠 E, S클래스, 에쿠스가 사용된다.

어제 앱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를 부르자 19분 내로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다. 실제로는 10분 조금 지나자 차가 도착했다. 집까지 예상 비용은 4만원 정도였지만, 실제 최종 요금은 3만원을 냈다. 예상 도착시간과 예상 비용을 실제보다 높게 부르는데, 결과적으로 서비스 이용 후 만족도는 높아졌다. 좋은 생각이다. BMW 730을 몰고 나타난 양복의 기사님이 뒷문을 열어주니, 차 안에는 따뜻한 생수병도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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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에 올린 사진을 보면 막히는 길을 피하겠다고 기사님이 원래 내비게이션에 더해 티맵과 김기사가 각각 구동되는 내비게이션을 두 대의 아이패드로 틀어놓은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는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승객 입장에선 뭔가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 든다.

우버는 콜택시와 똑같이 움직이지만 훨씬 고급이다. 모범택시보다도 더 좋은 등급의 차가 오고, 기사는 늘 양복을 입어야 한다. 당연히 값도 비싸지만, 같은 거리를 일반 택시를 타도 1만원대 후반이 나오고 모범택시를 타면 2만원이 조금 넘는데, 3만원을 낸다는 건 그렇게 큰 저항이 드는 비용은 아니다. 평소라면 별로 쓰지 않겠지만 추운 거리에서 벌벌 떨면서 택시기사의 선처를 구걸해야 하는 밤이라면 더더욱.

당연히 이 서비스는 세계 거의 모든 도시에서 환영받았다. 고급차를 타고 싶은 순간은 늘 있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소비자가 사랑하는 서비스는 늘 업계의 반발을 불러오게 마련. 우버(Uber)도 온갖 도시에서 비난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상륙하자마자 택시업계의 반발을 산 건 물론이고.

우버는 좋은 차를 가진 기사와 계약해서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차량을 회사가 소유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콜택시 회사보다 가격경쟁력을 갖는다. 국내에선 법규상 개인은 이런 식으로 택시와 비슷한 형태가 되게 마련인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리무진 대행을 하는 렌터카 업체 등이 우버와 영업한다. 송년회 시즌에 택시가 죽어도 안 잡힐 것 같은 장소에 있다면 콜택시를 부르려고 수없이 전화를 거는 대신 우버를 써보시길. 나는 아주 만족했다. 결제는 차를 부른 사람이 할 수 있고,(여자친구 집에 보낼 때 유용할 듯) 도착하면 이동경로가 포함된 이동완료 메일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끝으로 프로모션 코드. 우버앱의 ‘프로모션’ 메뉴로 들어가 할인코드에 4ft1q를 누르면 10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러면 내게도 10달러 할인쿠폰이 생긴다. 우버는 이렇게 사용자를 늘리고, 나와 나를 통해 이용한 사용자는 할인을 받는다. 여러 가지로 참 영리하게 마케팅하는 회사다. 빠르게 성장하는 게 이해가 간다.

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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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언젠가 꼭 하려고 했다. 언젠가. 그러다 시간이 흘러흘러 1년 반이 지났다.

오늘 씨씨코리아에서 올린 이런 글을 봤다. 이 말이 맘에 걸렸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단어는 CC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로렌스 레식이 처음 썼다는 설이 지배적인데요. 이는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처음 쓴 것은 맞지만 뜻을 살펴보면 우리가 지금 쓰는 용법으로 쓰지는 않았어요.”

맞는 말이다. 로렌스 레식이 처음 썼다는 그 ‘설’을 내가 만들었으니까. 위 화면이 2011년 10월 17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던 공유경제 관련 기사다. 이날부터 사흘 연속으로 공유경제 시리즈를 소개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협력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이후에도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이 동아일보와 이 블로그를 통해 다양하게 소개됐다. <빅 스몰>도 출간했고, 나름대로 이런 일을 하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공유경제가 알려질수록 저 ‘설’도 같이 퍼져나갔다. “협력 소비가 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공유경제는 좀 더 쉽게 이해할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면 용어설명을 좀 써달라”는 편집 선배의 요구에 따라 공유경제의 정의를 적었다. 그랬더니 곧바로 “그 정의는 누가 만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학계의 용어도, 엄밀히 정의된 용어도 아니었다. <위 제너레이션 What’s Mine is Yours>을 쓴 레이첼 보츠먼이 만들었다고 봐야 될 것 같았다.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컨설턴트이며 작가이자 평론가…라는 설명에는 ‘권위’가 없었다. 게다가 공유경제는 매우 일반적인 명사였다. 누가 share와 economy를 함께 썼나 살폈다. 가장 비슷한 의미로 쓴 게 로렌스 레식 교수였다. 그래, Sharing Economy라는 단어는 2008년 Remix와 함께 유명해진 단어였지. 그래서 레식 교수의 이름이 들어갔다.

첫 기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후 수많은 언론과 블로그, 관련 재단, 비영리단체 등이 내가 만든 저 정의를 그대로 가져가 썼다. 심지어 네이버에서 ‘공유경제’를 검색하면 시사상식사전 코너에 내 정의가 거의 그대로 나와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런 개념을 만들어서 쓴 것 아니냐고? 아니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의심나면 레식 교수가 Remix를 써서 출간한 2008년 이후부터 내가 공유경제 시리즈를 연재한 2011년 10월 17일 이전까지의 기간을 설정해서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된다. 레식의 공유경제는 있지만, 협력 소비와 로렌스 레식을 연결지은 설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설명이 딱히 틀린 설명이라고 보진 않는다. 실제로 레이첼 보츠먼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고, <메시 Mesh>를 쓴 리사 갠스키도 레식 교수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얘기를 다룬다. 게다가 개념도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CC코리아에서 얘기했듯 레식의 공유경제와 협력 소비에서 다루는 공유경제는 개념상 다른 공유경제다. 두 가지를 동일하게 파악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일단 짧은 기사 속의 더 짧은 용어설명이 원 출처를 무시한 베끼기가 반복되면서 확산될수록 오해도 커진다. 이제 협력 소비는 로렌스 레식이 만든 용어가 될 정도다. 도대체 왜 누구도 이 용어가 처음 어디에서 나온 건지를 찾아볼 생각을 않는 걸까.

나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않았으니 잘한 게 하나 없다. 내 잘못이다. 그래서 그동안 이 얘기를 할까 말까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CC코리아 덕분에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이란 참 편리한 것이지만, 출처를 정확하게 거슬러 검색해 검증할 때 그 편리함이 정확함과 결합돼 좋은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에어비앤비의 두 가지 키워드

에어비앤비를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오해하고 있던 게 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기술은 잘 모르는 디자이너고, 에어비앤비가 오늘의 에어비앤비가 된 건 하바드 출신의 CTO 네이선 블레차치크가 합류한 덕분이라는 식의 오해 말이다. 천만에. 지난주에 조 게비아가 한국에 온 덕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관련 기사는 여기.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은 그냥 전통적인 미술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에요. 산업 디자인을 배운다는 건 최신 기술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엔지니어에요.”

디자이너 출신인 당신들이 테크토크 같은 행사를 회사 내에서 열어가면서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엔지니어들을 초청해 기술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게 놀랍다고 얘기하자, 게비아는 내 몰이해에 더 놀라워했다. 약간 멋쩍어졌고, 좀 미안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고 하긴 힘들다. 이미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같은 인터넷으로 방을 공유하는 모델이 존재했고(에어비앤비와 달리 값도 무료고, 커뮤니티의 끈끈함도 더 하다) 국내에도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서비스가 몇 개 존재할 정도로 경쟁자가 들어설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만큼 성공한 회사는 없다. 운이 좋아서 에어비앤비가 성장한 것일 수도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특수성일 수도 있다. 조 게비아의 생각은 좀 달랐다. 핵심은 지불결제 시스템, 그리고 페이스북이었다.

에어비앤비 외에도 수많은 작은 회사들이 창업을 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회사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한다. 대개는 초기 단계에서 스스로 모든 걸 다 할 인력도, 자본도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걸 가져온다. 대표적인 게 돈을 받는 시스템이다. 페이팔, 구글체크아웃, 아마존페이먼트 등 다양한 지불결제 시스템이 이럴 때 사용된다. 에어비앤비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이 보기에 에어비앤비는 기본적으로 여행을 위한 시스템이었고, 여행이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이벤트였다. 페이팔이나 구글, 아마존의 지불결제 시스템은 세계 공통이 아니었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비자와 마스타 같은 신용카드였다.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서비스고, 글로벌 서비스는 신용카드를 써야 하며, 신용카드 사용은 간단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맞춰주는 사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에어비앤비는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자체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드는데 회사의 모든 기술적 초점을 맞췄다.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세계의 환율을 반영해 집주인과 여행자 모두 환율에 따라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시스템은 평판 시스템이었다. 사람들이 낯선 이를 재우거나, 낯선 이의 집에서 잘 때 서로를 믿어야만 했다. 글로벌 지불결제 시스템 못잖은 도전 과제였지만 에어비앤비는 이 단계는 직접 하는 걸 아예 포기했다. 그리고 페이스북 커넥트에 회사 전체의 시스템을 집어넣었다.

“소셜네트워크라고 통칭해서 말 할 필요가 없어요. 페이스북은 여러 소셜네트워크 가운데서도 특별히 중요해요. 페이스북의 소셜그래프를 가져와서 에어비앤비에 결합시키는 과정이 우리 평판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이걸 위해 페이스북 사람들도 우리와 아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어요. 페이스북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가리켜 뭐라고 말하는지 아세요? ‘소셜그래프의 실체적 존재'(physical version of social graph)라고 부릅니다.”

페이스북이 소셜그래프를 제공하지 않으면 어쩔거냐고 물어봤다. 답을 아는 질문이었다. 생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 페이스북도 지금의 페이스북이 아닌 것이죠.” 오늘날 페이스북이 구글플러스 등 수많은 경쟁서비스와 가장 다른 점은 페이스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프라라는 점이다. 구글플러스 또한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긴밀하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구글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긴밀하게 연결하는데 쓰인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수많은 소셜그래프를 활용하는 앱들이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친구관계의 틀 위에서 마케팅을 벌인다. 10억 명 짜리 소셜네트워크의 조 단위 연결관계가 페이스북의 실체고, 이건 지구상에 역사상 처음으로 존재하게 된 인프라다.

자체 지불결제 시스템과 페이스북이라는 두 가지 요소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경쟁자들 가운데 독보적으로 글로벌한 기업이 됐다. 일본인과 프랑스인도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되는 환경이라서 평판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고,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모두 같은 신용카드를 받아주기 때문에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했다. 그게 커뮤니티다. 에어비앤비를 쓰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독특하고 쿨한 문화적 커뮤니티. 특히 ‘독특함’이 핵심이다. 에어비앤비는 부동산 업자가 자기 집을 올리는 걸 막지 않는다. 전문 민박업자들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 하지만 게비아는 “90%는 우선 거주자(primary residence)”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에어비앤비 집주인 가운데 90% 이상이 전문 업자가 아니라, 자기가 직접 사는 집이나 별장 등을 내놓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구별하냐면, 집을 한 채만 내놓는다고 했다. 전문 숙박업자는 여러 채의 집을 내놓을 테니까. 그리고 에어비앤비에는 규정이 있다. 모든 숙소는 사진과 함께 등록돼야 하고, 등록되는 모든 숙소는 다르게 생겨야 한다. 그러니까 한 건물에 똑같은 구조의 방을 여러채 운영하는 여관이나 호텔 같은 곳은 배제된다. ‘독특한 장소’의 의무고, 독특함이 곧 에어비앤비의 문화가 됐다.

게비아가 묵고 있던 곳도 그런 곳이었다. 서울 효자동의 한옥이었는데, 이 집은 1934년 필지분할이 이뤄져 원래 한 집이었던 집이 두 집으로 쪼개진 장소다. 바로 옆에는 명동에서 자리를 옮겨 온 중국대사관이 들어서 있고, 그 덕분에 집 앞을 늘 경찰이 호위해 준다. 이 집의 길 건너편은 과거 조황의 집. 일제 강점기에 의열단이 만주를 거쳐 밀반입했던 거사용 폭탄을 쌓아놓았던 곳이다. 8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낡은 한옥은 수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다행히 이 집주인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인 덕분에 내가 들은 이런 얘기들 몇 가지를 게비아에게 들려줬다. 특히 한국에선 집을 지을 때 사람처럼 이름을 붙인다는 사실을 재미있어 했다.

“환상적인 얘기들이에요. 그런 얘기를 들으며,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을 사실들을 배우게 되는데 어떻게 호텔에서 잘 생각을 하겠어요. 다시는 호텔에서 잘 생각이 없습니다.”

조금 다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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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크레이그 샤피로를 만났다. 워렌 버핏도 아니고, 마이클 모리츠도 아니고, 존 도어도 아니고, 요즘 잘 나가는 마크 안드레센도 아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었다. 그가 하는 투자는 좀 달랐다.

그는 초기 기업에만 투자한다. 자기 퇴직금과 가족들의 지원금, 친구들의 쌈짓돈 등을 모아서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에게 제대로 된 첫 펀딩, 그러니까 이쪽 업계에서 시리즈A라고 부르는 그 펀딩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투자하는 앤젤투자 전문가다. 한국에도 이름부터 앤젤인 본엔젤스 같은 곳이 비슷한 일을 한다. 그러니까 앤젤이라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대신 그가 투자하는 회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냥 회사 이름만 적어보자. 킥스타터, 겟어라운드, 태스크래빗, 코드카데미 등등. 물론 이 회사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아니고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작은 회사들이긴 하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요새 가장 뜨는 회사들을 불러보라면 꼭 포함되는 회사들이다. 킥스타터는 최근 지난해 성과를 발표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고, 사업 모델이 워낙 매력적이고 이상적이라 언론에서도 엄청 다뤘다. 태스크래빗은 작년에 1780만 달러 투자를 받았고, 겟어라운드도 139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 돈 액수도 대단하지만 이 회사들에 투자한 사람들이 마리사 메이어(야후 CEO)나 마이클 아이즈너(전 디즈니 CEO) 같은 사람들이란 것도 화제다. 코드카데미(codecademy라고 a가 빠졌음. 코드아카데미 아님)도 작년에 1000만 달러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온라인으로 코딩을 배우는 웹사이트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게 모두 작년 1년 얘기다.

회사들로만 보면 샤피로는 마이더스왕 같다. 만지기만 하면 모든 걸 금으로 바꿔내는. 그런데 이 회사들은 모두 뚜렷한 특징이 있다.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라는 트렌드를 상징하는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말이 좀 더 한국어로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이 용어가 더 많이 쓰인다. 샤피로가 운영하는 앤젤투자 펀드의 이름이 바로 컬래버러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다. 그러니까 샤피로는 공유경제라는 트렌드에 투자한 셈이다. 그렇다고 유행하는 산업만 좇아 투자한 건 아니다. 그러려면 인스타그램이나 팬시, 핀터레스트 같은 소셜미디어를 찾았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하는데, 만나보니 내성적이라기보다는 정말 겸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거둔 성과가 보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성과를 부풀리지도 않고, 상대방의 얘기도 진짜 잘 들어준다. 어찌 보면 좋은 벤처투자자의 기본 조건이 이런 잘 듣는 능력 같은데, 사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만난 국내외의(특히 미국의) 벤처캐피탈 사람들은 대부분 속된 말로 밥맛 없었다. 돈 좀 만졌다고 자기가 벤처를 다 만드는 것처럼 생각한다거나, 제 자랑 일색이었다. 특히 “우리는 다른 벤처캐피탈하고 달라요. 좋은 VC는 돈만 주는 게 아니라, 경영 노하우, 좋은 인재 채용, 좋은 고객 소개 등을 제공하죠”라면서 거들먹거릴 때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말은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좋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현실 사회의 VC는 대부분 거꾸로 움직인다. 자기가 돈을 좀 투자했다는 이유로 경영에 (노하우 전수라며) 시시콜콜 간섭하고, 좋은 인재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이유로 자기 사람을 심어놓는다. 또 좋은 고객을 소개시켜 준다면서 자기가 투자한 회사들끼리 거래시키게 마련이다. VC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다.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았을 뿐. 그래도 그 돈이 필요하고 아쉽기 때문에 기업가들은 그 투자를 받는다. 어쩔 수 없다.

얘기가 좀 딴 길로 샜는데, 샤피로는 좀 달랐다. 컬래버러티브 펀드의 투자 원칙은 ‘핵심 가치'(core value)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핵심 가치가 펀드의 투자 가치와 적합하면 투자하고, 아니면 하지 않는다. 신문 기사에도 썼지만, 펩시와 넷플릭스 사례가 그 핵심 가치를 설명하는 사례다. 펩시는 건강에 나쁜 탄산음료를 팔아 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도 벌이고 몸에 좋은 음료도 만든다. 넷플릭스는 사회공헌 같은 일에 별 관심이 없다. 당장 회사가 살아남아 성장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DVD 생산량을 줄이고, 자원을 적게 쓰고, 결과적으로 환경을 이롭게 한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곧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그게 펀드의 핵심 가치에 맞는 것이다. 샤피로는 그래서 펩시는 무시하고 넷플릭스에만 투자한다.

‘착한 투자’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샤피로는 꽤 냉정한 투자자다. 컬래버러티브 펀드를 만들기 전 두 건의 투자를 개인 돈으로 해봤는데 그게 다 잘 돼 벤처 투자자를 직업으로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첫째는 모블리라는 일종의 모바일 상품추천 회사였다.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제품을 모바일에서 추천하고 공유하게 해 주는 회사였는데 여기에 투자했다가 나중에 이 회사가 그루폰에 매각됐다. 이 때 좀 큰 돈을 벌었고 이게 컬래버러티브 펀드를 시작하는 자금이 됐다. 또 하나는 페이스북이었다.

그리고 첫 투자는 반드시 초기 단계에만 한다. 물론 태스크래빗처럼 나중에 잘 되어 시리즈 A, B로 이어지는 투자 기회가 있을 땐 계속 투자하지만 그 시작은 제대로 된 VC를 못 잡은 작은 기업들로 한정된다. 이런 기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도 않는다. 비즈니스의 성격에 따라 액수는 달라지지만, 보통 10만~50만 달러 사이로 투자한다고 했다. 투자의 기준은 “1년에서 1년 반을 버틸 수 있는 돈”이다. 1년도 못 버티면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고, 1년을 버티면 다음 투자자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 그게 샤피로의 일이다. 심플했다.

경영 노하우 같은 것도 전수하지 않는다. 오로지 두 가지만 가르친다. 프레젠테이션 기술과 각종 숫자를 읽는 기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창업가들은 아이디어와 열정은 넘치는데 재무제표에는 익숙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에 이 부분에 어두우면 나중에 사업이 잘 될 때 배울 시간 내기도 힘들고, 초기 단계에서 실수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프레젠테이션이다. 샤피로는 “창업 단계의 초기 기업에서 정말 중요한 건 스토리”라는 걸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초기의 고객 반응 가운데에서 좋은 스토리를 찾아내고, 이를 잘 설명해야 투자자를 사로잡으며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에어비앤비 사례를 들었다. “에어비앤비가 처음에 소개한 상품은 리처드 브랜슨(버진그룹 회장, 괴짜 CEO의 대표주자)의 섬 하나를 통째로 빌려주는 상품이었어요. 이 회사의 진짜 매출은 브랜슨의 섬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값싼 일반 가정집을 빌려줄 때 나오지만, ‘브랜슨의 섬도 거래된다’는 사실이 화제가 돼 모든 매스컴이 에어비앤비를 다루기 시작한 거죠.”

그가 Good이란 잡지사를 맡아서 흑자전환시킨 경험이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 능력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는 비영리기구의 소식을 다루는 이 좋은 일 하는 착한 잡지(이름이 Good…)가 적자를 볼 때 CEO를 맡았는데, 사람들 사이에 이 잡지가 화제가 되도록 만들기 위해 정기구독료 수입을 모두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독자 여러분께서 정기구독을 해주시면 그 수입은 100% 비영리기구를 지원하는데 사용됩니다”라고 캠페인을 벌였다. 10%도, 50%도 아니고 100%였다. 판매 수입을 완전히 버린 셈이다. 그런데 일단 이렇게 방향을 바꾸자 비영리기구 사람들이 모두 Good 매거진의 홍보원이 됐다. “이 책 보면 우리 후원하는 셈이거든! 한 부 구독해!” 사람들은 기꺼이 좋은 일을 하려 했고, 잡지의 타깃 독자에게는 이 전략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Good은 판매 수입을 포기한 대신 부수가 올라갔고, 광고 수입도 따라 늘어서 결국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을 설명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겟어라운드가 시스템이 어떻고, 경쟁 환경이 저떻고 하는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작년에 중고차 시세가 400달러밖에 하지 않는 낡은 혼다 시빅을 겟어라운드에 올려놓은 남자가 5000달러를 벌었던 것 아세요?”, “요즘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 많은데 태스크래빗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한 달에 5000달러를 버는 사람도 생겼어요.”, “제가 알고 지내던 실리콘밸리 한 벤처기업 CTO는 요새 회사를 그만두고 스킬 셰어에 나와서 코딩 강의하는 선생님이 됐어요.” 대화가 늘 이런 식이었다. 겟어라운드와 태스크래빗, 스킬셰어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한 문장으로 이해되도록.

그는 공유경제가 지배적인 사회 트렌드가 될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이 자기가 쓰는 모든 걸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소유하기 시작한 건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 풍요가 찾아온 뒤니까 100년도 안 된 시기에요. 시계추가 지금 이 끝까지 온 것이죠. 어디까지 과거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뒤로 돌아갈 거에요.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것의 10%라도 남들과 공유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그는 이번에 한국에 와서 한국의 공유경제 기업인들과도 만났는데, 자리를 주선한 게 SOPOONG이었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대표가 진행하는 벤처캐피탈. 두 회사 사이엔 사실 공통점도 많다. 초기 투자액이 짜다는 점(재웅님이 이 글 안 보시면 좋겠다)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점. 한국에서 이런 투자가 시작된 것도 얼마 안 됐다. 한국에서도 성공하는 기업들이 계속 나와줬으면 싶다.

IT는 과연 일자리를 줄일까?

대선이 시작되면서 IT라고 영향을 받지 않을리가 없다. 공인인증서 제도는 어찌할 거냐는 구체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서 옛 정보통신부 같은 IT 총괄조직의 설립에 대한 정부 기구 재편 논의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가장 화제가 되는 건 역시 일자리다.
박근혜 후보 쪽은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 뉴딜을 통해 IT를 전통산업에 접목해 일자리를 만들겠다.” 그냥 무미건조한 얘기다. 하지만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관계자’가 연합뉴스와 통화하면서 말했다는 “IT는 효율화를 통해 일자리를 줄이게 마련“이라는 얘기가 화제에 오르면서 IT와 일자리 사이의 관계도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IT는 일자리를 늘릴까, 줄일까. 손쉽게 내릴 수 있는 답은 당연히 IT 관련 일자리는 늘이고 다른 분야의 일자리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도다. 물론 대체 관계에 있는 산업들은 IT의 발달에 따라 시련을 겪게 된다. 음악과 신문, 영화, 쇼핑몰, 지역 서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이런 일자리가 줄어든다고해서 과연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개별 산업과 업종은 늘 부침을 겪게 마련이고, 심지어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사회 전체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사회가 그들을 제대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7월에 나온 기사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이 글은 꽤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그래프부터 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성장도 둔화된 시대지만, 성장세보다 고용증가율이 훨씬 더 둔화된 시대다. 경제는 발전하는데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이런 현상은 21세기 들어 극적으로 증가했다. 미국만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생산성 둔화와 일자리의 극적인 감소와 함께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실질소득의 문제다. 생산성은 계속 늘어나는데 도대체 그 과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2003년 이후 미국의 대학 졸업자 소득은 정체된 상태다. 물론 같은 기간 생산성은 끊임없이 올랐다. 고졸 학력의 소득은 더 떨어졌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소득도 올라가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은 그 어느때보다 더 소수에게 집중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원인분석은 대개 비슷했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미국 내 일자리를 줄였다는 것이다. G2가 된 중국과 신흥국의 부상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설명하는 증거로 활용됐고 IT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특정 산업 분야의 어려움은 이런 일이 곧 누구에게나 닥칠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IT는 일자리를 없애지 않는다. 다만 조정할 뿐이다.

역사상 기술 발전은 늘 특정 분야의 일자리를 없애거나 줄여왔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여기에 저항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분산된 저항에 눈꺼풀 한 번 꿈쩍하지 않았다. 변화는 늘 속도를 줄이는 법 없이 몰아닥쳤고, 적응한 사람들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괴로워했다. 이게 사실 자본주의가 풍요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이라고 딱히 이런 근본적인 방식이 달라졌을리 없다. 하지만 달라진 게 한 가지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다.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두배로 발전한다는)이 등장한 뒤 이 법칙은 계속 유지돼 왔다. 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놀라웠고, 지금 우리가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은 20년 전 연구소에서나 쓰던 값비싼 고성능 워크스테이션보다도 성능이 더 뛰어나다. 소프트웨어 알고리듬의 발전도 놀라워서 이제 IT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를 다 혁신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기술 발전 앞에서 재교육을 통해 적응해 나가던 사람들이다. 개별 인간과 한 사회의 적응 속도라는 건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은 이 물리적 한계를 돌파해버린 상태다. 마치 물체가 음속의 벽을 돌파해 움직일 때 나는 소닉 붐(sonic boom)처럼 사회 곳곳에서도 한계를 견디지 못하는 굉음이 들린다. 그래서 지금은 공황의 시대나, 불황의 시대라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인류 최대의 구조조정기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이다. IT가 일자리를 늘리고 줄이는 변수라고 생각한다는 건 이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고 사람들은 지금까지 하던 일을 하던 방식대로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불황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극복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하지 않을 일은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IT가 과연 일자리를 줄일까? 질문이 잘못됐다. 일자리는 IT 때문에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국가 경제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곳으로 빨리 옮겨가는게 중요하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