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메카드

전에 이런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값도 거의 차이나지 않는 손오공의 완구와 일본 반다이의 완구 사이의 차이에 대한 글이었죠. 그게 벌써 1년 전이네요. 크리스마스 때였습니다. 완구업체 대목이죠.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오는 모양입니다. 페이스북을 보니 지인 분께서 아들 선물로 터닝메카드를 사셨다는 사진을 올리셨네요. 아들이 눈치챈 것 같다는 고민에 빠지셨습니다. 저도 뭔가 사서 아들 몰래 잘 숨겨놨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문구에 눈이 갑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기획, 개발한 변신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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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조선일보에는 손오공 창업자 최신규 회장이 ‘직접’ ‘3년 간’이나 개발에 매달렸다는 터닝메카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인터뷰를 보면 최 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최 회장은 “언제까지 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한국 정서에 맞는 캐릭터 완구를 만들어 성공시키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터닝메카드의 오프닝 주제가가 나올 때 보면 재미있는 점이 눈에 들어 옵니다. 처음 나오는 타이틀은 기획 초이락컨텐츠팩토리입니다. 지난 손오공 관련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이 회사는 최 회장의 아내와 아들이 소유한 비상장 비공개 가족 기업입니다. 기업공개된 상장사 손오공은 이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기획한 애니메이션을 사들여 완구로 만들고 판매합니다. 이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이 뛰어나다면 그게 대주주 개인 회사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아니죠.

스크린샷 2015-10-26 오후 3.01.36스크린샷 2015-10-26 오후 3.01.54각본두번째로 나오는 이름은 구성작가입니다. 영어로 Atsushi라고 써있죠. 마에카와 아츠시, 일본의 애니메이션 각본가입니다. 동일인물이 맞는 건가 궁금했는데, 일본어 위키피디아에도 Atsushi라는 명의로 한국의 터닝메카드 구성에 참여했다고 나와 있네요. 한국 정서에 맞는 캐릭터 완구를 일본 작가에게? 그것도 평소에는 일본어로 前川淳라고 이름을 쓰는 작가의 이름을 굳이 영문으로 적어서 내보냅니다. 왜 일본어 이름을 그대로 못 써주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한국 정서에 맞는 캐릭터 완구’를 만드는 일에 일본인이 참여한 게 문제라고 생각한 걸까요? 심지어 각본가들도 한글도 일본어도 아닌 영어 표기로 엔딩 크레딧에 잠시 스쳐지나갑니다. 음…

마에카와 아츠시는 또한 국내에 슈팅 바쿠간이라고 소개된 만화 爆丸バトルブローラーズ의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완구 제조와 동시에 기획돼 만들어진 이 만화는 재미있게도, 카드와 바쿠간이 만나면 자석의 힘으로 변신하는 만화입니다. 카드와 자동차가 만나는 터닝메카드와 똑같은 설정이죠. 또 주인공 어린이들이 각각의 캐릭터와 친숙해지는 구성도 똑같습니다. 개별 스토리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체의 틀은 슈팅 바쿠간과 터닝메카드가 상당히 유사합니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조금 더 읽으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년간 히트작이 없었고 회사는 2013~ 2014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직원들 월급을 주고 완구 재료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는 “주말이나 명절에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밤새워 캐릭터를 개발하고 실험을 진행했다”며 “이게 안 되면 모두 끝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인터뷰는 ‘손오공의 최신규 회장’ 얘기인데, 이 개발 과정은 손오공의 개발과정 같지가 않습니다. 상장사인 손오공이라면, 연속적자를 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손오공은 터닝메카드를 개발하지 않았어요. 개발은 초이락이 했고 손오공은 유통회사에 불과합니다. 개발사인 초이락 얘기라면 “수년간 히트작”은 없었겠지만,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 “카봇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터닝메카드 수준은 아니었어도 아주 인기있던 완구였죠. 심지어 “가족들과 밤새워 캐릭터를 개발”했다는데, 그 가족이 마에카와 아츠시 씨인 건가요?

무엇보다 손오공은 초이락과 지분관계가 없습니다. 초이락이 돈을 아무리 벌든, 그건 최 회장 가족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뿐 손오공의 수익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두 회사 사이의 지분관계가 없기 때문에 양사의 거래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손오공의 소액주주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주총에서 초이락과의 거래내역을 밝히라고 했다지만, 단체행동에 실패한 것인지 통과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현재 손오공의 지분 구성을 보면 최 회장이 약 17%, 소액주주들이 83%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흩어져 있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으로는 뭘 어떻게 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냥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만든 탁월한 기획자를 영입해서 글로벌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걸까요. 손오공은 손오공이고, 초이락은 초이락이라고 얘기하면 안 되는 걸까요.

다행히 아들은 크리스마스에 터닝메카드를 사달라고 조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빠가 선물을 받은 느낌이네요.

2015년 새해 맞이

새해에 뭔가 다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지난해 교황이 방한하셨을 때 썼던 글을 다시 읽게 됐다. 생각해보니 큰 다짐이 필요한 세상이 아닌 것 같다. 좋은 가르침을 다시 새기고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어서 다시 여기 옮겨둔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밝혀두자면 난 기독교인이 아니다. 불교인도 아니고 이슬람교인도 아니다. 난 세상 모든 신들을 믿고, 그 모든 종교를 존중한다. 천년을 넘게 이어진 세상 모든 가르침에는 배울 점이 참 많으니까.

어쨌든 다른 종교와도 이러저런 인연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도 해보게 됐지만, 그 중에서도 기독교와의 인연은 우연하게 시작된 데다, 그 경험 또한 아주 강렬했다. 시작은 성경이었다. 군대에 가기 직전 마침 소설처럼 고쳐 쓰인 현대어로 된 구약을 읽고 있었다. 보면서 한심했다. 이 야훼라는 신은 변덕이 죽끓듯해서 뭘 해라, 하지 말아라 하는 얘기가 시시때때로 변했고, 인간들이 큰 잘못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도 툭하면 세상을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가는 천벌을 내려대곤 했다. 노아의 가족들만 빼고는 세상을 물에 잠기게 한다거나, 바벨탑 좀 지었다고 사람들의 말을 서로 통하지 않게 만들어버린다거나, 이집트인들이 유대인들을 구박했다며 이집트인들을 몰살시키려 한다. 소돔과 고모라야 소돔과 고모라니까 그렇다쳐도.

구약을 읽고서 이런 신을 믿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믿고 살아가나 싶었다. 신을 믿고 의지하다보면 불벼락을 맞을 것만 같은데. 그리고나서 군대에 갔다. 곧이어 책이 없는 환경과 마주쳤다.(이거 진짜 괴롭다.) 유일한 책은 성경과 금강경. 그래, 구약은 읽었으니 이 기회에 신약이나 읽어보자 싶어서 집어 든 게 공동번역성서(천주교 개신교 공동 번역)였다. 현대어로 성경을 번역했기 때문에 이 또한 소설을 읽듯 읽기 편했다. 그리고 예수의 삶을 읽으면서 난 이 종교에 완전히 매혹됐다. 아마도 이등병 시절에 신약을 읽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신약에서는 구약의 신은 오간 데 없었다. 예수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신의 아들이자 동시에 사람의 아들이었는데, 그는 세상에 사람의 육신을 빌어 등장한 뒤 인간의 목소리로 하늘의 가르침을 전했다. 그가 했던 말은 오직 하나.

“이제부터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서로를 사랑하라.”

신의 아들이 직접 입을 열자 복잡한 규칙을 정했던 변덕스런 야훼의 모든 모습이 사라져 갔다. 그 이상한 신의 모습은 선지자라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이야말로 신의 뜻을 안다며 떠들어댔기 때문에 생겨났던 얘기였다. 신의 아들이 직접 신의 뜻을 얘기해 주니 모든 논쟁은 정리됐다. 예수의 가르침은 지극히 단순했다. 서로를 사랑하라는 것. 나머지 가르침은 그 아래의 하위 조항 정도에 불과했다.

신약에 따르면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려면, 그것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약한 곳, 낮은 곳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 살고 편안한 힘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하는 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할 수 있으니까 온기가 없는 곳부터 돌봐야 한다. 그래서 예수는 아흔아홉마리의 어린양을 놓아두고 굳이 길 잃은 한 마리의 어린양부터 찾아가라고 가르쳤다. 또 원수를 만나도 용서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스스로 로마 제국 아래에서 고생하는 평민들을 찾아갔고, “(신의 아들인 내가) 너희의 죄를 용서했으니 너희도 서로를 용서하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기독교 교리는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이등병 때 계속 부대 성당에 다니면서 수녀님들과 천주교 교리도 공부하고 성경도 꼼꼼히 읽었는데 이 단순한 얘기를 다양한 사례로 변주해 설명해 주고 가르쳐 주는 과정이 곧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이었다. 세례도 받고 싶었지만, 교회에 세번인가 나가면 세례를 주는 개신교와는 달리 천주교 성당에서는 교리공부를 몇 차례 했다고 교인 자격을 쉽게 주지는 않았다. 결국 그래서 기독교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 때 했던 공부만큼은 그 과정 자체가 큰 위안이 됐다. 세상 전체가 이등병인 나를 괴롭히는 것 같은 시절이었는데도, 교회에만 가면 성경과 신부님의 설교와 우리가 부르는 찬송이 모두 “기독교는 너처럼 약한 사람을 제일 우선하는 종교”라고 반복해서 얘기해 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세계적인 찬사와 함께 한편에서는 온갖 비난도 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교황이 성경에서 인정하지 않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고,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야훼와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도 양심에 따라 살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한데다, 공산주의자처럼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것도 기독교인들이 그를 비난한다고. 내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성경은 읽어 봤느냐고.

지난해 교황의 공항 영접에는 평신도 가운데 “복자로 선포되는 시복대상 후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외국인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회원, 장애인, 중·고교생, 가톨릭노동청년” 등이 참석했다. 또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기다리며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살아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용산참사 유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을 만났다. 예수께서는 교인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했고, 교황은 그렇게 살았다. 사실 다른 종교의 가르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자와 권자를 위한 세속 교권은 있어도, 신들의 음성은 늘 빈자와 약자를 향해 있기 마련이었다.

2014년은 참 힘든 한해였다. 잔인하리만치 가슴아픈 일들이 주위에 많았고,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힘들었던 한 해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 모두에게 안 좋은 기억부터 생각났던 한 해였다. 2015년은 좀 더 나아지기를. 그리고 지난해의 교훈과 가르침에서 조금씩 더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반다이와 손오공, 씁쓸한 차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우리가 어릴 적엔 늘 외제가 더 좋았다. 과자도 미제 과자가 더 맛있고, 장난감도 일제 장난감이 더 좋았고, 기계도 독일 기계가 최고였다. 그래서 국산품 애용 운동도 있었고, 품질 개선을 위한 각종 검사필증이 생기기도 했다.

다 옛말인 줄 알았다.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한국 회사고,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 가운데 몇 곳이 한국에 있으며,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한국에 있으니까.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물 복 터진 아들의 장난감 상자를 뜯으면서 씁쓸해졌다.

아직도 일제가 더 좋잖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올 크리스마스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다이노포스 시리즈와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였던 카봇 시리즈 장난감 몇 개가 아들 손에 들어갔다. 사진은 그 중 일반적인 모델인 파라사건(일본 반다이 완구)과 카봇 에이스(한국 손오공 완구)의 패키지 뒷면이다. 모두 정해진 기준에 따라 표시해야 할 내용을 표시해 놓았다. 주의사항과 상품명과 제조자, 제조국가 등.

차이가 좀 있다. 일제 다이노포스는 제조국이 태국이다. 원가를 낮추려면 당연히 아웃소싱을 할 수밖에. 그리고 한국제 카봇은 제조국이 대한민국이다. 그런데도 태국 제조가 한국 제조보다 낫다. 사실 사람 손보다는 품질 관리의 문제니 그렇다치고 좀 더 살펴보자. 다이노포스의 제조사는 반다이산업이고, 카봇의 제조사는 초이락컨텐츠팩토리다. 앞서 말했듯, 품질은 확실히 반다이 제품이 더 낫다. 물론 값에 차이는 있다. 반다이 제품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크기의 제품일 경우 50% 정도 더 비싸다. 도대체 왜 그럴까.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서 한국산이 대부분 일본산에 크게 뒤지지 않는 품질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왜 아이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로 가득찬 한국에서 장난감 품질은 내가 어릴 때와 똑같은 격차를 그대로 갖고 있는 듯 보이는 걸까.

궁금해서 두 회사를 잠깐 검색해 봤다. 손오공과 반다이는 둘 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어린이 완구 회사다. 손오공은 수도꼭지를 만들다가 끈끈이 장난감으로 대박을 낸 뒤 이후 완구와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반다이는 전후 양철깡통 장난감 등으로 인기를 끌다가 건담의 프라모델을 제작하면서 그게 엄청난 히트를 쳐서 성공한 회사다. 반다이 역시 나무코(Namco)와 합병을 통해 게임 사업 쪽을 제대로 확장했고, 애니메이션과 파워레인저 같은 특수촬영 어린이드라마 등도 제작한다.

반다이의 지배구조는 심플하다. 반다이와 나무코 두 회사를 반다이나무코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지배한다. 반다이는 완구 제조 쪽으로, 나무코는 게임 쪽으로 각각 특화돼 있으며 서로의 지적재산을 활용해 영역을 확장한다. 반면 손오공은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하다. 상자를 보면 나오듯 손오공의 완구 제조를 초이락이 맞는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이 기사에 따르면 손오공 창업자 최신규 회장의 아내와 아들이 경영한다고 했다. 손오공이 계열사에게 제조를 맡기는 셈이다.

돈 되는 카봇 완구에 더해 손오공이 돈을 쓸어담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는 리그오브레젠드 매출은 손오공IB라는 또 다른 자회사의 매출로 잡힌다.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지분법손익 외에는 구체적인 현황을 살필 도리가 없다. 코스닥 상장사에 한국 대표 완구업체인데 도대체 뭘 어떻게 장사를 하고 있는지 투자자의 입장이라 생각하고 살펴보려 해도 알 수 있는 게 없다. 심지어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말 그대로 완구 제조가 아니라 카봇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 제작사다. 그런데 왜 여기서 제조를? 그리고 최신규 창업자는 손오공 대표이사를 물러나 손오공IB에 전념한다고 했고, 손오공은 손오공IB의 채무보증도 서주고 구로구 대지도 손오공IB에게 판매한다. 왜 자꾸 상장법인인 모회사 손오공의 영역은 줄여가면서 비상장 자회사 쪽 거래량을 늘리고, 창업자 가족들도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반다이는 좀 다르다. 이 회사는 파면 팔수록 이상한 짓을 한다.

이건 반다이 프라모델 공장의 유니폼이다. 모든 사원들이 출근하면서 입는. 그런데 아래 사진과 비교해보자. 어릴 적 건담을 좀 봤다면 모두 알고 있을 그 군복이다. 아무로 레이가 속해 있는 지구연방군 군복.

손오공의 재무제표를 보면 사업분야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완구 및 게임, 캐릭터 로열티, PC방 수수료(LoL). 완구와 게임이 분리되지 않고 공시된다. 비중은 약 84:1:15 정도. 반면 반다이의 재무제표는 토이호비(Toy-Hobby),  콘텐츠, 어뮤즈먼트 시설 사업으로 나뉜다. 비중은 4:5:1 정도. 이것도 이상하다. 손오공은 왜 이렇게 분류하는 걸까.캐릭터 수입은 의미없는 수준이고, PC방 수수료는 라이엇게임즈와의 계약에 종속되는 불안한 사업인데. 반다이는 이해가 간다. 완구류 제조와 콘텐츠 제작은 두개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고, 어뮤즈먼트 시설이란 오락실/빠찡코 같은 게임센터 사업이라 다른 두 축과 묶이기 힘든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길게 썼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다. 본질에 집중하는 회사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 반다이 프라모델을 사느라 한국 아빠들이 대형마트 매대에서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은 좀 짜증나지만, 내가 아들 선물을 골라줘야 하는 나이가 된 지금, 국산품 애용하는 마음만으로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는 회사의 제품을 사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