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컴퓨터는 누가 사고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야후, 아마존. 얼마 되지 않는 몇몇 인터넷 기업들이

세계에서 팔리는 서버 컴퓨터의 20%
를 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서버 컴퓨터는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나 학교, 연구소 등에서 사용되는 필수
설비라서 대형 구매자가 존재하기 힘든 제품입니다. 그런데 최근 생겨난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으로 점점 대형 구매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말 그대로 ‘구름 속의 컴퓨터’라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내 컴퓨터에서 ‘이번 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찾아달라’는 명령을 내릴
경우, 이를 찾는 계산을 수행하는 컴퓨터는 내 컴퓨터가 아닙니다. 네이버나 구글의
검색 서버가 그 일을 하게 되죠. 그런데 네이버나 구글의 검색 서버는 한두 대가
아닙니다. 수십~수백만 대의 컴퓨터 가운데 한 대가 그 명령을 수행하고, 다른 컴퓨터들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보내면, 다른 컴퓨터에 저장된 수많은 색인 정보들 가운데 하나가
발견돼 내 컴퓨터 화면에 결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컴퓨터가 아닌
‘구름 속에 있는’ 컴퓨터가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합니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들이 바로 위에 언급한 4개의 회사입니다.
이들이 사용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컴퓨터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죠.

 

축구장 두 개보다도 넓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는 물론, 쏟아지는 서버
컴퓨터의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아예 황무지 협곡의 강 옆에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있는 구글 등, 미국 업체들은 지금 사상 초유의 실험 중입니다.
구글이 지난해 사용한 유형자산 구입비용만 약 24억 달러입니다.환율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던 당시 기준인 1000원으로만 잡아도 2조4000억 원이죠. 매년 정률
감가상각을 하는 구글은 감가상각 비용만 2006년 49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떨까요? 규모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도 인터넷
기업이 주요 서버 구매 고객인 것은 비슷합니다. 네이버와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의
유형자산은 2006년 말 999억 원에서 2007년 말 1282억 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883억원에 이릅니다. 감가상각비도 2006년 152억 원에서 2007년 301억 원, 2008년 400억
원로 증가했죠. NHN은 4년 정액상각법을 사용해 감가상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
구입비용이나 감가상각 비용에 대한 효과가 구글과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인
트렌드는 비슷합니다. 기계장치 거래에서 NHN이 파트너를 한 번 바꿀 때마다 NHN을
놓친 회사의 담당자는 문책을 당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입니다.

 

빅스위치, IT가 중요한가 등의 저서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메가컴퓨터가 다가온다"
며 결국 우리의 컴퓨터 사용환경은
중앙집중적 체제로 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 변화는 좀 더 저렴하고, 강력하며,
안정적인 컴퓨터 환경을 대중에게 전해 줄 수 있는 기술의 유토피아인 동시에, 우리의
모든 정보가 소수의 기업들 손에 집중되고, 우리의 모든 취향과 신념체계, 지금껏
간직해 온 구 시대의 문화가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디스토피아이기도 합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철학을 파는 기업, 구글과 스타벅스

스타벅스와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글을 읽다가 문득 구글이 떠올랐습니다. 커피와 인터넷이 무슨 관계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두 기업은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물론이고, 무수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으며, 꽉 짜여진 매뉴얼에 의해 관리되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본질적인 공통점은 이 두 회사가 파는 것이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기보다는 ‘철학’이라는 점일 겁니다.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에 열광할까요? 아니, 열광했던 걸까요? 어떤 사람들은 맛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전 잘 모르겠습니다. 스타벅스 커피와 맥도날드 커피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했는데, 결과는 많은 이들이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고도 하지요. 어떤 이들은 분위기가 좋다고 합니다. 스타벅스는 ‘문화’를 판다고 합니다. 미국 내 1인 당 연간 독서량이 가장 높은 도시인 시애틀의 분위기가 이 체인점의 매장마다 녹아 있다고도 하고요. 그러나, 그 문화를 파는 곳에서 틀어대는 음악은 (비록 간혹 레이 찰스 에디션을 발매하기도 한다지만) 주로 싸구려 재즈 컴필레이션일 뿐이고, 대부분의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은 매뉴얼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인간 기계’처럼 움직입니다.

 

제 생각에는 스타벅스의 진짜 경쟁력은 철학입니다. 앞서 소개한 글을 쓰신 프라다걸 님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스타벅스는 소수의 부유한 커피마니아들만이 즐길 수 있던 고급 배전두 커피를 ‘일상에서도 가끔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사치품’으로 끌어내리면서 세상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바꿔놓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철학 만큼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습니다. 그 새로운 컨셉을 가장 먼저 들고 나왔기에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열광했습니다. 비록 맛은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지언정, 스타벅스의 고객이 자신이 마시고 있는 커피 한 잔에 담긴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커피 한 잔의 향이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스타벅스가 레이 찰스의 음반을 발매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엉뚱한 짓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역시 스타벅스’라고 생각했고, 스타벅스의 초록색 로고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는 스스로의 행위 자체가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을 겁니다.

 

구글의 경쟁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구글의 검색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구글보다 네이버를 선호하고, 중국인들은 구글보다 바이두를 선호하며, 일본인들은 구글보다 야후재팬을 선호합니다. 구글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는 뜻이죠. 기술은 결코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구글의 ‘Web 2.0’ 정신이 성공 요인이라고도 합니다. 참여와 공유, 개방의 민주적인 정신이 인터넷 산업에서 먹혔다는 것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구글이 인수합병한 이른바 web2.0 서비스들은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성공이라 말하기 힘들죠.

 

구글의 경쟁력 또한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호는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구호가 됐습니다. 사실 어떤 기업도 악해지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고, 사랑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그 ‘의지’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서 성공에 이르는 방법으로 사용한 기업은 제 짧은 지식 범위안에서는 구글이 최초였습니다. 이 의지를 전파해 준 고객들 덕분에 구글은 기업 광고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철학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됐기 때문에 구글의 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후광 효과’를 얻은 ‘선한 기술’이 됐고, 구글의 web2.0 실험은 ‘인터넷 민주주의의 사회적 전파’로 해석될 수 있었던 겁니다.

 

생각해보면 사회가 발전하고 기업의 효율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점점 철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단순히 싸고 품질좋은 제품에 불과했던 한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지요. 애플은 아이팟과 매킨토시를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그들이 파는 것은 ‘Think Different’라는 철학입니다. 애플 제품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 좋고 품질좋은 제품을 산다는 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맞서는 사회적 행위’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바디샵의 화장품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품질좋은 화장품을 산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고객들에게 성형과 작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나이와 함께 적응하는 자연스럽고 순리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지지하고, 가난한 나라의 이웃을 돕는 행위에 참여한다는 가치를 제공하죠.

 

철학은 점점 품질 못지않은 중요한 부가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물리치는 기업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성공의 덫에 걸려 있는 기존의 강자들이 이런 상황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또 하나의 문제점은 철학으로 성공한 기업조차 성공을 거두게 되면 스스로 성공의 덫에 자신을 옭아매며 기존의 강자를 모방한다는 점이죠. 스타벅스에서 ‘철학’이 빠지자 고객들은 쉽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반면 구글은 자신들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무료로 선보이고, 대체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하며 자신들의 사회에 대한 기여를 알리고 있죠. 우리 각자가 활동하는 기업과 조직에는 과연 어떤 철학이 있을까요?

스티브 잡스

 

원래는 좀 더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얘기를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책 마감 시간만 성큼성큼 다가오던 것이었습니다. 어이쿠나 싶어서 남은 휴가를 몰아내고 두문불출 틀어박혀 텁수룩하니 수염만 기른 채 간신히 원고를 마감했네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출판인데, 이 책이 훨씬 분량도 적고 들인 시간도 적긴 하지만,(그리고 책값이 싼 탓에 인세도 훨씬 적겠지만) 워낙 단기간에 집중해서 미친듯이 달라붙었던지라 이상하게 더 애착이 갑니다. 고생의 강도가 애착의 강도에 비례하는 건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데도, 역시 그게 감성에는 훨씬 와닿는 모양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스티브 잡스의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이웃공개로 살짝 돌려놨습니다. 출판사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 말이죠. 그런데, 막상 원고를 완성하고, 이 얘기 저 얘기 지면 사정 탓에 잘라내다보니 다시 살려놔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책에는 있는데 블로그엔 아직 쓰지 못했던 사람들 얘기도 시간나는대로 올려볼 생각입니다.

 

전에 안철수 교수님 얘기를 쓸 때, 이러저런 일로 연락을 드렸더니 "책은 당신이 머리로 낳은 자식(Brain Child)"이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인쇄돼 나온 책을 다시 보니 여기저기 불만스러운 점이 눈에 띄고, 왜 처음 맘먹은대로 깔끔하게 안 빠져나왔을까 걱정되곤 했지만, 결국에는 그것도 제 자식인 셈입니다. 끝에 가선 단점을 덮는 애정이 생겨나게 마련이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흠흠하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