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4

nexus4
결국 투항했다. 새 앱은 모두 안드로이드로 나오는데 나만 아이폰을 쓰고 있기엔 비효율도 너무 많다. 당장 카카오페이지를 써봐야 하는데, iOS에선 안 돌아간다. 새 앱이 나오면 국내 앱은 모두 안드로이드부터 지원한다. 페이스북홈도 안드로이드용이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 선불 카드를 하나 사서 새 번호를 기존에 쓰던 아이폰에 넣어두고 기존 카드는 넥서스4로 옮겼다.

아쉬운 건 무지 많다. 아이메시지를 전화기에서 못 쓴다는 게 제일 아쉽고(전화기는 어쩔 수 없이 투항했지만 맥과 아이패드를 PC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바꿀 생각은 아직 눈꼽만큼도 없다.) 기계적인 아쉬움도 여전하다. 넥서스4는 아주 잘 만든 하드웨어지만, 두 개가 영 불만이다. 하나는 카메라. 아이폰5를 쓰면서부터는 따로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폰5가 제대로 된 카메라니까. 예전에 50만 원 넘게 주고 샀던 카메라가 하나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다른 하나는 음악. 음질은 어찌어찌 귀를 적응시켜 참아본다고 쳐도, 아이튠즈 매치와 아이튠즈의 재생목록 기능 같은 건 안드로이드에선 기대하기가 힘들다. 물론 구글 뮤직도 클라우드에 음악 파일을 저장하는 게 되긴 되고, 안드로이드에도 재생목록을 스마트하게 지원한다는 앱이 있긴 있다. 안드로이드가 원래 아이폰에서 쓰는 대부분의 기능이 되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 그런 게 영 맘에 안 든다. 되긴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되는 걸 원하는데,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 사소한 문제들도 있다. 넥서스4에는 아이폰처럼 손톱 끝으로 밀어서 진동과 일반 모드를 전환시켜주는 스위치도 없고, 홈버튼도 없다.

그럼에도 넥서스4를 쓰는 건 카카오페이지가 좋아서…만은 아니고, 다른 좋은 점들이 많아서다. 사실 요즘 뭔가 인기라는 앱들이 전부 안드로이드로 먼저 나오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키보드다. 스위프트키를 처음 써봤는데, 외부 키보드 사용을 꽁꽁 막아놓은 아이폰에서는 이 놀라운 키보드를 쓸 방법이 아예 없다. 한글, 영어 어떤 언어든 입력할 때 스위프트키는 기존 키보드보다 훨씬 편했다.

둘째는 당연히 지도다. 아이폰의 구글지도는 아주 뛰어난(심지어 안드로이드보다 뛰어난) 매력적인 UI를 갖고 있지만, ‘내 지도’ 기능이 없다. 이 기능을 쓰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들과 언젠가 놀러갈 장소를 표시해 놓는 용도부터 시작해서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술집이라거나, 특정 출장 기간 동안의 취재원과 만날 인터뷰 장소 등을 모두 ‘내 지도’로 적어 둔다. 그러면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이걸 불러와서 찾아가야 할 장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선을 짤 때 이보다 편한 방법이 뭐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아이폰에선 아예 내 지도를 불러올 수 있는 기능 자체가 빠져 있다. 즐겨찾기 정도는 되지만, 그보다 더 ‘구글스럽게’ 쓰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셋째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공유 기능. 미투데이로 글을 읽다가 포켓에 글을 내보낸다거나, 친구가 문자메시지로 보내준 사진을 라인으로 전송하는 게 왜 아이폰에선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한 번 이 앱 저 앱 모두 공유기능을 풀다운 메뉴에 집어넣기 시작하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어지는 안드로이드의 특징이 짜증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저분해서 뭔가를 지워가는 게 없어서 불편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넷째 녹음 기능. 이지보이스레코더라는 앱을 내려받았는데, 넥서스4의 마이크 감도가 아주 좋아진 기계적인 발전도 좋지만 전화가 오면 오는대로, 문자메시지나 다른 알림이 뜨면 뜨는대로 녹음이 정지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게 최고다. 아이폰에서는 쓰는 사람 생각이 어떤지는 묻지도 않고 전화가 오면 아이폰이 무조건 녹음을 중단했다. 나처럼 전화기로 녹음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거 은근히 짜증나는 일이었다.

다섯째는 태스커. 사실 스위프트키와 태스커는 지난번 신문 칼럼으로도 썼던 주제다. 안드로이드의 분명한 장점 말이다. 사람이 해야만 하는 귀찮은 일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는 건데, 조금만 머리를 쓰면 지금의 스마트폰에 훨씬 더 많은 귀찮은 일을 대신 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맘에 들었다.

여섯째로 무선충전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늘 배터리가 부족해서 자리에 앉으면 늘 충전기에 전화기를 꼽아놓곤 하다보니 이게 별 것 아닌 게 아니었다. 전화가 오면 들어야 하고, 들고 통화하다 일어서서 걸어야 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충전 코드를 뽑았다 꽂았다 하지말고 이렇게 올려만 두고 있으면 그게 의외로 편하다.

지금까지 애플은 혼자서 거의 모든 걸 다 해왔다. 아이폰은 하드웨어로서 여전히 최고이고,(화면 크기든 뭐든 전체적인 완성도로 이보다 더 뛰어난 기계는 아무리봐도 아직 없다.) 앱도 훌륭하다. 하지만 애플은 한국 시장을 위한 최적화에는 그다지 포커스를 맞춰본 적이 없는 것 같고, 애플의 훌륭한 하드웨어를 직접 통제하려 드는 외부 파트너들도 환영하지 않는다.

대신 그 덕분에 생긴 엄청난 장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보안이다. 한국이 안드로이드를 원하니, 나도 어쩔 수없이 안드로이드를 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여전히 아이폰을 권한다. 특히 우리 어머니나 장인장모님 같은 어른들에게. 어제였나, 회사에 들어갔더니 옆 부서 데스크가 “왜 쓰지도 않은 소액결제가 내 핸드폰으로 결제된 거냐고!”라면서 소리를 치는 게 들렸다. 화가 나셨겠지만 아마도 스미싱이겠지 싶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별로 설명하긴 싫고, 설명해봐야 문외한이 그걸 이해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아이폰을 쓰면 그런 문제를 겪을 일이 없다. 안드로이드에서도 설정을 어찌 하고, 뭘 주의하고, 얘기하면 되지만 왜 그런 걸 소비자가 고민해야 할까.

사실 보안만이 아니라 이건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 철학과 같은 것이다. 토스터 같은 컴퓨터. 우리 어머니도 쉽게 쓸 수 있는 기계. 아이폰은 손 댈 수 있는 게 적고, 획일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 덕분에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개성을 나타낼 수 있고, 강력한 기능도 넣을 수 있겠지만 그 탓에 끊임없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나고 그 문제를 사용자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고난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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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ive smart?

늘 의문이었다.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어떻게 스마트하게 살라는 것인지. 그만큼 안드로이드에 대해 불신이 심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기점으로 조금씩 생각이 변했고, 갤럭시 넥서스 하드웨어에도 만족하게 됐다. 그러다 지난주 갤럭시 노트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내 건너갔다, 돌아왔다(USIM을 갤럭시 노트에 꽂았다가, 아이폰4에 꽂았다가)를 반복하면서 보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아주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왔다갔다 한 중간 느낌이다.
우선 갤럭시 노트를 쓰면서 느낀 좋은 점부터. 사실 안드로이드폰을 기계적으로 리뷰한 것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이 폰은 내가 쓸 폰”이라고 생각하면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테마도 바꾸지 않고, 아이폰에서 쓰던 앱을 대체할 앱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폰과 동일한 앱을 깔아서 하루이틀 정도 아이폰 대신 써보면서 장단점을 찾았다. 이번엔 달랐다. 실망해도 다시 돌아왔고, 좋은 점이 있으면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음악도 듣고 게임도 했다. 사실 이 점이 제일 중요했다. 음악하고, 게임하는 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험이니까. 예전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음악을 듣는 기능은 형편없이 후졌고, 게임은 별로였다.

그 결과 이번엔 좋은 점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구글뮤직. 이건 정말 아이튠즈 매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무료로 2만 곡의 MP3 음악을 구글 서버에 올려놓고 스트리밍해서 들을 수 있다. 구글 계정만 있다면 모바일웹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데스크톱, 노트북 가리지 않고 활용 가능하다. 혁신적이고, 놀랍고, 정말 싸다. 공짜니까. 그런데 쓰면서 계속 양심에 가책이 든다. 이게 과연 뭐 하자는 비즈니스일까. 돈 몇 푼 아끼자고 온갖 불법다운로드 음악들에게 평생 면죄부를 준다. 구글이 자기들의 음악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날려 버릴 일은 없을테니까. 그래서 구글 뮤직은 아이튠즈 매치와는 접근 철학부터 다르다. 구글은 그저 파괴자다. 불도저처럼. 좋긴 좋은데, 이걸 쓰면서 계속 씁쓸하다. 난 1년에 3만원(25달러) 정도 내고 음악을 들을 용의가 충분히 있는데.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통화 녹음이 된다는 사실이다. 기자들에게 이건 정말 중요하고, 때로는 결정적일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폰은 미국법에 따라 제조되기 때문에 이 기능이 강제로 빠진다는 데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국 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통화 녹음 관련 앱도 판매되지 못한다. 심지어 탈옥앱 마켓인 Cydia에서도 통화 녹음 앱은 찾을 수가 없다. 미국에선 통화 중 녹음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동의받지 못한 녹음에 대해 법적 증거자료로서의 효력이 없을 뿐, 녹음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 이 기능을 보면서 오래된 갈증이 풀린 것만 같다.

안드로이드용으로 특화된 앱들도 꽤 쓸만하다. 시스템에는 손도 못 대는 아이폰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굉장히 많은 부분을 앱들이 직접 건드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체리피커. 문자메시지를 읽어서 스스로 해석해서 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알뜰 카드 사용을 돕는 이 앱은 놀랍다.(신문기사로 소개된 적도 있다.) 이런 걸 만들려면 그저 OS 차원에서 문자메시지에만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인데, 아이폰은 이걸 막아놨다. 당연히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는 아이폰이 월등한 셈이다. 하지만 체리피커 앱 같은 걸 쓰다보면 정말 ‘와우’ 소리가 난다. 안다. 편리함과 보안은 원래 양날의 칼이란 걸. 그래도 편한 건 편한 거니까.

OTA(Over the Air). 말 그대로 모든 게 무선으로 이뤄진다. 휴대전화를 충전할 때 외에는 거의 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삼성이 직접 만든 Kies Wifi 앱도 매우 뛰어나다. 웹브라우저로 파일 탐색을 하도록 만들다니. 크롬북이든, 내 맥북이든 관계없다. 확실히 디바이스의 폐쇄성을 벗어난다는 점에서는 구글이 앞서 있다. 애플은 이런 식으로 제품을 만들면 하드웨어를 팔 수 없기 때문에 택하기 힘든 방식인데, 따라서 안드로이드가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 얘기 한 김에 더 말하자면, ‘갤럭시 초이스’ 같은 앱은 꽤 산뜻한 인상을 준다. 안드로이드마켓의 가장 형편없는 점은 엉망진창 쓰레기앱들이 마켓에 지나치게 많이 널려 있다는 것이다. 보석같은 쓸만한 앱들이 있긴 한데,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는 보석이 보석으로 대접받는데다, 보석이 아니더라도 대충 쓸만한 광석이긴 하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는 오물 더미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안드로이드팀이 아무리 골라봐야 그거야 레퍼런스폰을 위한, 최신의, 일부의 앱 정도나 골라진다. 심지어 이렇게 고른 것들도 애개, 싶기도 하다. 그런데 삼성은 아예 갤럭시에서 잘 돌아가는 앱만 모아서 ‘갤럭시 초이스’를 만들었다. 앵그리버드부터 사운드하운드까지. 제조사가 최고 수준의 큐레이션을 직접 벌여서 소비자들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HTC나 모토로라도 이런 걸 하던가?

음성인식. 아이폰은 아직 한국에 맞춰 음성 관련 커스터마이징을 제대로 해 줄 정신까지는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서 아이폰 오프라인 판매도 연기할 정도로 제품이 잘 팔리는데 뭣하러 한국까지. 아마도 시리(Siri)의 한국어 서비스가 나올 올해 중후반에야 어떻게든 해결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구글 음성인식과 키보드 어디서든 바로바로 인식이 되는 안드로이드 방식이 음성 입출력에는 상대적으로 편하다.

그리고 펜. 이것 때문에 갤럭시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나 슥슥. 아주 가는 선으로 선 굵기를 줄여서, 작은 글씨로 글을 썼는데도 별 무리없이 필기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장점이다. 그런데, 디폴트 필기앱인 S메모가 ‘저장’ 버튼을 눌러야만 작성중이던 메모를 저장한다. 황당하다. 여러 장을 쓰다가 마지막 장을 날려버리는 경험이 꽤 자주 있다. 전형적인 윈도 방식, 또는 옛 공돌이 방식의 ‘작성-저장’ 프로세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좋은 점 얘기는 대충 했다. 그러면 이제부턴 쓴소리.

무엇보다 갤럭시 노트는 안 예쁘다. 안드로이드 OS는 더 안 예쁘다. 마티아스 두아르테가 뭐라뭐라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갖고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지만, 그래봤자 아직 멀었다. 갤럭시와 안드로이드에는 독특한 취향이 없다. 그러니까, 냉정히 말하자면 안드로이드는 아저씨 같다. 아이폰을 쓰다 안드로이드로 건너오면 드는 느낌은 최근 내가 10년 넘게 탄 헌차를 바꾸려고 가끔씩 새 차를 시승해보곤 했는데, 그때 새 차 시승을 마치고 다시 내 차를 모는 느낌과 비슷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디테일, 사용자부터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얘기다. 예를 들어 아이폰/아이패드에서 화면 일부를 확대한 뒤 스크롤을 하면 화면이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게 아니라 손가락 방향을 해석해 상하로만, 또는 좌우로만 화면이 움직인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상하좌우 360도 화면이 아주 자유롭게 움직인다. 안드로이드가 사용자 의도를 충실히 더 반영한다고? 읽어보면 안다. 사용자의 의도는 글을 편하게 읽는것이지 정신없이 움직이는 화면을 보려는게 아니다. 심지어 글을 아래로 스크롤한 뒤 맨 위로 한번에 이동하는 기능도 안드로이드에는 없다. 개별앱들이 일부 지원할 뿐이다. 소비자가 모두 하루종일 유튜브만 볼 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주소록. OSX 차원에서 연동되는 맥-아이폰-아이패드를 이어주는 애플의 주소록을 쓰다가 어쩔 수없이 구글 주소록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이클라우드(iCloud)가 구글주소록과 직접 동기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성과 이름 구별하는 데에도 소극적이던 구글 탓인지,(그냥 말하는대로 쓰면 검색된다는 배짱)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쓰던 구글주소록을 일부러 못 쓰게 만든 애플 탓인지. 하여튼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클라우드가 더 좋은데, 어쩔 수없이 구글로 돌아와야 했다. 기능은 쓸만한지 몰라도 멋대가리는 전혀 없는 그 방식으로.

갤럭시 노트의 화면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채도를 높여서 생동감있어 보이게 만든 것까지는 좋은데, 특정 색 영역에서 붉은색이 너무 도드라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진을 아이폰에서 보면 훨씬 자연스럽고, 갤럭시노트에서 보면 부담스럽다. 붉은색 계열에선 그냥 넘기기 어려운 수준의 왜곡도 가끔 일어난다. 억지로 화장을 덕지덕지 해서 부자연스러운 미모를 만들어낸 싸구려 얼굴 같은 느낌이다. 훌륭한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라고는 볼 수 없는 실수다.

말 나온 김에 카메라도 얘기하자면, 그냥 쓰기에는 갤럭시 노트의 카메라도 무난하고 훌륭한 카메라다. 갤럭시 시리즈의 이전 제품들과 비교하자면 꽤 좋아졌다. 하지만 늘 얘기하는 고질적인 셔터랙 문제는 (다른 안드로이드 경쟁사와 비교하자면 꽤 훌륭한 수준이지만) 아이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쳐진다. 사람들은 셔터가 눌리는 바로 그 순간의 사진이 필요하다. 그게 스냅사진 아닌가. 그런데 갤럭시 노트에는 여전히 셔터랙이 존재한다. 누를 때 보였던 화면은 멋진데, 실제로 나온 화면은 그 장면이 아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에는 인스타그램도 없고, 안드로이드용 패스(Path) 앱은 필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쳇.

또 하나, 한 손으로 쓸 수가 없다. 아이폰 크기가 사실상 한손으로 무리없이 쓸 수 있는 최적화된 화면크기가 아닌가 싶다. 갤럭시 넥서스도 그랬는데, 화면이 크면 보기는 좋은데, 조작은 쉽지 않다. 갤럭시 노트는 아예 두 손 쓰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이 화면 크기 덕분에 세로모드에서도 키보드 입력시 오타가 거의 없다. 갤럭시 노트를 보면서 다시금 펜글씨로 입력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써보니 키보드 오타가 확 줄어들고 입력속도도 빨라져서 펜글씨 입력을 포기했다. 필요 없어졌다.

끝으로 하나. 이 모든 게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와 나온지 1년 반 된 아이폰4 사이의 비교다. 난 Siri라거나, 800만 화소의 놀라운 아이폰4S 카메라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갤럭시 노트는 아이폰4를 버리고 안드로이드로 전향하는 걸 고민하게 할 몇 가지 이유를 제공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다. 여름이나 가을에 아이폰5가 나올 때까지는 갤럭시 노트를 써볼 생각이다. Go런처 같은 걸 쓰는 재미도 느꼈고, 구글 뮤직은 맘에 드는데다, 체리피커 데이터도 쌓아보고 싶으니까.

늘 그렇듯, 경쟁은 결국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유일한 회사가 한국 회사라는 건 나쁜 경험이 아니다. 솔직히 조금은 국수적으로 자랑스럽다.

갤럭시S2, 안드로이드의 오늘, 그리고 애플의 미래.

아이폰4를 버리고 갤럭시S2로 넘어가고 싶은 이유:
1. 한글/영어 음성입력. 키보드 설정에 따라 알아서 한국어/영어로 말하면 알아듣고 타이핑을 대신 해 줌. 문자 메시지, 검색어, 트위터 입력 등 모든 곳에 사용. 애플이 이 정도 수준의 한국어 음성 입력 기능을 만들어 줄거라는 기대도 안 하고, 구글도 “아이폰은 시스템 설정을 건드릴 수 없다”며 아이폰용 음성입력 개발은 손을 놓은 상태.
2. 동영상 볼 땐 확실히 AMOLED. 색감이 다르다.
3. 암호를 쓸 때 한글키보드 상태에서 입력가능. 아이폰에서는 암호가 ‘dkagh'(암호)인 경우 영문자판과 한글자판을 외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만(아예 한글 자판 선택이 불가능) 안드로이드에서는 그냥 한글자판에서 입력해도 영문으로 알아들어준다. 이거 의외로 편리.
4. 구글. Gmail과 구글 문서도구, 피카사 웹앨범, 구글캘린더, 구글연락처를 써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계정 한 번 입력하면 (유튜브까지 포함해) 모든 구글 서비스에 100% 연동되는 스마트폰은 매력적. 무엇보다 유선으로 노트북에 연결하지 않아도 클라우드에서 모든 게 해결됨.
5. 무엇보다 아이폰에서 점점 인터넷을 덜 쓰고, 대부분의 업무와 읽기를 아이패드로 해결. 어차피 스마트폰이 그저 무선인터넷 중계기 역할이라면, 안드로이드폰-아이패드 조합도 나쁘지 않을 듯.

그럼에도 갤럭시S2로 넘어가기 어려운 이유:
1. 아직도 2% 부족. 갤스2는 볼륨 조절이 10단계. 1/100 단위의 조정 같은 건 불가능. 더블 탭(두번 두드리기)해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 폭에 글씨 크기를 맞출 때에도 아이폰이 안드로이드보다 적절한 크기의 글씨체로 폭을 잘 조절. 또 안드로이드에서도 휙 빠르게 스크롤하면 화면 맨 위까지 자동스크롤되긴 하지만 메뉴버튼만 탭하면 최상단으로 이동하는 아이폰과는 스피드도, 편의성도 차이가 있음. 이런 건 사소하지만 늘 쓰는 기능인데… 안드로이드팀의 선처만 바랄 뿐.
2. 아이튠즈. 아무리 클라우드로 음악을 듣는 시대라지만, 2003년부터 8년을 관리하며 별표를 매기고 재생횟수를 기록해 온 아이튠즈 플레이리스트를 대체할 수는 없음. 도서관에 책 다 있다고 책꽂이 버리는 사람 없는 것과 똑같을 듯. 애플에 코 꿰였음.
3. 카메라. 갤스2의 카메라는 무려 800만 화소에 화질도 선명. 하지만 아직도 아이폰 따라가기엔 버거운 셔터랙이 부담. 다만 카메라 앱을 처음 열 때 걸리는 시간은 갤스2가 빠른 듯. 다음 세대 갤스 카메라에서는 좀 나아지려나.
4. 페이스타임. 탱고도 아직 못 미덥고, 구글톡은 갤스2의 다음 버전 업그레이드에서야 쓸 수 있을 듯. 맥북과 아이패드, 아이폰을 넘나드는 페이스타임이 한동안은 출장길의 가장 좋은 동반자.
5. 그동안 사놓은 앱. 안드로이드에도 좋은 앱들이, 그것도 무료로, 많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Instapaper, Compositions, 블루리본 가이드 등은 대체불가능. 아이패드로 일부 보완되겠지만 아이패드는 주머니에 넣고 가는 건 아니니까…

결론: 음악을 끊지 않는 이상, 어느새 아이팟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아이폰을 버리기가 쉽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안드로이드도 정말 많이 따라왔습니다. 갤스2에서는 신경 쓴 흔적이 많이 엿보입니다. 한 때 거추장스러웠던 삼성전자의 ‘터치위즈 UI’는 이제 그냥 안드로이드에 스윽 스며들어서 (넥서스S보다 인터페이스가 덜 화려해보이긴 해도) 안드로이드가 가진 약간의 불편함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팀에서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갤럭시A 시절에 혹평했던 생각이 나는데, 그새 엄청나게 발전했네요.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합니다.) DMB를 넣어서 해외판매 제품보다 약간 두껍다지만, 이미 충분히 얇아서 두께로도 별로 손해보는 느낌이 아닙니다. 특히 반응속도가 빨라져서 이젠 정말 화면을 두드릴 때마다 햅틱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덕에 키보드를 치는 느낌도 제법 납니다.(갤럭시S까지도 약간 느린 감이 있어서 전 일부러 이 진동을 꺼두곤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5는 대체 뭘 보여줄 수 있으려나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는 ‘디퍼런트’라는 책에서 “카테고리 내 브랜드와 제품 수가 증가할수록 제품 간의 차이는 점점 좁아지고, 나중에는 구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시리얼을 고를 때 별 어려움 없이 통곡물 시리얼이나, 초콜릿 맛 시리얼을 고를 수 있지만 화성인은 시리얼을 고르려면 ‘옥수수를 주 원료로 만든 지구인의 아침식사’라는 범주 내에서 존재하는 곡물 함량과 카카오 함량의 세밀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갤럭시S2를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이제 저부터 제 부모님 또래의 분들에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대해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하나는 애플이란 회사가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구글이란 회사가 만들었다”는 것 외에는 큰 차이점이 생각나지 않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음 제품이 궁금합니다. HTC는, 애플은 어떻게 다음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려나요. 과연 앞으로도 우월한 UI라거나 잘 정돈된 OS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화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안테나게이트

자, 문제는 이랬습니다.

1. 아이폰4의 안테나 특정부분(왼쪽 아래)을 잡으면 통화가 끊기거나 안테나 신호표시가
확 줄어든다.

2. 애플에 이게 문제라고 했더니 스티브 잡스가 직접 별 문제 아니라고, 그렇게
쥐지 말라더라.

 

스티브 잡스의 답은 이랬습니다.

"아이폰4만 그런 것 아니다. 다른 폰들도 그렇다."

 

참 유치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열심히 이 ‘안테나게이트’ 기자회견 프레젠테이션을 다 봤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디테일이니까요. 한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우리 고객들이 우리 제품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불만을 모두 다 읽고 듣고 본다.
그리고 그걸 아주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 들이고 아파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이런 식의 인식이 좋은 PR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중은 결코 기업이
‘개인적으로’ 대하는 반응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오히려 이러저런
프레임을 통해 몇 차례 해석돼 재구성된 반응만을 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기업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직접 대화를 시도해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오리지널
포스트나 트윗을 보는 대신 언론이 해석해 쓴 기사나 의견을 단(Quoted) RT를 통해
문제를 보게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 자신의 평소 성향과 맞는 내용을 강화시키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게 되죠.

 

이날 스티브 잡스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1. 자 봐라, 동영상으로 실험해보니 다른
회사 스마트폰도 다 안테나 문제가 있지 않는냐, 2.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겠다, 아이폰4는
AT&T가 얘기하기로 아이폰3GS보다 통화성공률이 더 좋다, 3. 안테나 문제를 겪는
소비자는 뭔가 문제가 있다며 우리 고객센터로 전화하는 고객 가운데 단 0.5%에 불과하다.
직접 그 얘길 면전에서 스티브 잡스로부터 듣는다면 어떤 소비자라도 아이폰4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을 겁니다. 진심어린 억울함처럼 들렸고, 이유있는 해명으로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이 동영상을 직접 보는 사람들은 약 1000만 명이 넘어갈 수도 있어
보이는 아이폰4의 잠재고객 가운데 극히 일부란 겁니다. 게다가 영어라니. 구글코리아라면
번역 자막이라도 씌울테지만, 애플코리아가 그러기를 바라는 건 여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길 바랄 일이죠.

 

이런 식의 진솔한 해명이 왜 문제인지는 아주 살짝 한마디 걸쳤던 ‘7월30일 출시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래
발매 예정국이던 17개국에서 30일에 그대로 발매될 예정이다. 단 한 곳, 한국만 빼고.
한국에서는 아직 정부 승인을 얻지 못했다." 마지막 문장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애플이 아직 승인(전파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저 한마디를 했을 뿐입니다. "Cause
it’s gonna take a little longer to get government approval there." 한국에서
정부 승인을 얻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란 얘기였죠. 한국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노릇은 전혀 없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데 대한
미디어의 각종 해석이 더해지자 결국 정부가 해명자료까지 내는 상황이 빚어진 셈입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자세는 좋지만, 대응도 개인적인 문제처럼
해봐야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화의
어려움입니다. 심지어 9월30일까지 세계 모든 아이폰4 고객들에게 무료 케이스를
나눠주겠다는 말도 "한국은 9월에야 아이폰이 나올 수도 있으니 혜택을 받는
소비자가 적을 것이며 이는 한국을 무시한 것"이란 얘기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갑니다. 스티브 잡스는 분명히 "9월30일까지는 케이스를 무료로 주고, 그
뒤로 어떤 혜택을 줄지는 그 때 가서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는데도요.
케이스를 계속 무료로 주든지, 감도를 높이든지, 아이폰4용 반창고(!)를 주든지 하는
다른 방식을 9월30일까지 만들겠다는 겁니다.

 

애플은 아주 드물게 마케팅과 PR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엔지니어 문화의 회사입니다.
많은 기술지향적 회사들이 마케팅이나 PR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차적 요소로만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광고를 하는 방식, 언론을 대하는 방식, 소비자의 구매경험
등에서 완전히 새로운 공식을 써왔지요. 하지만 이번 ‘안테나게이트’는 안테나게이트란
말이 생겨나는 걸 보고만 있었다는 점에서, 그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는 점에서, 해명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들을 더 늘리고 잡음을 키웠다는(RIM의 반박 등) 점에서 이래저래
대응이 미숙해보이기만 합니다. 도대체 애플의 마케팅센터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p.s. 전 중국어는 전혀 못하지만, 중국어를 못해도 이 동영상은 잘 이해가 되네요.
Reality Distortion Field란 스티브 잡스가 말을 하면 근거없는 얘기도 현실적으로
들린다고 주변 동료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스티브 잡스 주변은 저런 ‘현실왜곡장’이
펼쳐져 있다는. 이외에도 폭스콘 노동자, 데스그립 등 이슈들이 한번에.

 

 

위대한 제품과 위대한 공장, 아이폰4와 갤럭시S의 차이점

일본에 갔다 어제 밤에 돌아왔습니다. 구글 컨퍼런스 취재 때문이었는데, 돌아오니세상은 온통 애플과 삼성전자 얘기로 가득하네요. 뉴스를 읽다보니
많은 분들이 소프트웨어의 아이폰이 하드웨어를 보강했고, 하드웨어의 갤럭시가 소프트웨어를
신경썼다는 식의 얘기를 하시더군요. 서로가
서로를 닮아간다고요. 글쎄요. 뭐가 닮았죠?

 

아이폰4의 하드웨어는 사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성능이 향상됐다는 A4칩은
이미 아이패드에서 썼던 제품이고, 근본적으로는 ARM의 코어를 사용한 반도체입니다. 세부사항도
무척 중요하긴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스냅드래곤이나 삼성이 갤럭시S에 사용한
1GHz 칩셋과 비교해 숫자놀이에서는 별 차이가 없죠. 게다가 화제를 모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뛰어난 IPS 방식의 LCD일 뿐입니다. 물론 품질이 다른 저가의 LCD보다 월등하긴 하지만,
야외 시인성이나 넓은 시야각도 등은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LG전자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HD LCD와 해상도 빼고는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아마 LG전자가 애플만큼
동일 규격 제품에 대한 주문을 한 번에 많이 할 수 있었다면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처음 내놓은 화면이 됐으리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다
‘레티나'(망막)라는 이름을 붙이는 마케팅 감각이 있느냐는 건 별개지만요. 어쨌든 중요한 건
하드웨어 사양 하나하나가 아닙니다. 과연 이런 제품을 무엇을 위해
만드는지,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서 새로운 기능들을 어떻게 다른 기능들과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느냐는지가
중요하죠. 애플은 이걸 정말
잘 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저는 다른 발표에 묻혀 지나갔던 아이폰4의 ‘카메라’가
이런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새 카메라를 얘기하면서 화소수 경쟁보다는 카메라를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폰카라는 게 기본적으로 늘 들고
다니며 주변을 기록하는 도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폰카는 이미지 센서(필름
역할을 하는)도 작고, 렌즈도 작습니다. 그러면 들어오는 빛의 양도, 빛을 붙잡는
센서의 크기도 작아집니다. 자연스레 사진은 어둡고, 어두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의
화질은 더 형편없죠. 폰카는 이런 기계의 특성상 절대로 DSLR을 능가하진 못합니다.
대신 스티브 잡스는 똑딱이 카메라의 역할 정도는 아이폰4가 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개선했다고 강조합니다. 센서의 화소수는 늘렸는데, 개개의 센서 입자 크기는 줄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도록 한 거죠. 그래서 아이폰4의 500만 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스냅사진용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도 별로 뒤지지
않습니다.

 

참고삼아 아이폰의 카메라에 대해 한마디 더 하자면, 저는 제 아이폰
3GS의 카메라를 정말 좋아합니다. 화소는 300만 화소밖에 되지 않지만, 굳이 DSLR을
꺼내들 때가 아니라면
다른 모든 사진을 찍을 땐 아이폰 카메라만 씁니다. ‘셔터랙'(shutter lag)이 거의 없거든요. 셔터랙이란
셔터를 누르고 실제 사진이 찍힐 때까지의 시간인데, 다른 휴대전화 카메라로는 아이가 웃을 때 셔터를 누르면
사진에는 고개를 돌린 모습이
찍힙니다. 0.5초 정도의 순간 차이인데, 아이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거든요. DSLR은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바로 사진이 찍히긴
하지만, 무겁고, 늘 들고다니기 귀찮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아이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에게는 아이폰의 카메라가 굉장히 고마운 기능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화소수는 내세우지만
셔터랙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죠. 아이폰도 셔터랙을 강조하진 않습니다. 그냥 써보면
압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숫자놀음보다는 "일단
써보면 다르다는 걸 안다"며 입소문을 내는 것이죠. 애플은 우리가 기계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는 회사니까요.

 

그래서 애플은 위대한 제품을 만듭니다. 화질이 나쁘고, 지글거리며, 음성
품질도 엉망인 기존의 영상통화를 보다가 페이스타임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HD촬영이 가능한 고품질의 캠코더로 촬영해 전송하는 영상통화 화면이란 건
영상통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기능입니다. 페이스타임 광고를
보면, 애플이 어떻게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미션을 이뤄가는지 잘
느껴지죠.

 

갤럭시S는 이에 비하면 위대한 제품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최고의 기능’이라는 식의 찬사를 받긴 하지만, 사실 최고라기보다는 그냥
‘흠 잡을 데 별로 없는
모범생’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갤럭시S를 사고 싶어 밤을 새우는 사람들, 갤럭시S를 손에
쥐고 방방 뛰는 아이들, 갤럭시S를 선물받고 눈물을 쏟는 친구의 얼굴 등을 상상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품이 훌륭하다고 해도
사고 싶을 때 손에 닿는 곳에 있어서 살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습니다.

 

갤럭시S의 선주문 물량은 100만 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110여 개 통신사가 사겠다고
했는데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모두 원하는 날짜에 갤럭시S를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반면
아이폰4는 미국 등 5개국에서만 6월
말, 이후 7월에는 18개국에서만, 다른 나라에는 더 나중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는
사고 싶어도 제품이 없어서 못 산다는 거죠.
삼성전자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A라인에서 만들던 제품을 순식간에 B라인으로 확장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마술을 부리지만 애플은 이런 일을 하지
못합니다. 애플은 제품 물량을 예약하고, 납기에 따라 제품을 공급받으며, 주문량이
늘어나면 그 때 생산량을 늘립니다. 애플은 늘 시장의 반응에 대한 대응이 늦지만, 제품이 워낙 매력적이라 그걸로
이런 약점을 커버합니다. 심지어 기다리는 고객의 반응을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반면 스스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제품 반응이
별로다 싶으면 그냥 해당 라인을 인기 제품으로 바꿔 버립니다. 새 라인에 맞춰 직원을
교육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개월밖에 걸리지 않고, 여러 단계의 등급으로 나뉘어 관리되는
정직원들은 더 높은 등급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근무 환경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바꿔말하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자살하는 직원도 없고, 공장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시장의 반응에 따라 공장의 생산량을 48시간 이내에 조정합니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짧은 반응속도’를 가진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은 폭스콘에 48시간
이내에 생산량을 조정하라는 주문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주문하면 지금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계약도 하지 못하게 되죠.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외에도 기본적으로 많은
휴대전화를 만듭니다. 주문량이 많아서 애플못잖게 낮은 가격에 부품을 살 수 있고,
폭스콘 못잖게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애플과 폭스콘의 조합은 이루기
힘든 엄청나게 빠른 시장 반응속도라는 장점이 있는 거죠. 더 낮은 가격에 얼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독특한
경쟁력이 이 회사를 위대하게 만드는 저력입니다. 사실 노키아와 싸우며 터득한 전략이겠죠.

 

그래서 삼성전자는 위대한 제품은 아니지만 위대한 공장을 만들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비자들이
‘미치도록 갖고 싶은 애니콜’은 그다지 만들지 못한다고 해도, 애니콜은 언제나
늘 기본적인 품질은 지켜줬고, 적절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으며, 시장이 원하면 그
순간 그 자리에 제품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아마도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는
길 대신, 1위가 바뀌어도 계속 2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되려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