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7

언젠가 넥서스7 관련 얘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계속 미뤄졌다. 솔직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작고, 가볍고, 값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다는 얘기야 신문에도 기사로 썼는데, 사실 그것 말고 다른 얘기 할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스티브 잡스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니, 구글이 값싸고 성능좋은 괜찮은 기계 뽑아내는 상황에 대해 이 기계가 럭셔리한 고급기계가 아니라고 툴툴댈 필요도 없고,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 정도다. 직접 손에 들어보면 싸구려 7인치 태블릿이라고 평가절하했다면, 그 평가절하가 후회될 정도로 좋은 기계지만, 하도 좋다는 리뷰가 많아서 기대를 잔뜩 했다면 맘에 안 드는 부분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30만원도 내가 만족할 수 없다면 결코 싼 값은 아니니까. 아이패드의 반값이란 것만으로는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다.

사실 안 좋은 점을 딱히 찾기란 힘들다. 카메라가 되지 않아 문제라고는 하지만, 태블릿을 들고 카메라로 쓰는 사람이 워낙 별로 없기 때문에 카메라 때문에 아쉬웠던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터치스크린 오작동 문제 같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불량 문제도 내가 들고 있는 넥서스7에서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고, 사실 이런 문제는 거의 모든 터치스크린 제품이 동일하게 겪는 불량이기도 하다. 오히려 제품의 내구성에서는 아이패드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는 다른 의미로 아주 단단하다고 할 만한 부분인데, 지난 3개월 동안 몇 차례 떨어뜨리고, 굴리고, 험하게 다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눈으로 보이는 넥서스7의 상처라고는 지저분해진 상처투성이 흰색(I/O에서 나눠준 건 뒷판이 흰색인 스페셜 에디션) 뒷판과 전면 유리의 작은 실흠집 뿐이다. 한 번은 떨어뜨려서 앞판과 뒷판이 벌어져 버렸는데도 꾹꾹 눌러주자 다시 척척 맞아떨어져 원래 형태로 조립됐다. 아이패드였다면 이런 식으로 끼워맞추는 형태의 조립 같은 건 애초에 설계 과정에도 들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맘에 안 드는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밝기 조절이 잘 되질 않는다. 책을 읽는 기계로 포지셔닝하려던 게 구글의 의도 같은데, 그렇다면 침대에서 자기 전 스탠드 조명 없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해야 했다. 아이패드에서는 백라이트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밤에 조명이 완전히 꺼진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에도 눈이 덜 피로한 설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넥서스7은 너무 밝다. 터치스크린 캘리브레이션도 그리 정확한 것 같지는 않아서 늘 약간 위쪽을 누르는 느낌으로 탭을 하는 버릇이 들어버린 것도 옥의 티다.

사실 가장 불편한 점은 밝기 조절이나, 터치스크린 따위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탓이었다.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은 서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호환성을 완성한 상태다. 메시지를 보내면 세가지 기기 모두에 메시지가 전달되고,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도 자유롭게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 반면 이 사이에 안드로이드 기기가 하나라도 끼어들면 그 기기는 섬이 된다. 넥서스7이 그랬다. 그 자체로 쓸 땐 괜찮은데, 아이폰과 맥 사이에 끼워놓으니 뭔가 어색했다. 오히려 갤럭시넥서스를 잠시 테스트삼아 쓰고 있던 때에는 두 기계가 매우 잘 어울려서 별 어려움을 못 느꼈다. 아이폰과 맥 사용자가 넥서스7을 쓰려고 한다면 추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라면 반대로 이 기계는 매우 좋은 대안이 된다.

특히 iOS 제품을 쓴다면, 넥서스7을 발매하면서 구글코리아가 공을 들인 구글북스나 구글무비 같은 서비스가 사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서비스가 된다. 두 서비스가 다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넥서스7을 꽤 자주 들고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개인적으로는 구글북스와 구글무비에선 단 한편의 콘텐츠도 사지 않았다. 앞으로도 사지 않을 생각이다. 책은 리디북스나 교보, 크레마 같은 크로스플랫폼 서비스가 있고 동영상도 티빙 같은 서비스가 있다. 어차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사이에 호환이 될 일은 없다고 본다면 더더욱 후발주자인 구글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어진다.

넥서스7은 확실히 주머니 속에 넣어다니고 다니는 콘텐츠 플레이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나같은 iOS 사용자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 구글로 갈아타기엔 벌써 아이폰, 아이패드와 보낸 시간이 꽤 길다. 구글이 왜 그렇게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무료앱을 강하게 권하는지 알만한 지점이다. 사용자들의 전환비용을 줄이려면 이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무료앱을 밀어붙이는 정책 때문에 개발자는 물론이고 콘텐츠 사업자나 작가, 가수 같은 생산자들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꺼리는 것이기도 하다.

넥서스7은 그래서 잘 만든 기계지만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이 기계가 구글을 구원할까, 아니면 이 정도를 해도 안 된다는 패배감을 안겨줄까. 미국에선 아직 인기라지만, 언제 나올지 모를 소문이 무성한 ‘아이패드 미니’도 지금 발매시기를 내다보는 중이다.

스노 레퍼드를 써보면서 든 윈도 7에 대한 생각

새 매킨토시 운영체제 오에스텐(OSX) ‘스노레퍼드’가 지난 금요일 전세계에서동시에 발매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7’과 나름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터라 평소 관심도 있었고, 궁금하기도 해서 발매를 앞둔 기자간담회에도 다녀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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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썼죠. 구글의 크롬 OS까지 나오면 정말 이 시장이 어떻게 요동칠지 두근두근합니다.

 

하지만 OS 전쟁이야 기업들의 몫이고, 개인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새
운영체제에 도대체 어떤 기능이 담겨있을지, 내 컴퓨터에 설치할 수는 있는
건지가 궁금하게 마련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텔 맥을 쓰신다면 스노 레퍼드는
충분히 설치를 고려할 만 하다는 겁니다. 저는 집에서는 아이맥을 쓰고, 업무용으로는
지금은 단종돼 나오지 않는 검정색 맥북을 씁니다. 아이맥은 아직 업그레이드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만, 맥북은 늘 성능에 허덕였습니다. 회사 일도 맥북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상머신으로 윈도를 띄워놓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메일과 캘린더와 주소록은 물론, 페이지와 키노트, 수많은 사파리 창들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아이튠즈도 써야 하고, 간혹 아이무비나 아이포토라도 함께 연다면,
2.16Ghz Core2Duo, 2GB로는 늘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애플의 호언장담처럼
빨라지고 가벼워질 수만 있다면(물론 맥북 프로를 사는 옵션은 제외하고…) 무엇이든 시도했을 겁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스노
레퍼드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몹시 만족했습니다. 정말 빨라지고 가벼워지더군요.

 

스노 레퍼드를 쓰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변화가 소비자 입장에선
처음으로 고마운 변화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컴퓨터 업계에는 MS가 새 윈도 시리즈를 내놓으면
제조업체가 새 CPU, 새 메모리, 새 컴퓨터 셋트를 만들고, 이런 사이클이 시장을
키우고 판매를 늘린다는 법칙이 있었습니다.
업계는 윈도 업데이트 시즌에 맞춰 새 플랫폼을 만들었고, 기업은 그걸 꼬박꼬박
새로 사들여줬죠. 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맥 사용자들은 한 번
산 맥으로 5년이고, 10년이고 작업을 했지만, 새로 나온 OSX은 계속해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요구했죠. 변화는 윈도 비스타부터였습니다. 기업들은 비스타부터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 소비자들은 더 심해서 비스타가 깔린 컴퓨터를
구입한 뒤 애꿎은 비스타를 XP로 ‘다운그레이드’까지 했습니다. 윈도 7은 이런 사용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은 OS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동안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최적화’에
중점을 둔 덕분이죠. 비스타를 쓰던 소비자들은 자신의 컴퓨터 OS를 윈도7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만으로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습니다.
넷북에서 비스타를 돌리던 저 또한 윈도 7 RC 버전을 설치하고서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릅니다. 스노 레퍼드는 딱 그 때의 그 느낌을 줍니다. 레퍼드에서 스노 레퍼드로
업그레이드하면, 하드웨어에는 아무런 손도 대지 않았던 제 맥북이 갑자기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그래서 (애플의 주장과는 별개로) 저는 스노 레퍼드야말로 윈도7에 대한 애플의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노
레퍼드는 이전 버전인 레퍼드와
비교해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다만 조금 사용이 편리해졌고, 최적화를
통해 속도가 개선되고 디스크 저장공간도 적게 차지하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하드 공간이 7GB가 추가로 확보된다고
하니까요.(제 맥북의 하드 용량을 미리 적어놓질 않아서
얼마나 확보됐는지 세어 보진 못했습니다.) 윈도는 늘 OSX과 비교되는 놀림거리였습니다.
뉴욕타임즈의 IT 칼럼니스트 데이빗 포그는 비스타가 발매되던 당시에 비스타와
OSX의 새 버전 ‘레퍼드’를 비교
하기도 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스타가 레퍼드를
베꼈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비스타가 이런 놀림감이 될 정도로 형편없는 OS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스타의 ‘에어로’ 기능 등은 대단했거든요. 심미적인 아름다움 때문은
결코 아니고, 그 정도의 효과를 주면서도 PC가 크게 버벅대지 않는다는 데 감탄했습니다.
이는 비스타부터 GPU를 게임이나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아닌 일상적인 업무용 소프트웨어
구동에도 사용했기 때문이죠. 이 기능 때문에 비스타는 부팅을 시키자마자 메모리
점유율이 엄청 높아져서 욕을 먹었지만, 반대로 다시 생각하면 그 초기 점유율만 감내할
수 있다면 그 뒤로는 어지간히 무거운 작업을 해도 꽤 부드럽고 쾌적하게 작동했습니다. 게다가 USB를 하드디스크 대신 가상메모리로 사용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비스타는
결국 윈도 시리즈 가운데 최악의 실패작이 됩니다. MS는 그래서였는지 ‘비스타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새 OS를 내놓습니다. 그게 바로 윈도 7이죠. 이 OS는 초기 반응부터 XP나
비스타와 비교가 되질 않았습니다. ‘입소문’을 내주는 얼리어답터들이 ‘넷북에서도
잘 돌아간다’며 그 가벼움에 감탄을 거듭했죠. 그렇게, 윈도 7과 스노 레퍼드는 서로 경쟁해 나갈 OS가
됐습니다. 새로 나온
스노 레퍼드는 몹시 훌륭했습니다. OS만 바꿨을 뿐인데, 컴퓨터에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하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윈도 7도 이번엔 결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젠 더 이상
윈도 7이 OSX을 베낀다고 말하기도 어렵게 됐다는 생각입니다.

 

제 눈에는 오히려 애플코리아 분들이 기자간담회에서 "윈도
7은 OSX을 베낀 ‘또 다른 비스타’일 뿐"이라며 비난하는 모습이 ‘구태’와 ‘동어반복’처럼
보였습니다. 애플이 동어반복을 하는 사이, MS는 뼈를 깎으며 자기 혁신을 할지 모를
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여전히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MS에는 새로운 비저너리,
레이 오지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MS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으니까요.
맥 사용자인 저는 한국에
매킨토시 사용자가 더 많아졌으면 싶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러기가 썩 쉽지 않을 것 같아
또 아쉬워질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