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 and Frequency

land
스페인 내전이 발발한 1936년의 스페인은 여전히 농업 국가였다. 게다가 대공황이 미국은 물론 유럽대륙의 경제까지 엉망으로 만들어서 내정도 극도로 불안했다. 정치세력은 무정부주의자부터 왕당파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으로 분열돼 서로 대립하고 있었고 모로코에선 프랑코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민주 정부를 세워 보겠다던 공화파의 편에 사회주의자들이 합세하자 인민전선이 구성됐고, 이는 이후 파시스트와 인민전선 사이의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전은 곧 모두의 전쟁이 됐다. 농민과 노동자는 지주와 자본가를 상대로 싸웠고, 파시스트 이웃 국가였던 히틀러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프랑코의 편을 들었다. 신생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은 인민전선을 지원했고 파시즘의 광기를 우려한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들도 자원해서 내전에 참전해 인민전선 편에 섰다.

문제는 땅이었다. 땅과 자유. 발을 디디고 몸을 누일 곳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 권리 말이다. 그런데 스페인에선 이게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무능한 왕정은 자유를 억압했고,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부도 자유를 빼앗아갔다. 땅은 지주와 교회의 소유였고,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늘 가난에 시달렸다.

프랑코와 지주, 그리고 교회는 땅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겼다. 교회의 땅은 신의 대리인인 자신들을 위해 세속 권력이 양도한 침범 불가능한 재산이었다. 지주들의 땅도 대대로 세습되어 온 재산이었다. 프랑코는 충실히 이런 질서를 지켜나가고자 했다. 이들에게 땅은 ‘우리 것’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랜드앤프리덤은 인민전선이 파시스트로부터 수복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토지 분배 논쟁을 아주 디테일하게 긴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준다. 땅은 누가 가져야 하나? 답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다. 땅이 필요한 사람이 가져야 했다. 이들에게 땅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의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이들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뤄낸다. 그리고 소련이 등장한다. 소련이 원하는 건 자신들이 파시스트에 맞서 싸웠다는 대의명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이권이라도 챙기면 더 좋았다. 게다가 소련의 붉은 군대는 애초에 오합지졸인 인민전선 의용군들과 자신들이 동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들에게 땅은 토론을 통해 합의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냥 ‘당의 것’이었다.

길게 영화 얘기를 꺼낸 건 주파수 논쟁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LTE 통신망에 쓸 수 있는 신규 주파수를 새로 할당할 계획이라 통신업계가 시끄럽다. 시끄러운 이유는 간단하다. KT가 이번에 나오는 새 주파수 가운데 특정 대역을 낙찰받으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갑자기 LTE 속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KT 가입자들만 좋은 일이 생기고, 경쟁의 균형이 깨진다. 그렇다고 KT에게 이 대역을 할당하지 않으면 모두 그대로다. 누구도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걸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시각으로도 보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특혜’로도 본다. 그런데 구도를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해 보자.

통신사들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지주 계급 같다. 자신들의 울타리 바깥은 볼 생각도 없고, 존재를 인정할 마음도 없다. 지주들끼리도 재산권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땅은 늘 자신들의 것이다. 통신사의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다툼은 벌이지만 이건 통신사의 전유물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외의 누군가가 이 다툼에 끼어들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에트 연방 같다. 통신사들이 싸움을 벌이는 걸 잘 관리하면서 ‘국민을 위했다’는 대의명분만 지킬 수 있다면 그만인 듯 싶다. 애초에 통신사가 아닌 누군가의 존재는 정부 또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소련군이 인민전선의 의용군을 쳐다볼 맘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다면 인민전선은? 정말로 땅이 필요한 사람들은?

미국에선 주파수 경매에 구글이 입찰했던 적이 있다. 버라이즌이나 AT&T 같은 이동통신사가 통신망을 쥐고 타 사업자들의 진출을 꽁꽁 막았기 때문이다. 통화료는 비쌌고, 스마트폰 같은 건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직접 통신사를 차리겠다는 식으로 구글이 경매에 뛰어들었다. 통신사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글은 거침없었고, 경매 참가자의 자격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낙찰되는 주파수는 낙찰을 받지 못한 사업자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구글의 메시지가 스마트폰으로 오가는데 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료 이외에는 한 푼도 구글이나 소비자에게 요구하지 못하게 된 것도 구글이 이렇게 경매에 뛰어든 덕분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도 다르지 않았다. 버라이즌과 AT&T에게 통화료를 낮춰야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며 통화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스티브 잡스가 “그렇다면 애플이 통신사(MVNO)를 차려서 통신 시장에 진출해 경쟁하겠다”고 통신사를 협박한다. 결국 AT&T가 먼저 두 손을 들고 애플이 원하는 요금제를 만들어 줬다.

이런 기업들이 바로 주파수가 필요했던 사람들이다. 땅이 필요했던 인민전선의 농부들처럼. 한국에서 NHN이 경매에 뛰어든다면 어떨까. 지금도 스마트폰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고화질(HD)로 한다고 통신사들로부터 욕을 먹는데, 그냥 통신망을 하나 만들면 어떻게 될까.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같은 곳은 없다”며 통신사들이 보이스톡을 차단하는 걸 ‘말로만’ 욕해봐야 그들이 눈 하나 꿈뻑하겠나. 그냥 자기 통신망에서 무료 통화 하면 명분도 되지 않나. 엔씨소프트나 넥슨은 또 어떤가. 온라인 게임이 망에 큰 부하를 준다는 소리도 이제 들을 만큼 들은 것 아닐까.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17조 원, KT는 약 9조 원이다. NHN은 약 13조 원, 엔씨소프트는 약 3.5조 원이다. 비교해 봐도 통신사보다 그렇게 작지도 않은 건 물론이고, 이익 규모로만 따지면 인터넷 기업들이 훨씬 크다. 뒤에 물러서서 말로만 떠들어봐야 얘기가 될 리 없다. 평생 펜대만 굴리던 유럽의 지식인들도 스페인에 가서 직접 총을 들지 않았던가.

땅은 주파수와 다르다고 할지 모른다. 글쎄? 사적 소유가 없어서?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본주의 경제구역으로 늘 1위를 하는 홍콩에서도 땅은 모두 국가의 소유다. 대신 기업과 개인 등은 장기 사용권을 정부에게서 임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가 너무 작아서 이걸 개인 소유로 돌리고, 세습하게 놓아두면 홍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파수도 똑같지 않나.

NHN과 카카오, 엔씨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주파수 경매에 뛰어드는 게 불가능한 이유는 늘 이런 얘기를 꺼낼 때마다 100가지씩 듣는다. 구글이 처음 주파수 경매에 관심을 가질 때도 주변 사람들이 비슷한 얘기를 100가지 이상씩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아이폰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을 테고, 구글이 세계 최대의 모바일 기업이 된 오늘날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다. 울타리를 넘어서는 한국 기업들은 언제나 나오려나.

광고

넥서스4

nexus4
결국 투항했다. 새 앱은 모두 안드로이드로 나오는데 나만 아이폰을 쓰고 있기엔 비효율도 너무 많다. 당장 카카오페이지를 써봐야 하는데, iOS에선 안 돌아간다. 새 앱이 나오면 국내 앱은 모두 안드로이드부터 지원한다. 페이스북홈도 안드로이드용이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 선불 카드를 하나 사서 새 번호를 기존에 쓰던 아이폰에 넣어두고 기존 카드는 넥서스4로 옮겼다.

아쉬운 건 무지 많다. 아이메시지를 전화기에서 못 쓴다는 게 제일 아쉽고(전화기는 어쩔 수 없이 투항했지만 맥과 아이패드를 PC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바꿀 생각은 아직 눈꼽만큼도 없다.) 기계적인 아쉬움도 여전하다. 넥서스4는 아주 잘 만든 하드웨어지만, 두 개가 영 불만이다. 하나는 카메라. 아이폰5를 쓰면서부터는 따로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폰5가 제대로 된 카메라니까. 예전에 50만 원 넘게 주고 샀던 카메라가 하나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다른 하나는 음악. 음질은 어찌어찌 귀를 적응시켜 참아본다고 쳐도, 아이튠즈 매치와 아이튠즈의 재생목록 기능 같은 건 안드로이드에선 기대하기가 힘들다. 물론 구글 뮤직도 클라우드에 음악 파일을 저장하는 게 되긴 되고, 안드로이드에도 재생목록을 스마트하게 지원한다는 앱이 있긴 있다. 안드로이드가 원래 아이폰에서 쓰는 대부분의 기능이 되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 그런 게 영 맘에 안 든다. 되긴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되는 걸 원하는데,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 사소한 문제들도 있다. 넥서스4에는 아이폰처럼 손톱 끝으로 밀어서 진동과 일반 모드를 전환시켜주는 스위치도 없고, 홈버튼도 없다.

그럼에도 넥서스4를 쓰는 건 카카오페이지가 좋아서…만은 아니고, 다른 좋은 점들이 많아서다. 사실 요즘 뭔가 인기라는 앱들이 전부 안드로이드로 먼저 나오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키보드다. 스위프트키를 처음 써봤는데, 외부 키보드 사용을 꽁꽁 막아놓은 아이폰에서는 이 놀라운 키보드를 쓸 방법이 아예 없다. 한글, 영어 어떤 언어든 입력할 때 스위프트키는 기존 키보드보다 훨씬 편했다.

둘째는 당연히 지도다. 아이폰의 구글지도는 아주 뛰어난(심지어 안드로이드보다 뛰어난) 매력적인 UI를 갖고 있지만, ‘내 지도’ 기능이 없다. 이 기능을 쓰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들과 언젠가 놀러갈 장소를 표시해 놓는 용도부터 시작해서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술집이라거나, 특정 출장 기간 동안의 취재원과 만날 인터뷰 장소 등을 모두 ‘내 지도’로 적어 둔다. 그러면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이걸 불러와서 찾아가야 할 장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선을 짤 때 이보다 편한 방법이 뭐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아이폰에선 아예 내 지도를 불러올 수 있는 기능 자체가 빠져 있다. 즐겨찾기 정도는 되지만, 그보다 더 ‘구글스럽게’ 쓰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셋째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공유 기능. 미투데이로 글을 읽다가 포켓에 글을 내보낸다거나, 친구가 문자메시지로 보내준 사진을 라인으로 전송하는 게 왜 아이폰에선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한 번 이 앱 저 앱 모두 공유기능을 풀다운 메뉴에 집어넣기 시작하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어지는 안드로이드의 특징이 짜증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저분해서 뭔가를 지워가는 게 없어서 불편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넷째 녹음 기능. 이지보이스레코더라는 앱을 내려받았는데, 넥서스4의 마이크 감도가 아주 좋아진 기계적인 발전도 좋지만 전화가 오면 오는대로, 문자메시지나 다른 알림이 뜨면 뜨는대로 녹음이 정지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게 최고다. 아이폰에서는 쓰는 사람 생각이 어떤지는 묻지도 않고 전화가 오면 아이폰이 무조건 녹음을 중단했다. 나처럼 전화기로 녹음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거 은근히 짜증나는 일이었다.

다섯째는 태스커. 사실 스위프트키와 태스커는 지난번 신문 칼럼으로도 썼던 주제다. 안드로이드의 분명한 장점 말이다. 사람이 해야만 하는 귀찮은 일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쓰는 건데, 조금만 머리를 쓰면 지금의 스마트폰에 훨씬 더 많은 귀찮은 일을 대신 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맘에 들었다.

여섯째로 무선충전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늘 배터리가 부족해서 자리에 앉으면 늘 충전기에 전화기를 꼽아놓곤 하다보니 이게 별 것 아닌 게 아니었다. 전화가 오면 들어야 하고, 들고 통화하다 일어서서 걸어야 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충전 코드를 뽑았다 꽂았다 하지말고 이렇게 올려만 두고 있으면 그게 의외로 편하다.

지금까지 애플은 혼자서 거의 모든 걸 다 해왔다. 아이폰은 하드웨어로서 여전히 최고이고,(화면 크기든 뭐든 전체적인 완성도로 이보다 더 뛰어난 기계는 아무리봐도 아직 없다.) 앱도 훌륭하다. 하지만 애플은 한국 시장을 위한 최적화에는 그다지 포커스를 맞춰본 적이 없는 것 같고, 애플의 훌륭한 하드웨어를 직접 통제하려 드는 외부 파트너들도 환영하지 않는다.

대신 그 덕분에 생긴 엄청난 장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보안이다. 한국이 안드로이드를 원하니, 나도 어쩔 수없이 안드로이드를 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여전히 아이폰을 권한다. 특히 우리 어머니나 장인장모님 같은 어른들에게. 어제였나, 회사에 들어갔더니 옆 부서 데스크가 “왜 쓰지도 않은 소액결제가 내 핸드폰으로 결제된 거냐고!”라면서 소리를 치는 게 들렸다. 화가 나셨겠지만 아마도 스미싱이겠지 싶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별로 설명하긴 싫고, 설명해봐야 문외한이 그걸 이해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아이폰을 쓰면 그런 문제를 겪을 일이 없다. 안드로이드에서도 설정을 어찌 하고, 뭘 주의하고, 얘기하면 되지만 왜 그런 걸 소비자가 고민해야 할까.

사실 보안만이 아니라 이건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 철학과 같은 것이다. 토스터 같은 컴퓨터. 우리 어머니도 쉽게 쓸 수 있는 기계. 아이폰은 손 댈 수 있는 게 적고, 획일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 덕분에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개성을 나타낼 수 있고, 강력한 기능도 넣을 수 있겠지만 그 탓에 끊임없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나고 그 문제를 사용자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고난의 연속이다.

구글TV와 넥서스Q

지난주 생각지도 않던 겨울휴가를 쓰게 됐다. 생각지도 않던 휴가다보니 그냥 집에만 있었는데, 그 김에 집에 있는 IPTV를 바꿨다. 새로 나온 LG유플러스의 구글TV로. 처음 IPTV를 쓰게 된 건 그냥 “애들 보여주기엔 최고”라는 회사 선배의 조언 덕분이었는데, 그말대로 뽀로로와 뿡뿡이를 비롯해 디보와 로보캅 폴리 등 새로운 세계가 그 속에 잔뜩 펼쳐져 있더라. 덕분에 집에서 TV 시청 시간 가장 많은 게 우리 아들이 됐던 모양. 이번에 구글 TV로 바꾼 건 어차피 ‘TV는 조금 큰 모니터’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화질도 별로고, 컨트롤도 잘 되지 않는 기존의 IPTV를 계속 쓰느니 값도 싸고 채널과 정보도 많고, 안드로이드와 호환도 된다는 구글TV를 한 번 써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지난달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영화 카테고리가 문을 연 김에 잠자고 있던 넥서스Q도 깨워보았다. 도대체 이게 뭔지 기억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바로 이 기계다.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어서 결국 구글 스스로 생산을 중단하고, 예약주문 고객들에게 돈은 돌려주고 이 기계도 그냥 하나씩 선물해버린 바로 그 제품. 기능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몇 가지를 한다. 1. 폰/태블릿에서 보던 유튜브/구글뮤직 동영상/음악을 연결된 TV에서 재생한다. 2. 1과 같은 기능을 플레이스토어에서 구입한 영상/음악에도 똑같이 해준다. 끝이다. 모바일기기에서 TV로의 스트리밍? 불가능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구입한 게임플레이? 역시 불가능. 되는 게 없다. 뛰어난 능력자들이 해킹이라도 해주시길 바랬지만, 그러기엔 애초에 세상에 풀린 제품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구글플레이에서 한국에서도 영화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넥서스Q의 활용도가 늘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주로 쓰는 디바이스가 전부 iOS 계열이긴 해도, 영화를 TV로 보기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영화를 구글플레이에서 사 줄 용의가 있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영화 소울서퍼(Soul Surfer)를 주문했다. 두근두근. 넥서스7과 넥서스Q를 연결하고 플레이를 누른 순간 에러메시지가 나온다. “Not available in your country.” 아마도 넥서스Q의 국가설정은 미국이고, 내가 구입한 콘텐츠는 한국 콘텐츠여서 생긴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잽싸게 환불 결정. 그런데, 젠장, 넥서스7에서 바로 환불설정하는 메뉴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모바일 사이트의 환불 관련 UI는 완전히 미스테리 수준이다. 결국 노트북에서 환불 신청. 신청받았다는 메일은 광속으로 날아왔는데,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도 아직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무슨 콘텐츠를 사서 보라고.

구글TV는 그나마 좀 낫더라. 확실히 기존에 IPTV 서비스를 LG유플러스에서 해오던 게 있기 때문인지, 각종 인터페이스가 구글식과 기존 통신사 방식이 반쯤 섞인 느낌.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LG에서 전화를 받아주리라는 믿음같은 게 있다. 뭔가 사서 봤어야 했는데, 당장 무료 영화에 나니아연대기 시리즈가 올라와 있는 덕에 그걸 보느라 아직 유료콘텐츠 구입은 못 했다. 그래도 기존에 쓰던 IPTV보다 리모컨 반응이 훨씬 빠르고, 리모컨에 키보드도 달려 있는 건 맘에 든다. 그리고 리모컨으로 짜증날 경우엔 그냥 넥서스7을 리모컨으로 쓰면 된다. 모든 안드로이드폰도 다 마찬가지라서 리모컨, 세컨스크린(TV에서 보는 화면을 폰/태블릿에서도 보기) 등이 지원된다. TV를 와이프에게 빼앗겨도 태블릿으로 야구중계를 볼 수 있는 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듯.

문제는 VOD 일부에서 랙(lag)이 심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분명히 100M급 인터넷이라고 LG에서 엄청 광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HD 영화가 거슬릴 정도로 멈췄다 다시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뭔가 회선관리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대신 생방송은 아직 랙을 경험한 적이 없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회선도 LG 회선으로 함께 바꿨는데, 유튜브 재생이 그야말로 끝내준다는 점. LG가 구글캐시(Google Cache)를 도입한 덕분인데, 거짓말 아니라 다른 건 제외하고 유튜브만으로 평가했을 땐 전화모뎀 쓰다가 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연결했을 때의 느낌이 난다. 여기에 대한 얘기는 좀 복잡하니 나중에 따로 할 기회가 있을 듯.

어쨌든 내 첫 예상과는 달리(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는 당연히 픽사/디즈니와 특수관계인 애플 제품으로 시작하리라 생각했음) 비디오에 한해서는 구글이 우리집을 휩쓸었다. 역시 이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장에는 먼저 진출하는 게 유리한 법.

LG유플러스의 속내

당연히 이렇게 올 일이었지만, LG유플러스가 먼저 움직였다. 카카오톡 음성통화인 ‘보이스톡’ 서비스를 전면 혀용했다. 물론 마이피플이나 스카이프 같은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허용했다. 그동안 인터넷업체들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할 때마다 통신사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해는 갔다. 카톡 때문에 문자메시지 쓰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고, 나조차도 애플의 i메시지 때문에 문자메시지는 거의 쓰질 않는다.
그래서 ‘무임승차’ 기업 때문에 음성통화 매출이 급감해 ‘국익’에도 손해가 될 것이니 ‘요금인상’을 허락하라는 황당한 논리까지 등장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것 참 어이없는 얘기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내 경우로 생각해보면, 난 어차피 매월 스마트폰 요금제에 포함돼 있는 무료문자도 다 못 쓴다. 다 못 쓰는 정도가 아니라 절반도 못 쓴다. 그러니 나는 문자를 거의 안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게 요즘 카톡이나 아이메시지를 써서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서비스가 없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런데도 통신사 문자보다는 카톡과 아이메시지를 더 자주 사용한다. 돈 때문이 아니다. 카톡은 친구들끼리 단체로 채팅이 가능하고, 아이메시지를 쓰면 컴퓨터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패드에서도 메시지 송수신이 된다. 그러니까 새로운 서비스들은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썼던 것이다. 그깟 몇십원 때문이 아니라.

그러니 음성통화에서도 이런 혁신을 이루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 우리가 통신사를 통해 쓰고 있는 음성통화 서비스를 보자. 우선 다자간 통화가 불가능하다. 또 특정 번호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통화를 녹음한다거나(국가마다 법률적 문제는 있지만) 녹음된 통화 내용을 바로 음성인식해 텍스트로 바꿔주는 것 등의 기능도 없다. 이런 게 음성통화의 혁신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이미 몇 가지는 스카이프 같은 상용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중인데도 통신사들은 그냥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음성통화 시장에 경쟁이 없었으니까.

LG유플러스는 여기에 돌을 던졌다. LTE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LTE망으로 음성통화를 서비스하겠다고 했다. 별도의 음성망을 쓰지 않고, 데이터망에 음성통화도 같이 흘러다니게 하겠단 얘기다.

SK텔레콤과 KT는 인터넷 무료통화의 문제로 두가지를 들었다. 음성통화 매출감소로 투자여력이 감소하고, 음성통화 확대로 통신망에 부담이 걸린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 얘기는 달랐다. 우선 통신망 부담부터 보자. 음성통화 통화품질은 13Kbps 정도다. 애플이 아이튠즈에서 사용하는 음악파일이 초당 256Kbps를 쓴다. 음악파일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통신사들은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많이 하면 통신대란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은 멜론이나 도시락처럼 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음성통화는 훨씬 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엄살이란 소리다.

또 SK텔레콤과 KT는 3G 통신망에 들인 돈이 있다. LTE는 시작했지만, 두 회사는 그래서 음성통화는 3G망을 이용해서 서비스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 단계를 건너 뛰었다. 그 덕분에 최근 몇 년 동안 LG유플러스는 아이폰도 못 팔고, 스마트폰 종류도 적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 LTE가 시작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 달리 음성과 데이터를 구분없이 LTE로 서비스한다. 3G에 들인 돈을 뽑지 않아도 된다.

더 중요하게는 ARPU를 봐야 한다. 가입자 1인당 매출을 뜻하는 것인데, 1분기 기준으로 SK텔레콤은 3만9000원, KT는 3만2000원, LG유플러스는 3만1000원 수준이다. 심지어 LG유플러스의 ARPU는 1년 전에는 2만원대였다. 그러니 LG유플러스 입장에선 3만4000원 수준으로만 ARPU를 높여도 이 정체된 통신시장에서 10% 매출 성장이라는 엄청난 일을 이루게 된다. 음성통화를 심지어 공짜로 풀어놓는다고해도, 월 6만2000원을 내는 LTE 사용자 한명만 유치하면 크게 남는다. 그리고 LG유플러스는 2G망 속도가 느려서 카톡 무료통화를 제대로 하려면 어쩔 수없이 LTE를 써야만 한다. 반면 경쟁사는 다르다. KT는 3만4000원 수준의 ARPU라면 하락세를 진정시키는 수준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은 이 수준까지 ARPU가 떨어지면 매출 급감으로 위기 상황이 된다. 게다가 요금에 민감한 가입자는 굳이 LTE 대신 3G만 써도 카톡 무료통화를 별 무리없이 할 수 있다. ‘괜찮은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래서 이날 LG유플러스가 “카카오톡 음성통화 허용이 망중립성 얘기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언한 게 눈에 띈다. 음성은 풀어도 별 상관 없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입장이지만, 어떤 데이터든 모두 다 열어놓겠다는 약속은 못하겠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경쟁은 좋은 것이다. SK텔레콤과 KT만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버리는 것,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차이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와 팟캐스트,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이 성공했다고요?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는 아이팟이 나온지 3년 뒤에야 등장했고, 팟캐스트는 아이팟 사용자들 가운데에서 화제를 모은뒤 반년이 넘어서야 공식적으로 아이튠즈를 통해 지원됐으며, 앱스토어는 아이폰 발매 1년 후에야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애플은 ‘생태계’를 만들어서 성공한 회사라고 주장하고 싶어도 사실 그들은 생태계를 ‘만든’ 적은 없는 셈입니다. 정말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자 자발적인 팬들이 그 제품을 120%씩 활용하고 싶어했고, 애플은 이들을 위해 팬들이 만든 서비스를 ‘애플식으로’ 사용하기 편하게 바꿔놓았던 게 전부이기 때문이죠. CD를 굽는 게 불편해 인터넷에서 음악을 수백곡, 수천곡씩 다운로드받는 아이팟 팬들을 위해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를 열었고, 자신들의 목소리로 MP3와 동영상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남들과 공유하던 팬들이 만든 ‘팟캐스팅’도 한참 후에야 아이튠즈에 추가했습니다.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새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들도 앱스토어를 통해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퍼뜨릴 때까지 1년을 기다려야 했고요. 애플은 멋진 하드웨어를 만드는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향후 소비자들의 요구를 재빠르게 반영했을 뿐이지요.
애플이 애초에 이런 서비스를 만들 능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나중에 이렇게 소비자들이 아이디어만 제시하다시피 한 제품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시키지도 못했을 겁니다. 다만 이들은 처음에는 모든 능력을 제품 개발에만 집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애플이 1997년 파산 직전에 기사회생하게 된 것도 수많은 잡다한 제품라인을 아이맥, 파워맥, 아이북, 파워북으로 간결하게 정리한 때부터입니다. 제품 개발 역량 전체를 단 네 종류의 제품에 모두 쏟아부었던 거죠. 맥미니, 맥북에어 등이 나온 건 한참이 지나 회사가 현금을 갈퀴로 쓸어담기 시작한 이후의 일입니다.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한 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 1년이 생각나서입니다. 얼마 전 두 회사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갤럭시S를 1000만 대, 갤럭시탭을 200만 대 이상 팔아치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상반기 ‘스마트폰 쇼크’라고 불렸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꿋꿋하게 성장했습니다. 아직도 눈 앞에 노키아가 있지만 계속 시장을 잃고 있는 ‘지는 해’ 노키아와는 달리 삼성은 세계 1위를 향해 계속 치고 올라가는 중이죠. 반면 LG전자는 아직도 쇼크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습니다. 계속 적자폭을 늘리며 간신히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쇼크 이후 본질적으로 삼성전자가 예전과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이 변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삼성전자는 갤럭시A와 갤럭시S, 두 종류의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모든 마케팅을 갤럭시S에 집중했습니다. 키보드가 있고, 없고, 스크린이 크고, 작은 등 수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이 모든 것이 동일한 갤럭시S”라면서 “통신사별로 약간의 차이를 뒀을 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심지어 구글과 손잡고 선보인 ‘넥서스S’조차 미국 시장에서는 ‘갤럭시S의 구글판’으로 알려졌죠. 그 결과 갤럭시S는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이 됐고, 수많은 변종을 하나의 모델이라고 소개한 전략이 먹혀 들어 갤럭시S는 1000만 대 이상 판매된 모델이 됩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껍데기를 바꾸고, 작은 기능을 추가하고 빼가면서 통신사별로 대동소이하게 만들어 판매했던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시절의 다품종 판매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체 키보드가 있는 갤럭시S와 키보드가 없는 갤럭시S가 블루투스가 되는 컬러 폴더폰과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컬러 폴더폰 사이의 차이보다 더 적게 차이가 날 이유는 뭔가요? 삼성전자가 제품 라인을 통합했다면 원가라도 줄었겠지만 케이스 디자인까지 다른 갤럭시S가 한 라인에서 뽑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대신 ‘단일한 메시지’로 시장을 현혹시킨 것이죠.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마케팅 전문가라는 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하루아침에 생산방식을 바꿀 수도 없고, 그동안 공들여 관리했던 유통망을 버릴 수도 없다면 마케팅으로 한 브랜드에 집중하자는 전략이었죠. 물론 갤럭시S가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큰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감수했고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반면 LG전자는 어설펐습니다. ‘옵티머스’를 브랜드로 삼겠다면서 겉보기에도 너무나 달라 보이는 ‘옵티머스Q’와 ‘옵티머스Z’를 만든 뒤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제품’이라고 마케팅을 했습니다. 인력이 반으로 나뉘면 전달 효과는 4분의 1로 감소합니다. 소비자는 혼란스러워졌죠. 옵티머스Q와 Z가 각각 어느 통신사에서 팔리는지 외우는 건 사회과부도에서 각국 수도 이름 외우기를 하는 것만큼 헷갈렸습니다. 제대로 팔아보겠다고 만들었다는 ‘옵티머스원’은 시장에 나올 때부터 ‘보급형 스마트폰’이라는 것만 강조합니다. 틈새를 노려보겠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랜드가 처음 나왔을 때 혼란을 안겼고, 두번째 나왔을 때엔 스스로 저가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습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옵티머스’ 제품에 좋은 이미지가 부여되기란 쉽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설명하기도 애매합니다. 처음에는 Q와 Z로 알파벳으로 시작했는데, 이어지는 제품은 ‘원(1)’으로 숫자 이름이 붙더니 갑자기 ‘옵티머스 시크’와 ‘옵티머스 마하’가 뜬금없이 등장합니다. 또 CES에선 ‘옵티머스 블랙'(색상)을 내놓고는 최근에 ‘전략 제품’이라며 다시 ‘옵티머스 2X'(숫자)로 회귀합니다. LG전자는 과연 스스로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이름을 붙이는 원칙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안 되는 프로젝트’를 쉽게 포기할 수 있도록 여기에도, 저기에도 딱히 집중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었다면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제품을 파는 건 안 그래도 얼마 되지 않는 역량을 기획과 생산, 마케팅과 세일즈 단계 여기저기에서 각각 분산시키기 마련이니까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마케팅의 기본 원칙은 4P입니다. 제품(Product)과 판촉(Promotion), 유통(Place)과 가격(Price)이죠. 애플은 아이폰을 팔면서 이 가운데 제품 측면에서의 장점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었죠. 가격과 판촉은 그저 경쟁사보다 뒤떨어지지는 않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유통은 다소 불리했지만 애플에게는 애플스토어라는 독특한 소매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약점을 일부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보다는 다소 늦게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이미 탑클래스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은 제품 수준은 어느 정도 경쟁사 수준까지 맞출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 6개월 만에 갤럭시S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가격은 애플의 아이폰에 맞춰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대신 이들은 판촉과 유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합니다. 갤럭시S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면서 제품발표회를 유명가수가 월드 투어 콘서트라도 하듯이 번갈아 열었고, 미국 시장에 갤럭시S(실제로는 달라도 동일한 제품이라고 판촉한)를 4개 메이저 통신사에 동시 발매하는 전략도 세웁니다. 모두 애플은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었던 일이죠. 남이 정말 잘하는 건 그냥 구색만 맞춰주면 됩니다. 그런 부분에 들어갈 노력은 과감히 포기해야죠. 다른 사람의 장점과 정면승부하는 것보다는 나의 장점에 집중하는 게 낫습니다.

LG전자는 어쨌던가요. 제품은 이미 한참 늦었습니다. 갤럭시S의 성공을 그저 눈뜨고 보고만 있어야 했죠. 그래도 제품을 잘 만들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프리미엄 제품부터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쏟아냅니다. 판촉을 제대로 벌이자니 제품군도 너무 많아 무엇을 밀어야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그냥 모든 제품을 다 판촉하기로 마음을 먹죠. 옵티머스 시리즈의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옵티머스원이란 제품을 저가로 만들어 최대한 많은 통신사에서 판매하기로 했는데, 다른 제품들보다 월등히 값이 싸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면야 이런 전략도 나쁘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은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 아닙니다. 프리미엄 제품에서야 경쟁할 수 없다고 쳐도, 대만의 HTC는 물론, 화웨이와 ZTE같은 중국 업체들까지 엄청나게 값싼 안드로이드폰을 들고 세계 시장을 휘젓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시장에서는 팬택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지요. 그래서 LG전자는 가격으로 경쟁사를 압도할 수 없는 게 뻔함에도 이 시장에서도 경쟁합니다. 유통채널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새로 취임한 CEO께서 “휴대전화는 B2B 사업이라 힘들다, 경쟁사 제품이 이미 들어간 상황에서 그걸 우리가 밀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LG전자는 힘든 상태입니다. 쩝.

과연 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기존의 전략들을 폐기하고 역량을 한 부분에 집중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겁니다. 애플로 돌아간 스티브 잡스가 수많은 매킨토시 컴퓨터 라인을 폐지하고, 비효율적으로 개발되던 맥OS를 뜯어고치자 수많은 애플의 소비자와 파트너 업체들은 스티브 잡스에게 경악하고 반대하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아무 것도 모르고 철부지처럼 행동해서 회사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이번에는 회사를 완전히 망칠 거라고 생각했죠. 잡스가 만들려던 건 애플을 위기에 빠뜨리고 잡스가 쫓겨났던 그 원인이 된 1984년의 매킨토시 컴퓨터처럼 ‘디자인이 아름답고, UI도 아름다운’ 컴퓨터였거든요.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격렬한 반대 앞에서도 자기 식대로 회사를 뜯어 고칠 수 있던 건 회사가 파산 직전이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죠. LG전자도 지금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들의 움직임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요. 그들의 움직임이 그저 창업자 어록을 액자에 넣어 전 세계 LG전자 사업장으로 배송하고, 신입사원들을 ‘독하게’ 몰아치는 것 이외의 ‘뭔가’이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통신CEO인터뷰#1/ LG U+ 이상철 부회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조직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세금을 걷는
기관이고, 다른 하나는 통신사입니다.오죽하면
세리 마태가 예수의 제자가 된 것이 사건이었겠어요. 통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도, 수도도 매월 사용료를 낸다는 점에서는 똑같은데 유독 사람들은
통신비를 낼 때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우리가 얻는 혜택은 전기나 수도를 사용하는
혜택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국내 통신3사 CEO를 모두 만나 물었습니다. 도대체 지금의 우리에게 통신이란 뭔지,
소비자의 이런 반감은 어떻게 해결할 건지, 앞으로 통신은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
한 때 통신업계에서는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멍청한 파이프'(dumb pipe)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통신사는 그냥 통신선만 까는 건설노동자와 흡사한 일만 맡고, 그 위를 흐르는 콘텐츠의
비트(bit)는 인터넷 회사들이 모두 만들기 때문이었죠. KT, SK텔레콤, LG U+ 등 국내
‘빅3’ 통신사 CEO들도 이런 자조적인 시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구글과 경쟁하겠다"고 얘기하고, 다른 누군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답"이라고 강조합니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면 제약 때문에 신문에는 미처 싣지 못했던 모든
대화를 적어봅니다.

 

끝으로,
기업 규모로 보면 KT-SK텔레콤-LG U+ 순서로 인터뷰를 정리하는 게 올바르지만, 실제
인터뷰가 진행된 건 반대 순서였습니다. 답변을 하는 CEO들도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CEO의 이야기를 이미 안 상태로 인터뷰에 응한 셈입니다. 그래서 게재순서도
인터뷰 순서대로 정했습니다.

 

다음은
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상철
부회장 인터뷰

정만원
사장 인터뷰

이석채
회장 인터뷰

 

———————————–

 

– 최근
‘온국민은yo’라는 요금제가 제살깎아먹기, 수익성에 문제있는 요금제란 얘기가 있습니다.

이상철
부회장= 이미 통신사라는
게 수익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걸 1년 앞서 보느냐 2년 앞서 보느냐의 문제 뿐이죠. 수익성에
문제 있는 일을 우리가 시작한 게 나쁜 게 아니고, 더 나쁜 건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그냥 가는 겁니다. 모르면서 가다 그냥 떨어져 죽으면 운이다, 어쩔 수 없다 할 텐데 우린 지금 알면서 그런
길로 가는 거죠.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통신사들이
처음엔 네트워크 게임을 벌였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회사 기지국이 더 많다, 그래서
전화가 잘 통한다, 속도가 빠르다 등등이죠. 10여 년 전에는 신세기통신과 SK텔레콤이 ‘반신불수’라는 걸 광고에 낸 적도 있습니다. 경쟁사
전화는 통화도 잘 안 되는 거라는 싸움을 했던 거죠. 그 당시만 해도 5개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합병이
이뤄지면서 과잉 투자된 네트워크를 사실 상당히 많이 버리기도 했습니다. 네트워크
갖고 있어서 뭐하냐, 수익성 안 나온다, 로밍을 하든지 뭘 하든지 비용을 줄이자는 얘기도 서로
했었죠. 제가 KTF CEO 때 한솔이동통신하고 합병했는데 걷어내고 버린 네트워크도
상당했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네트워크를 세 개로 줄이게 됐는데, 그때 엄청 많이 투자했던
걸 걷어낸 셈이죠. 지금은 솔직히 한국에 통신사가 과연 세 개나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업간 경쟁이 안 돼 네트워크도 부실해질 거라는 정부 논리가 있기는 한데
사실 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 못 따르는 통신사의 라이선스를 박탈하면 되는게 아닌가
생각도 있습니다. 어쨌든 네트워크 전쟁 다음에는 보조금 전쟁이 있었죠. 현금지급, 6개월 무료, 18개월 무료 이런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팔면 도대체 뭐가 남는지, 뭘 갖고 장사하겠다는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통신의 신’이 인간에게 내려와 자비를 베푸는 것도 아니고… 지금 보조금이 (단말기를 들어보이며) 스마트폰의
경우 50만 원입니다. 이 기계에 50만 원 보조금을 주면 뭐가 남겠어요. 여기에 이어 요즘은 내 스마트폰이 더 좋다고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이다, 어른폰이다… 내 것, 네 것 뭐가 더 좋다 얘기하는데 그게 뭐가 좋습니까. 우리가 지금
그런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그렇게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에서 통신요금을 더 낮추면 되겠습니까?

= 거기 실마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갈 방향은 두 가지에요. 하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통신을
더 많이 쓰게 하는 것, 또 하나는 지금까지 없던 서비스를 제공해서 사람들이 돈 1000원 벌게 해주고 그러면 500원은 내지 않겠어요? 근처 맛집 찾는데 한 달에 1000원 안 내겠습니까. 극장 예매하는데 한 달에 500원 안 내겠습니까. 잘 가는 집 할인 많이해주면 한 달에 500원 안 내겠습니까. 이런
게 기존 통신이 아닌 ‘beyond telecom’인 겁니다. 이렇게 하려면 요금을 낮춰야 소비자가
많이 쓰지 않겠어요? 요금이 좀 낮아져야 마케팅이니 뭐니 이런데 신경 덜 쓰고 서비스 쪽으로 경쟁하게 되죠. 우리 요금제가 이 방향입니다. 고객에겐 엄청난 혜택을
주고, 통신사에겐 새 방향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요금제죠.

 


좀 더 설명해 주시죠.

= 무엇보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통신요금제를 어려워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얘들(통신사들)이 뭐 이상한 거 안 끼울까, 속는 느낌 받고
있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 요금제는 단순합니다. 9만원내고 일단 쓰고, 9만 원 넘으면 16만원까지는 9만원만
받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안심이 된다는 거죠. 자식 합쳐 세명이면 12만원인데 한 달 12만원이면 끝난다, 안심된다, 쉽고 안심되는 요금제라는
걸 보여줬다고 봅니다. 통신사업자에겐 새로운 도전과 게임으로 가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요금제죠. 1석2조, 3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손가락 하나 자르는 셈인지는 모르지만 감안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떨어져도 고객이 우리
서비슬르 안 쓸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 해지가 줄어들 테고, 가입자도 늘어날 겁니다.

 

– LG U+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적습니다.
그러니까 가족 요금제로 다른 이동통신사에 가입한 고객을 뺏아오겠다는 생각이시겠죠.
만약 성공해 타사 가입자를 많이 뺏아오게 되면 요금제를 계속 낮출 이유가 없을텐데요?

= 그렇게 되면 요금을
더 떨어뜨릴 겁니다. 그때면 통신요금이란 걸 없앨 생각입니다. 인프라는 일상재(commodity)에요. 통신은 물 먹고 숨 쉬는 것과 비슷하게 날 때부터 갖고 나오는 것, 지구 생길 때부터 있던 걸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걸 어떻게 값을 올립니까. 계속 낮출 겁니다. 2, 3년 앞에 절벽이 있는 게 빤히 보이는데 우리는 거기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통신사들)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알기는 아느냐 묻고 싶어요.

 

– 통신요금이
더 낮아진다고요?

= 통신요금도 월별로 내는 개념에서 아예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눈 앞의 500ml 생수병을 가리키며)이거 한 병 사면서 우리가
돈 얼마 내는지 별 생각하지 않잖아요. 통신도 그래야 합니다. 그냥 ‘크레딧’이란
돈을 충전해 두고 월말까지 충전된 크레딧에서 쓴 만큼 까이는 시스템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5년 뒤면 아마
기본 통신요금, 아니 통신요금 얘기 자체가 잘 안 나올 겁니다. 그런데 왜 국회에서 ‘너희는 LG처럼 못하냐’ 이렇게
다른 회사를 보면서 얘기 안해주는 걸까요.

– KT 유클라우드
서비스가 훌륭합니다. LG는 그런 것 안하나요?

= 흠,
그건 그동안 (기자가) 우리 서비스를 쳐다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 것이 훨씬 먼저 생겼어요.(설마요?)
웹하드가 있잖아요. 우리는 3위라 조용히 처분만 기다리는 회사였죠. 하지만 이젠 얘길 좀 해야겠습니다. 우리도 도움 되는 서비스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줄줄이 나올 거에요. 이미
몇 개 기업들과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 탈통신을
강조하는데요?

=
우린 이제 대동강에서 물값을 받는 게 아니라 그 강 위에 유람선을 띄워서 관광 사업을 하겠다는 겁니다. 이제 물값 못 받아요. 하지만 대동강이 있으니 관광선이 떠 다니게
되는 것 아닙니까. 인프라, 그러니까 경부고속도로 깔아놓고 거기서 생겨나는 엄청난 이익들이 국부가 돼 국가 전체의
가치를 올리는 거죠. 그런 식의 인프라를 이용한 부가가치가 생겨나는 게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본은 All-IP가 될 것입니다. IP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비용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지난 20년 동안 통신 스피드가 1000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빠른 스피드,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돈은 예전보다 더 적게 받아요. 이 트렌드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물론 통신료를 받긴 받겠지만 통신료는 절대로 우리의 메인 비즈니스가 될 수 없습니다.

 

– 네이버, 다음이 들어오고 벤처가 생겨나고 그랬어요. 관광선은 다른 회사가 띄운
겁니다.

= 이런
일을 누가 제일 잘 하겠어요. 제 생각엔 통신사가 제일 잘 합니다. 강둑 막은 사람이 유람선 띄우는 게 맞아요. 인프라 했으면 애플리케이션도 인프라 한 곳에서 해야
합니다. 우리가 포털이 생겨나는 데 기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건 기본 논리상 맞지 않아요. 통신사업자는 인프라, 선로, 시스템, 단말기 다 하고
있고, 심지어 단말기에 피처(기능)까지 다 만들어 넣고 있어요. 고객의 모든 수요, 요구사항 이런 거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비즈니스는 전부 놓치고 안 했던 겁니다. 그렇다고
포털같은 걸 하겠다는 얘긴 아니에요. 그건 관광사업 하면서 거기서 김밥파는 비즈니스죠.
대신 우리는 배는 띄워야 겠습니다. 포털, 하라 이겁니다. 대신 우리는 소셜네트웍스라든지 AR(증강현실)이라든지 이런 걸 할 때가 됐습니다.

 

– 벤치마킹 모델이
있나요?

= 영국
보다폰을 보세요. 그들이 스마트워크플레이스 사업에 앞서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다 하게 합니다. 하지만 홈 서비스는 한국이 제일 낫습니다. 미국을 보면 IPTV가 상당히 많이 서비스되고
있는데, 그들은 단순히 콘텐츠만 보여주지 않아요. IPTV는 TV가 아니고, PC도 아니고, 휴대폰도 아닙니다. 융합미디어죠. IPTV가 converged home의 주체인데 ‘스마트 월’(smart wall)이 되는 겁니다. 그 속에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어요. 콘텐츠는 TV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마트월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상반기에 LG텔레콤은
안 보였습니다. 아이폰의 KT, 갤럭시의 SK텔레콤만 존재했죠.

= 그거야
단말기가 치명적인 문제였죠. 우린 그동안 피쳐폰 만들어 파는데 매달려 있었습니다. 제조사에
뭐 만들어달라 하고 그걸 받아 팔던 거죠. 그런데 어느날 한번도 그렇게 하지 않은 단말기(아이폰)가 나타나서 돈을 벌었습니다. 제조업체, 통신사 다 잘못했던
거죠. 피쳐폰에서 내 것 제일 좋다고 말한 게 지금보니 웃기는 얘기였던 겁니다.
올해 1월만해도 피쳐폰을 21개 새로 팔 계획이었습니다. 내가 그걸 2월에 한 달 만에
6개로 확 줄여버렸어요. 그리고 그 인력을 전부 스마트폰으로 돌렸습니다. 지금은 우리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습니다. 옵티머스Q 나왔고, 갤럭시L(갤럭시U) 나오고 팬택, LG전자도 더 내놓을 겁니다. 좀 늦긴 했죠. 하지만 내년에 다시 단말기 전쟁이 나지는 않을 거에요. 그리고
네트워크 보조금 경쟁이 있다보니 결국 네트워크가 똑같아지지 않았습니까. 내년에는 단말기
경쟁력도 다시 똑같아질 거에요. 올해는 우리가 당했습니다. 아이폰의 기여도는 내가 이해합니다. 아이폰은
단말기가 이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회사들에게도 단말기를 잘 만들게 하는 계기가 됐죠. 여담으로,
내가 맥스(LG전자 스냅드래곤 피처폰)를 쓰는데 스마트폰이 아니라서 날 스마트하지 않은 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왜냐, 웹에는 훨씬 많은 게 있기
때문이죠. 맥스로는 웹을 잘 쓸 수 있잖아요. 앞으로 폰이 어떻게 가야하는지는 아이폰이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른 회사도 금세 쫓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단계 뛰기는 쉽지 않죠. 아이폰을 쫓아오는 경쟁사들은 이를 빨리 쫓아갑니다. 혁신가의 딜레마가 아이폰에도 적용될 거에요. 지금은 단말기를 통신사업자들이 아우성치는 시기지만 올해 말이면 그런
게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질 겁니다. 난 단말기를 뭘 하겠다 안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있으면 다 검토해서 하게 되면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올해 말 버라이즌향으로 아이폰 나온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렇다면 우리가 내년 초 CDMA
아이폰을 들여올 겁니다.

 

– LTE 나올
때까지 공백이 깁니다.

= 내년 7월에 주파수 준다고 합니다. 우리가 불법으로 빨리 할 수는 없잖아요?
주파수 받으면 그때부터 깔고, 실험하고, 내후년 7월에나 할 텐데… 물론 더 빨리 할 생각은 있습니다.

 

– 유람선
사업이라 하셨는데, 예전 통신망 투자와는 다른 새로운 투자가 필요할 겁니다.

=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테일러된(맞춤형)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컨버전스로 가되 클라우드로 간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그러니까 고객이 원하면 메뉴를 다 하나씩 만들어주는 서비스업체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옆집에서 만든
메뉴를 우리가 가져다주겠다는 얘기입니다. (네이버같은 곳이 옆집이고, 통신사는
배달을 한다는 거죠?) 이거, 우리 이미 전략 다 노출해서… 뭐 상관없습니다.
경쟁사들 그냥 쫓아오라는 얘길 제가 하는 겁니다. 이 영역에서 같이 전쟁하든지 놀든지
하자는 거죠. 우리 카드 다 보여줬습니다.

 

– LG
U+에 클라우드 할 능력이 있나요?

= 가산
단지에 한 번 가보세요. 거기 탱탱 비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가산에 있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이거 빨리 채워야 해요. IDC는 물론이고, 통신망 인프라 가운데에도 유선은 우리 것이 제일 빠릅니다.(파워콤이
100M급 광랜 선로에서 앞서있는데 LG U+로 합병됐죠.) 100메가를 90% 이상 제공하는 건 우리 뿐이에요. KT는 PSTN에 ADSL(약간
구식 통신망) 아직도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 AP 깔아놓은 게 200만 개고… 클라우드 쪽이 문제인데, 앞으로
공개할 겁니다.

 

– 클라우드든
유람선이든, 그런 거 잘하는 회사는 구글입니다.

= 구글은 서비스회사가 아닙니다. 거긴 그냥 검색을 통한 광고회사죠. 라이프서비스 회사가 아니란
뜻입니다. 우리처럼 소비자 대상으로 해서 소비자와 딱 붙어있는 기업이 아니죠. 그 회사 고객은 개별로 돌아다니는 고객이지만, 우리는 ‘내 고객’을 갖고 장사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내가 무서운 건 구글보다는 중국의 차이나모바일같은 회사에요. 5억6000만 명의 ‘고객’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들은 표준화 이런
것도 안 하고 자체 서비스를 합니다. 이런 회사가 있으니 중국 정부가 구글과 힘겨루기 하는
것이고, 결국 구글이 손드는 것 아닙니까.

 

LG전자의 사면초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회사는 겉보기엔 라이벌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른 회사입니다. 일단 규모가엄청나게 차이가 나죠.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LG전자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 패널 등 전자제품의 부품 사업도 대규모로
벌입니다. LG전자는 반도체는 외부에서 사다 쓰고, LCD 패널은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죠. 규모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국내 1, 2위의 전자업체인지라 저도 그렇고 많은 언론들이 이들을 한국
전자업계의 양 기둥으로 부르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CES에 다녀오면서 두
기업을 계속 유심히 지켜보니 전과는 조금 다른 게 느껴졌습니다. 일종의 ‘신사협정’같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올해는 정말 이 두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포문은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열었습니다. 가전사업에서 1위를 할 계획이고,
신흥시장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경영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백색가전 사업입니다. LG전자의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죠. 게다가 삼성전자가 앞선 흑색가전(TV와
휴대전화를 이르는 표현입니다)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생겨 저만 해도 혼수품을 장만할
때 LG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TV까지 LG 제품으로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삼성전자의 백색가전 사업은 꼭 천덕꾸러기 같았습니다. 이익도
별로 못 내고, 시장점유율도 낮고,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데에도 별 도움이
못 됐으니까요. 최 사장이 이 가전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건 1등을 하던 TV를 더 잘
하겠다는 각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백색가전을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최근 폴란드
백색가전 회사를 인수하고, 냉장고와 에어컨 사업 계획을 공격적으로 짜는 등 행보가
빨랐거든요. LG전자로서는 텃밭에 강력한 경쟁자가 들어온다는 선언을 들은 마당이니
긴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신흥시장 1위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LG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미국과 유럽이란 선진국 시장에서 1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반면 LG전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인도 등 서남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시장에서 1등을 하겠다는 전략이었죠. 삼성전자는
‘작은 시장’이라며 이런 신흥시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이 몇년째 제자리 또는 뒷걸음질을
치는 경향을 보이자 성장하는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 입장에선, 주력 제품군과 주요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LG전자는 훌륭한 제품을 잘 만드는 대단한 기업입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삼성전자에
치이고, 해외에서도 시장에서 부딪힌다면 올해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겁니다. 게다가
주력 사업인 가전 분야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고 TV 시장에선 소니나 파나소닉,
샤프 같은 일본 업체들이 ‘Again 2005’라면서 뛰어들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시장은 프리미엄폰은 삼성에게 빼앗기고 스마트폰은 애플과 RIM에게 빼앗겨 체면을
구기고 있죠. 게다가 휴대전화 영업이익률마저 줄어들기 시작해 더 걱정입니다.

 

제 눈엔 지금 상황이 LG전자의 사면초가로 보입니다. 돌파구가 어디선가 마련돼야
하는데 안 나옵니다. 3D TV는 아직 시장이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LED TV는
중국 업체들이 순식간에 따라오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는 아직 성과라고 내놓을 제품이
하나도 없고, 삼성처럼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장기 전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백색가전에서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만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생산관리시스템을 완성한
삼성전자의 공급망관리(SCM)는 직접 보니 그 효율이 놀랍다못해 경이적이었습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처럼 부품도 팔지 못하고, 신재생에너지 같은 신사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GE처럼 앞선 경쟁사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올해를 ‘공격경영’의 해로 선언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잠재력을 끌어올려 모든 지역에서 1위에 도전한다는, 최지성 사장이 했던 말과 굉장히
비슷한 말이었죠. 그 선언이 성공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하지만 1위가 2위하던 곳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선언과 2위가 2위하던 곳에서 1위를 하겠다는 선언은 그 무게가 사뭇
다릅니다. 그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