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그 회사에 관련된 예측은 늘 틀렸던 것 같다. ‘이 정도 제품은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만이 그런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 낡은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들은 그걸 먹히게 만들었다. ‘그들의 능력은 너무 제한적’이라고 비난받았지만 그들은 그 제한을 역이용해 오늘의 발전을 이뤘다.
애플 얘기냐고? 삼성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도.

2010년 갤럭시A가 처음 나왔을 때 난 신문에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썼다. “첫인상은 ‘미인(美人)’이었다. 모난 곳 하나 없는 유선형의 몸체는 날렵하면서 세련됐다. 그런데 하루 종일 써 보고 나니 조금 더 교양을 갖추고 절제된 자세를 보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진정한 미인은 겉모습만이 아닌 교양과 훌륭한 인성을 갖춘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소제목은 이렇게 달렸다. ‘특별한 디자인, 특별하지 못한 소프트웨어’.

2010년 4월이었으니, 갤럭시S4와 비교해 만으로 3년 쯤 차이난다.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폰 갤럭시A는 그렇게 내가 보기엔 부족해 보였다. 2013년 3월, 3년 전을 돌아보면 그저 놀랍다고 얘기하는 걸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3년 전 나는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아성에 도전하며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던 삼성전자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LG전자는 실제로 이 기간에 심각한 위기도 겪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오늘, 세계가 삼성전자의 신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취재해 보겠다며 난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수석부사장과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사장 인터뷰를 함께 주선했다. 망할 것 같던 회사는 어디로 갔나?

그러니까, 이제 오늘의 삼성전자는 3년 전의 애플처럼 됐다.

2010년 갤럭시A에 대해 내가 워낙 혹평을 써놓자 삼성전자에선 날 따로 불렀다. 갤럭시A를 만든 실무팀이 “기사의 평가가 부당하다”며 자신들의 개발 의도를 설명하겠다고 했다. 난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적어도 1시간 정도 진행된 그 대화를 통해 한 가지는 느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당시 갤럭시A와 비교했던 제품은 HTC의 ‘디자이어’였다. 구글과 손잡고 넥서스원을 만들었던 이 회사는 넥서스원을 개량한 디자이어를 판매했다. 안드로이드 경험이 없었던 어떤 휴대전화 제조사도 가장 초기부터 구글과 협력해 온 HTC보다 더 나은 안드로이드폰을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직원들은 “디자이어의 이 기능은 갤럭시에 이런 식으로 발전적으로 적용됐고, 디자이어가 화려하게 자랑하는 이 UI는 삼성전자에선 소비자가 눈치챌 애니메이션은 없지만 이렇게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척척 설명해냈다. 아이폰과의 비교도, 모토로라의 ‘모토로이’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폰을 판매한지 5개월, 모토로이가 팔린지 2개월, 디자이어는 국내 판매를 시작하지도 않았던 때였다. 삼성 실무팀은 그 때 이미 당시 판매되는 세계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외우듯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갤럭시A가 더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내 주관적인 느낌(사실 많은 소비자들도 그렇게 느꼈다)은 변함 없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했던 제품을 최선을 다해 변호했다.

그 해 말, 삼성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넥서스S’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7월에 나온 갤럭시S 하나만 갤럭시S였지만,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S는 한국 제품과 비슷한 모델부터 시작해 키보드를 붙인 제품, 통신방식이 다른 제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모두 갤럭시S로 판매됐다.  물론 구글과 손잡고 만든 이 넥서스S도 역시 갤럭시S였다. 이것이 여러 스마트폰을 하나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삼성전자식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그 덕분에 경쟁 제품인 아이폰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제품으로 평가받았지만, 갤럭시S는 같은 이름을 두고도 1년 내내 하드웨어가 진화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변화를 1년 내내 진행시키는 걸 가능하게 만든 하드웨어 개발 스피드도 효과를 봤다. 연말, ‘최고의 스마트폰’을 선정하기 시작했을 때 이 모든 능력 덕분에 갤럭시S는 이러저런 매체에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다 삼성전자는 안 될 것이라고 했고, 갤럭시S는 아이폰에 못 미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갤럭시S는 최고가 됐다. 갤럭시S 정도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쉽게 평가절하했지만, 단 1년 동안 삼성전자는 애플 말고는 경쟁자가 없을 수준까지 자신들의 기술 수준을 높여놨다.

그리고는 전형적인 낡은 방식이 이어졌다. 삼성은 수직계열화된 부품 경쟁력을 이용해 제조원가를 낮추면서도 제품 품질을 높였고, 마케팅 전문가 최지성 부회장이 이끄는 마케팅팀은 처음에는 촌스럽다는 비난을 받던 ‘갤럭시’ 브랜드를 반짝이는 은하수의 이미지로 성공적으로 바꿔 놓았다. 비결은 간단했다. 엄청난 광고물량(promotion), 세계 각국의 통신사와 맺은 굳건한 영업제휴(place),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좋은 품질의 안드로이드폰(product), 그러면서도 아이폰보다 싼 가격(price). 마케팅의 4P 원칙이었다. 애플은 멋진 광고, 애플스토어라는 자체 영업망, 아이폰이라는 유일무이한 제품, 대중이 살 만한 가격이란 나름의 원칙이 있었지만 시장에는 애플의 우군이 적었다. 애플은 독보적 1위라서 늘 외로웠지만 삼성전자는 대안을 찾는 모든 반 애플 전선 기업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적의 적끼리는 그렇게 쉽게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낡은 방식 같았지만 이 낡은 방식을 삼성전자보다 잘 해낸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삼성이 소프트웨어는 형편없게 만든다”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했다. 애플은 훌륭하게 자신들의 운영체제와 앱스토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데 삼성은 구글에 의존할 뿐, 대만이나 중국의 하드웨어 OEM 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였다. 여기부터 삼성은 삼성만의 방법을 만들어 낸다. 세계 최대의 OEM 업체처럼 행동하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항하겠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만들 때 수많은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하드웨어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이 줄어든다는 걸 한탄하기만 했다. 자신들이 구글의 공장이 되어간다는 탄식이었다. 삼성은 한숨을 쉬는 대신 인기 앱 개발사들과 번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드롭박스를 갤럭시에 기본 앱으로 설치해 줄까?”, “플립보드를 1000만 대 쯤 판매하는 폰에 기본 설치하면 어떻겠어?” 삼성의 제안은 작은 앱 개발사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구글 플레이의 메인 화면에 자신들의 앱이 소개되어봐야 1000만 대에 앱을 설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삼성의 제안은 매력적이었고, 삼성은 멍청한 OEM 업체가 아니라 ‘갤럭시를 플랫폼으로 만든 회사’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갤럭시S4가 나왔다.

갤럭시S4에는 4.2.2 버전의 안드로이드 젤리빈 운영체제가 설치됐다. 최신 OS다. 이때까지 삼성은 넥서스S와 갤럭시 넥서스, 넥서스10에 이르는 3가지 레퍼런스 기기를 만들었다. 넥서스 스마트폰/태블릿 모델은 총 6가지, 이 가운데 절반을 삼성이 만든 것이다. 이제 삼성은 언제든 원하는 순간에 가장 최신의 안드로이드 OS를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았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소니의 엑스페리아Z와 HTC의 원(One)은 모두 작년에 나온 4.1 버전을 사용한다.

안드로이드를 이해한 상태에서 삼성은 시선을 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돌리면 동영상이 멈추는 ‘스마트 포즈’라거나, 이메일이나 전자책을 읽을 때 시선과 스마트폰의 기울기에 따라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여 주는 ‘스마트 스크롤’, 손가락을 화면 위로 올리면 내용을 미리 보는 ‘에어뷰’ 등 갤럭시에서만 돌아가는 기능을 잔뜩 소개했다. 개별 기능에 대해 할 말은 별로 없다. 다만 화면 위에서 터치 없이 손만 움직이면 전화를 받거나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에어 제스쳐’ 등은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은 콘텐츠 앱이 탐낼만한 인터페이스다. 이를 지원한다는 건 ‘갤럭시 플랫폼’이란 개념을 아마존이나 스포티파이가 확산시켜주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을 자동으로 송수신과 함께 번역해 주는 ‘S트랜슬레이터’는 구글 번역보다 품질은 떨어질는지 몰라도 기계와의 통합에 따른 빠른 속도와 편의성 때문에 널리 쓰일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S4에는 적외선포트를 사용한 통합리모컨 기능과 앞뒤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 동영상 녹화를 하는 ‘듀얼샷’ 등의 기능도 있다. 많이 봤던 것처럼 보인다면, 이런 기능이 팬택 스마트폰이나 LG 스마트폰이 갖고 있던 기능이기 때문일테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처럼 단일 모델을 수천만 대 씩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이런 기능이 주목받게 되는 유일한 이유는 갤럭시에 이런 기능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삼성이 아닌 외부 업체들도 수천만 명의 갤럭시 소비자 시장을 위해 기꺼이 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 말이다.

S헬스 기능은 또 어떤가. 일종의 개인 건강관리 도우미인 이 기능은 갤럭시S4하고 호환되는 서드파티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건강관리를 돕는다. 나이키의 ‘퓨얼밴드’ 같은 액세서리가 ‘안드로이드용’이 아니라 ‘갤럭시용’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헥사 밴드 LTE’ 사용도 눈에 띈다. 최대한 갤럭시S4를 단일 모델에 가깝게 만들어서 세계에 동시 판매하겠다는 뜻인데, 생각해 보자. 이미 한국에서는 안드로이드 파편화의 문제를 갤럭시 시리즈만 대상으로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소수 사용자를 버리고 넘어가는 앱 개발자들이 많다. 삼성이 계획대로 갤럭시S4를 1억 대 판매한다면, 갤럭시 플랫폼은 1억 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된다. 이래도 삼성이 멍청한 하드웨어 OEM 업체일까?

그러니까 지금의 삼성은 3년 전의 애플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구글과 묘한 경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물론 삼성과 구글의 경영진들은 공식적으로 이런 관측을 부인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삼성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구글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은 걸까. 왜 구글 간부가 한두 명 초청돼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까? 왜 구글은 넥서스4를 LG와 만들고, 모토로라를 통해 제대로 된 ‘X폰’이라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선보이겠다면서 마이웨이를 고민하는 걸까? 이들의 강한 부인은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매력이다. 구글이 뭔가를 시작하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가슴 속에는 열정이 끓어오른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퇴색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구글은 개방과 공유의 상징이다. 애플이 뭔가를 벌이면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이 환호한다.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쿨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전 세계에 존재한다. 삼성이 뭔가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박수를 치는 건 누구일까. 삼성에겐 아직 경쟁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출발선이 비슷해졌을 뿐.

광고

갤럭시S2, 안드로이드의 오늘, 그리고 애플의 미래.

아이폰4를 버리고 갤럭시S2로 넘어가고 싶은 이유:
1. 한글/영어 음성입력. 키보드 설정에 따라 알아서 한국어/영어로 말하면 알아듣고 타이핑을 대신 해 줌. 문자 메시지, 검색어, 트위터 입력 등 모든 곳에 사용. 애플이 이 정도 수준의 한국어 음성 입력 기능을 만들어 줄거라는 기대도 안 하고, 구글도 “아이폰은 시스템 설정을 건드릴 수 없다”며 아이폰용 음성입력 개발은 손을 놓은 상태.
2. 동영상 볼 땐 확실히 AMOLED. 색감이 다르다.
3. 암호를 쓸 때 한글키보드 상태에서 입력가능. 아이폰에서는 암호가 ‘dkagh'(암호)인 경우 영문자판과 한글자판을 외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만(아예 한글 자판 선택이 불가능) 안드로이드에서는 그냥 한글자판에서 입력해도 영문으로 알아들어준다. 이거 의외로 편리.
4. 구글. Gmail과 구글 문서도구, 피카사 웹앨범, 구글캘린더, 구글연락처를 써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계정 한 번 입력하면 (유튜브까지 포함해) 모든 구글 서비스에 100% 연동되는 스마트폰은 매력적. 무엇보다 유선으로 노트북에 연결하지 않아도 클라우드에서 모든 게 해결됨.
5. 무엇보다 아이폰에서 점점 인터넷을 덜 쓰고, 대부분의 업무와 읽기를 아이패드로 해결. 어차피 스마트폰이 그저 무선인터넷 중계기 역할이라면, 안드로이드폰-아이패드 조합도 나쁘지 않을 듯.

그럼에도 갤럭시S2로 넘어가기 어려운 이유:
1. 아직도 2% 부족. 갤스2는 볼륨 조절이 10단계. 1/100 단위의 조정 같은 건 불가능. 더블 탭(두번 두드리기)해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 폭에 글씨 크기를 맞출 때에도 아이폰이 안드로이드보다 적절한 크기의 글씨체로 폭을 잘 조절. 또 안드로이드에서도 휙 빠르게 스크롤하면 화면 맨 위까지 자동스크롤되긴 하지만 메뉴버튼만 탭하면 최상단으로 이동하는 아이폰과는 스피드도, 편의성도 차이가 있음. 이런 건 사소하지만 늘 쓰는 기능인데… 안드로이드팀의 선처만 바랄 뿐.
2. 아이튠즈. 아무리 클라우드로 음악을 듣는 시대라지만, 2003년부터 8년을 관리하며 별표를 매기고 재생횟수를 기록해 온 아이튠즈 플레이리스트를 대체할 수는 없음. 도서관에 책 다 있다고 책꽂이 버리는 사람 없는 것과 똑같을 듯. 애플에 코 꿰였음.
3. 카메라. 갤스2의 카메라는 무려 800만 화소에 화질도 선명. 하지만 아직도 아이폰 따라가기엔 버거운 셔터랙이 부담. 다만 카메라 앱을 처음 열 때 걸리는 시간은 갤스2가 빠른 듯. 다음 세대 갤스 카메라에서는 좀 나아지려나.
4. 페이스타임. 탱고도 아직 못 미덥고, 구글톡은 갤스2의 다음 버전 업그레이드에서야 쓸 수 있을 듯. 맥북과 아이패드, 아이폰을 넘나드는 페이스타임이 한동안은 출장길의 가장 좋은 동반자.
5. 그동안 사놓은 앱. 안드로이드에도 좋은 앱들이, 그것도 무료로, 많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Instapaper, Compositions, 블루리본 가이드 등은 대체불가능. 아이패드로 일부 보완되겠지만 아이패드는 주머니에 넣고 가는 건 아니니까…

결론: 음악을 끊지 않는 이상, 어느새 아이팟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아이폰을 버리기가 쉽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안드로이드도 정말 많이 따라왔습니다. 갤스2에서는 신경 쓴 흔적이 많이 엿보입니다. 한 때 거추장스러웠던 삼성전자의 ‘터치위즈 UI’는 이제 그냥 안드로이드에 스윽 스며들어서 (넥서스S보다 인터페이스가 덜 화려해보이긴 해도) 안드로이드가 가진 약간의 불편함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팀에서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갤럭시A 시절에 혹평했던 생각이 나는데, 그새 엄청나게 발전했네요.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합니다.) DMB를 넣어서 해외판매 제품보다 약간 두껍다지만, 이미 충분히 얇아서 두께로도 별로 손해보는 느낌이 아닙니다. 특히 반응속도가 빨라져서 이젠 정말 화면을 두드릴 때마다 햅틱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덕에 키보드를 치는 느낌도 제법 납니다.(갤럭시S까지도 약간 느린 감이 있어서 전 일부러 이 진동을 꺼두곤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5는 대체 뭘 보여줄 수 있으려나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는 ‘디퍼런트’라는 책에서 “카테고리 내 브랜드와 제품 수가 증가할수록 제품 간의 차이는 점점 좁아지고, 나중에는 구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시리얼을 고를 때 별 어려움 없이 통곡물 시리얼이나, 초콜릿 맛 시리얼을 고를 수 있지만 화성인은 시리얼을 고르려면 ‘옥수수를 주 원료로 만든 지구인의 아침식사’라는 범주 내에서 존재하는 곡물 함량과 카카오 함량의 세밀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갤럭시S2를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이제 저부터 제 부모님 또래의 분들에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대해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하나는 애플이란 회사가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구글이란 회사가 만들었다”는 것 외에는 큰 차이점이 생각나지 않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음 제품이 궁금합니다. HTC는, 애플은 어떻게 다음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려나요. 과연 앞으로도 우월한 UI라거나 잘 정돈된 OS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화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아이폰4와 넥서스S, 뭔가 놓치고 있는 것.

자,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만세. 소비자의 승리입니다. 또 다른 소식, KT가 SK텔레콤과 동시에 넥서스S를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만세. 역시 소비자의 승리? 과연 그런가요?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KT도 아이폰4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들에게서 아이폰을 사야할까요? 그저 애플 매장에 가서 아이폰4를 사서 통신사 대리점에서 구입한 USIM 카드를 여기에 끼워서 아이폰을 쓰면 안 되는 걸까요? 매월 쓰지도 않는 요금을 꼬박꼬박 내는 대신 선불카드를 사서 저렴하게 쓰면 안되는 걸까요? 통신사들은 “그러면 단말기 값이 올라간다”고 주장합니다. 자기들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휴대전화를 대량 구입해 크게 할인받는다는 것이죠. 또 보조금도 줘서 소비자 부담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석채 KT 회장 본인이 “단말기 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합니다. 제조업체가 통신사의 ‘보조금 공동 지급’ 요청을 고려해 출고가 자체를 비싸게 높여 부르고는 여기서 할인하는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죠. 중국에서 만든 안드로이드폰 가운데에는 통신사와의 2년 계약 같은 것 없이 10만 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도 있습니다. 품질 차이야 있겠지만, 그것도 엄연한 스마트폰입니다. 한국에선 그런 제품은 아예 볼 수도 없습니다. 통신사가 질색하니까요. 10만 원 짜리 스마트폰을 사서 통신사와 계약같은 것 없이 한 달에 데이터통화료만 2만 원 쯤 내고 인터넷 전화를 실컷 할 수 있다면, 그게 소비자의 승리 아닐까요? 오히려 KT만 아이폰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듯 경쟁이 격화되는 게 더 나은 건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애플은 조만간 선불요금 사용자를 위한 저렴한 가격의 아이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팀 쿡 COO도 “아이폰은 부자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얘기했죠. 그런데 경쟁이 없는 한국 시장에, 그것도 통신사가 모든 단말기를 100% 사들인 뒤 이를 재판매하는 것만 구할 수 있는 한국 시장에 이런 선불 아이폰이 들어올 수 있을까요? KT도, SK텔레콤도 이런 시장이 한국에 생겨나는 걸 원하지 않을겁니다. 게다가 어차피 이제 두 회사가 똑같은 단말기를 갖고 경쟁하게 된(또는 실질적으로 담합하게 된) 상황에서 통신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단말기가 널리 팔리는 상황이 즐거울까요?

그런 점에서 넥서스S가 양사에서 동시 발매되는 것에도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또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해야겠지요. 구글은 넥서스 시리즈를 레퍼런스폰이라면서 통신사 계약없이 판매했지만, 한국에선 그렇게 팔리는 넥서스S라는 건 아예 존재하질 않을 겁니다. 삼성전자 매장에서 ‘옙’ MP3플레이어를 들고오듯 넥서스S도 용산전자상가에서 ‘발품을 팔아’ 40만 원 정도에 기계만 사다가 그동안 쓰던 휴대전화의 USIM카드를 꽂아 쓸 수는 없는 걸까요? 애초에 그게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를 만들면서 내세웠던 가치인데 어느 순간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소비자의 승리라니요. 이제는 구글마저 우리를 계약에 묶어놓기 시작했군요.

통신사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 돈 7조5000억 원 가운데 7조 원 정도는 우리의 단말기 보조금과 우리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대리점 영업사원들의 인센티브로 쓰였습니다. 한 해에 한국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는 2000만 대에 이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한 대 당 35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아, 참고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 평균 판매가격(ASP)은 100~150달러 사이입니다. 20만 원이 넘지 않죠.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단말기만 팔리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저 돈은 모두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위대한 제품과 위대한 공장, 아이폰4와 갤럭시S의 차이점

일본에 갔다 어제 밤에 돌아왔습니다. 구글 컨퍼런스 취재 때문이었는데, 돌아오니세상은 온통 애플과 삼성전자 얘기로 가득하네요. 뉴스를 읽다보니
많은 분들이 소프트웨어의 아이폰이 하드웨어를 보강했고, 하드웨어의 갤럭시가 소프트웨어를
신경썼다는 식의 얘기를 하시더군요. 서로가
서로를 닮아간다고요. 글쎄요. 뭐가 닮았죠?

 

아이폰4의 하드웨어는 사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성능이 향상됐다는 A4칩은
이미 아이패드에서 썼던 제품이고, 근본적으로는 ARM의 코어를 사용한 반도체입니다. 세부사항도
무척 중요하긴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스냅드래곤이나 삼성이 갤럭시S에 사용한
1GHz 칩셋과 비교해 숫자놀이에서는 별 차이가 없죠. 게다가 화제를 모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뛰어난 IPS 방식의 LCD일 뿐입니다. 물론 품질이 다른 저가의 LCD보다 월등하긴 하지만,
야외 시인성이나 넓은 시야각도 등은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LG전자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HD LCD와 해상도 빼고는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아마 LG전자가 애플만큼
동일 규격 제품에 대한 주문을 한 번에 많이 할 수 있었다면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처음 내놓은 화면이 됐으리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다
‘레티나'(망막)라는 이름을 붙이는 마케팅 감각이 있느냐는 건 별개지만요. 어쨌든 중요한 건
하드웨어 사양 하나하나가 아닙니다. 과연 이런 제품을 무엇을 위해
만드는지, 그리고 이 목표를 위해서 새로운 기능들을 어떻게 다른 기능들과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느냐는지가
중요하죠. 애플은 이걸 정말
잘 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저는 다른 발표에 묻혀 지나갔던 아이폰4의 ‘카메라’가
이런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새 카메라를 얘기하면서 화소수 경쟁보다는 카메라를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폰카라는 게 기본적으로 늘 들고
다니며 주변을 기록하는 도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폰카는 이미지 센서(필름
역할을 하는)도 작고, 렌즈도 작습니다. 그러면 들어오는 빛의 양도, 빛을 붙잡는
센서의 크기도 작아집니다. 자연스레 사진은 어둡고, 어두운 장소에서 찍은 사진의
화질은 더 형편없죠. 폰카는 이런 기계의 특성상 절대로 DSLR을 능가하진 못합니다.
대신 스티브 잡스는 똑딱이 카메라의 역할 정도는 아이폰4가 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개선했다고 강조합니다. 센서의 화소수는 늘렸는데, 개개의 센서 입자 크기는 줄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도록 한 거죠. 그래서 아이폰4의 500만 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스냅사진용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도 별로 뒤지지
않습니다.

 

참고삼아 아이폰의 카메라에 대해 한마디 더 하자면, 저는 제 아이폰
3GS의 카메라를 정말 좋아합니다. 화소는 300만 화소밖에 되지 않지만, 굳이 DSLR을
꺼내들 때가 아니라면
다른 모든 사진을 찍을 땐 아이폰 카메라만 씁니다. ‘셔터랙'(shutter lag)이 거의 없거든요. 셔터랙이란
셔터를 누르고 실제 사진이 찍힐 때까지의 시간인데, 다른 휴대전화 카메라로는 아이가 웃을 때 셔터를 누르면
사진에는 고개를 돌린 모습이
찍힙니다. 0.5초 정도의 순간 차이인데, 아이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거든요. DSLR은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바로 사진이 찍히긴
하지만, 무겁고, 늘 들고다니기 귀찮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아이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에게는 아이폰의 카메라가 굉장히 고마운 기능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화소수는 내세우지만
셔터랙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죠. 아이폰도 셔터랙을 강조하진 않습니다. 그냥 써보면
압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숫자놀음보다는 "일단
써보면 다르다는 걸 안다"며 입소문을 내는 것이죠. 애플은 우리가 기계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는 회사니까요.

 

그래서 애플은 위대한 제품을 만듭니다. 화질이 나쁘고, 지글거리며, 음성
품질도 엉망인 기존의 영상통화를 보다가 페이스타임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HD촬영이 가능한 고품질의 캠코더로 촬영해 전송하는 영상통화 화면이란 건
영상통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기능입니다. 페이스타임 광고를
보면, 애플이 어떻게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미션을 이뤄가는지 잘
느껴지죠.

 

갤럭시S는 이에 비하면 위대한 제품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최고의 기능’이라는 식의 찬사를 받긴 하지만, 사실 최고라기보다는 그냥
‘흠 잡을 데 별로 없는
모범생’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갤럭시S를 사고 싶어 밤을 새우는 사람들, 갤럭시S를 손에
쥐고 방방 뛰는 아이들, 갤럭시S를 선물받고 눈물을 쏟는 친구의 얼굴 등을 상상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품이 훌륭하다고 해도
사고 싶을 때 손에 닿는 곳에 있어서 살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습니다.

 

갤럭시S의 선주문 물량은 100만 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110여 개 통신사가 사겠다고
했는데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모두 원하는 날짜에 갤럭시S를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반면
아이폰4는 미국 등 5개국에서만 6월
말, 이후 7월에는 18개국에서만, 다른 나라에는 더 나중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는
사고 싶어도 제품이 없어서 못 산다는 거죠.
삼성전자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A라인에서 만들던 제품을 순식간에 B라인으로 확장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마술을 부리지만 애플은 이런 일을 하지
못합니다. 애플은 제품 물량을 예약하고, 납기에 따라 제품을 공급받으며, 주문량이
늘어나면 그 때 생산량을 늘립니다. 애플은 늘 시장의 반응에 대한 대응이 늦지만, 제품이 워낙 매력적이라 그걸로
이런 약점을 커버합니다. 심지어 기다리는 고객의 반응을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반면 스스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제품 반응이
별로다 싶으면 그냥 해당 라인을 인기 제품으로 바꿔 버립니다. 새 라인에 맞춰 직원을
교육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개월밖에 걸리지 않고, 여러 단계의 등급으로 나뉘어 관리되는
정직원들은 더 높은 등급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근무 환경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바꿔말하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자살하는 직원도 없고, 공장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시장의 반응에 따라 공장의 생산량을 48시간 이내에 조정합니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짧은 반응속도’를 가진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은 폭스콘에 48시간
이내에 생산량을 조정하라는 주문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주문하면 지금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계약도 하지 못하게 되죠.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외에도 기본적으로 많은
휴대전화를 만듭니다. 주문량이 많아서 애플못잖게 낮은 가격에 부품을 살 수 있고,
폭스콘 못잖게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애플과 폭스콘의 조합은 이루기
힘든 엄청나게 빠른 시장 반응속도라는 장점이 있는 거죠. 더 낮은 가격에 얼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독특한
경쟁력이 이 회사를 위대하게 만드는 저력입니다. 사실 노키아와 싸우며 터득한 전략이겠죠.

 

그래서 삼성전자는 위대한 제품은 아니지만 위대한 공장을 만들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비자들이
‘미치도록 갖고 싶은 애니콜’은 그다지 만들지 못한다고 해도, 애니콜은 언제나
늘 기본적인 품질은 지켜줬고, 적절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으며, 시장이 원하면 그
순간 그 자리에 제품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아마도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는
길 대신, 1위가 바뀌어도 계속 2위를 차지하는 기업이 되려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