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 and Frequ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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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이 발발한 1936년의 스페인은 여전히 농업 국가였다. 게다가 대공황이 미국은 물론 유럽대륙의 경제까지 엉망으로 만들어서 내정도 극도로 불안했다. 정치세력은 무정부주의자부터 왕당파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으로 분열돼 서로 대립하고 있었고 모로코에선 프랑코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민주 정부를 세워 보겠다던 공화파의 편에 사회주의자들이 합세하자 인민전선이 구성됐고, 이는 이후 파시스트와 인민전선 사이의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전은 곧 모두의 전쟁이 됐다. 농민과 노동자는 지주와 자본가를 상대로 싸웠고, 파시스트 이웃 국가였던 히틀러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프랑코의 편을 들었다. 신생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은 인민전선을 지원했고 파시즘의 광기를 우려한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들도 자원해서 내전에 참전해 인민전선 편에 섰다.

문제는 땅이었다. 땅과 자유. 발을 디디고 몸을 누일 곳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 권리 말이다. 그런데 스페인에선 이게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무능한 왕정은 자유를 억압했고,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부도 자유를 빼앗아갔다. 땅은 지주와 교회의 소유였고,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늘 가난에 시달렸다.

프랑코와 지주, 그리고 교회는 땅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겼다. 교회의 땅은 신의 대리인인 자신들을 위해 세속 권력이 양도한 침범 불가능한 재산이었다. 지주들의 땅도 대대로 세습되어 온 재산이었다. 프랑코는 충실히 이런 질서를 지켜나가고자 했다. 이들에게 땅은 ‘우리 것’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랜드앤프리덤은 인민전선이 파시스트로부터 수복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토지 분배 논쟁을 아주 디테일하게 긴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준다. 땅은 누가 가져야 하나? 답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다. 땅이 필요한 사람이 가져야 했다. 이들에게 땅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의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이들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뤄낸다. 그리고 소련이 등장한다. 소련이 원하는 건 자신들이 파시스트에 맞서 싸웠다는 대의명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이권이라도 챙기면 더 좋았다. 게다가 소련의 붉은 군대는 애초에 오합지졸인 인민전선 의용군들과 자신들이 동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들에게 땅은 토론을 통해 합의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냥 ‘당의 것’이었다.

길게 영화 얘기를 꺼낸 건 주파수 논쟁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LTE 통신망에 쓸 수 있는 신규 주파수를 새로 할당할 계획이라 통신업계가 시끄럽다. 시끄러운 이유는 간단하다. KT가 이번에 나오는 새 주파수 가운데 특정 대역을 낙찰받으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갑자기 LTE 속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KT 가입자들만 좋은 일이 생기고, 경쟁의 균형이 깨진다. 그렇다고 KT에게 이 대역을 할당하지 않으면 모두 그대로다. 누구도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걸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시각으로도 보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특혜’로도 본다. 그런데 구도를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해 보자.

통신사들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지주 계급 같다. 자신들의 울타리 바깥은 볼 생각도 없고, 존재를 인정할 마음도 없다. 지주들끼리도 재산권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땅은 늘 자신들의 것이다. 통신사의 주파수도 마찬가지다. 다툼은 벌이지만 이건 통신사의 전유물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외의 누군가가 이 다툼에 끼어들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에트 연방 같다. 통신사들이 싸움을 벌이는 걸 잘 관리하면서 ‘국민을 위했다’는 대의명분만 지킬 수 있다면 그만인 듯 싶다. 애초에 통신사가 아닌 누군가의 존재는 정부 또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소련군이 인민전선의 의용군을 쳐다볼 맘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다면 인민전선은? 정말로 땅이 필요한 사람들은?

미국에선 주파수 경매에 구글이 입찰했던 적이 있다. 버라이즌이나 AT&T 같은 이동통신사가 통신망을 쥐고 타 사업자들의 진출을 꽁꽁 막았기 때문이다. 통화료는 비쌌고, 스마트폰 같은 건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직접 통신사를 차리겠다는 식으로 구글이 경매에 뛰어들었다. 통신사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글은 거침없었고, 경매 참가자의 자격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낙찰되는 주파수는 낙찰을 받지 못한 사업자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구글의 메시지가 스마트폰으로 오가는데 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료 이외에는 한 푼도 구글이나 소비자에게 요구하지 못하게 된 것도 구글이 이렇게 경매에 뛰어든 덕분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도 다르지 않았다. 버라이즌과 AT&T에게 통화료를 낮춰야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며 통화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스티브 잡스가 “그렇다면 애플이 통신사(MVNO)를 차려서 통신 시장에 진출해 경쟁하겠다”고 통신사를 협박한다. 결국 AT&T가 먼저 두 손을 들고 애플이 원하는 요금제를 만들어 줬다.

이런 기업들이 바로 주파수가 필요했던 사람들이다. 땅이 필요했던 인민전선의 농부들처럼. 한국에서 NHN이 경매에 뛰어든다면 어떨까. 지금도 스마트폰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고화질(HD)로 한다고 통신사들로부터 욕을 먹는데, 그냥 통신망을 하나 만들면 어떻게 될까.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같은 곳은 없다”며 통신사들이 보이스톡을 차단하는 걸 ‘말로만’ 욕해봐야 그들이 눈 하나 꿈뻑하겠나. 그냥 자기 통신망에서 무료 통화 하면 명분도 되지 않나. 엔씨소프트나 넥슨은 또 어떤가. 온라인 게임이 망에 큰 부하를 준다는 소리도 이제 들을 만큼 들은 것 아닐까.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17조 원, KT는 약 9조 원이다. NHN은 약 13조 원, 엔씨소프트는 약 3.5조 원이다. 비교해 봐도 통신사보다 그렇게 작지도 않은 건 물론이고, 이익 규모로만 따지면 인터넷 기업들이 훨씬 크다. 뒤에 물러서서 말로만 떠들어봐야 얘기가 될 리 없다. 평생 펜대만 굴리던 유럽의 지식인들도 스페인에 가서 직접 총을 들지 않았던가.

땅은 주파수와 다르다고 할지 모른다. 글쎄? 사적 소유가 없어서?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본주의 경제구역으로 늘 1위를 하는 홍콩에서도 땅은 모두 국가의 소유다. 대신 기업과 개인 등은 장기 사용권을 정부에게서 임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가 너무 작아서 이걸 개인 소유로 돌리고, 세습하게 놓아두면 홍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파수도 똑같지 않나.

NHN과 카카오, 엔씨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주파수 경매에 뛰어드는 게 불가능한 이유는 늘 이런 얘기를 꺼낼 때마다 100가지씩 듣는다. 구글이 처음 주파수 경매에 관심을 가질 때도 주변 사람들이 비슷한 얘기를 100가지 이상씩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아이폰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을 테고, 구글이 세계 최대의 모바일 기업이 된 오늘날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다. 울타리를 넘어서는 한국 기업들은 언제나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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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지배하는 가혹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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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Google did not act we faced a draconian future. A future where one man, one company, one device, one carrier would be our only choice. That’s a future we don’t want.” – Vic Gundotra, SVP of Google

난 이 슬라이드를 볼 때마다 배신감을 느낀다. 약 2년 반 정도가 흘렀다. 2010년 5월에 열렸던 ‘구글 I/O’ 행사에서 빅 군도트라 수석부회장은 누가 봐도 애플(‘1984년’이라는 매킨토시 광고로 유명한)을 연상시키는 이 사진을 화면 가득 띄워놓은 채 세계의 안드로이드 팬들을 선동했다. “만약 구글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혹한 미래를 맞게 될 겁니다. 한 사람, 한 기업, 하나의 디바이스, 하나의 통신사만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 되는 시대 말입니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닙니다.”

오늘 아주 매끈한 구글맵을 새 아이폰5에 설치했다.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떠날 때마다 엉터리 애플맵으로 길을 잃을까봐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다시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2년 반이 흐르는 동안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구글은 ‘선택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기업, 하나의 서비스’가 돼 버렸다. 그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었을텐데.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구글은 앙시앙 레짐을 대혁명 이후의 자유 시민들의 삶에 다시 불러들였다. 2009년 11월 이후 한국은 엄청난 속도로 변했다. 혁명적인 정책도 없었고, 혁명적인 혁신기술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혁명적인 사상도 유행하지 않았다. 혁명은 그저 아이폰이라는 기계 하나였다. 그 이전까지는 세 개의 통신사가 혁신을 위한 경쟁도, 값을 낮추기 위한 경쟁도 멈춘 채 과점 상태에 머물러 통신시장을 정체시켰다. 하지만 아이폰 이후 모든 게 뿌리부터 흔들렸다. 그 이전까지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사실상 장사를 못하게 만들 수준이었던 비관세 장벽에 가까운 각종 규제(예를 들어 WIPI)들이 존재했지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그 이전까지는 통신사 만큼이나 독과점 상태였던 무소불위의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아이폰 이후 완전히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혼란에 몸부림쳤다.

엄청난 혼란기였고 구체제의 권력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한번도 왕좌를 놓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절대군주 수준의 권력을 갖고 있던 통신업계의 왕 SK텔레콤은 실속없는 봉건 영주인줄로만 알았던 KT가 아이폰으로 반란군의 대열 앞에 서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피를 흘려야 했다. 전장에서는 왕이 예상치 못한 마케팅비용 3000억 원을 2010년 한해에만 추가로 쏟아부었다는 소문이 횡행했다. 제조업계의 절대군주 삼성전자도 두려움 앞에서 혼란에 빠져든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은 한번에 바뀌지 않았다. 앙시앙 레짐이 흔들리고 혁명이 유럽으로 퍼져나가려고 할 때엔 서로 앙숙인 부르봉 왕가와 합스부르크 왕가라 할지라도 손을 잡게 마련이다. 구 체제의 왕들은 구글이라는 적의 적과 동맹을 맺었고, 몇 년 전만 해도 도무지 어울리는 부분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였던 두 세력은 이제 동맹군이 된다. 동맹의 신무기 기술을 받아들인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었고, 동맹의 군사 운용법을 배운 SK텔레콤은 T스토어를 만들었다.

3년 전, 한국은 햅틱과 아몰레드가 시장을 지배했고, 통신사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모든 휴대전화에 와이파이조차 달 수 없던 나라였다. 그 이후 6개월 동안 코뮌의 시대가 잠시 왔고, 이후 예고된 반동이 시작됐다. 2년 반이 지났다. 한국은 이제 갤럭시가 시장을 지배하고, 통신사의 요청에 따라 망중립성 같은 소리는 집어치운 나라가 됐다. 절대군주 삼성전자의 위세는 더 강해져서 모토로라와 HTC 같은 영주들은 영지를 빼앗긴 채 쫓겨나기 시작했고, SK텔레콤은 자신이 공급하는 동영상과 콘텐츠는 통신요금에 합산되지 않고, 자신과 제휴하지 않은 독립업체의 동영상과 콘텐츠에만 통신요금을 과금하는 통신망 편향적인 독특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정확히 3년 전과 똑같이.

빅 군도트라가 얘기하던 가혹한 미래는 이제  결국 그 구글의 손에 의해 도래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기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구글의 선의 뿐이란 점에서 지금 우리의 처지는 군주와 귀족들의 선의만을 기대하던 앙시앙 레짐의 시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구글은 그동안 앙시앙 레짐을 지원하던 비용을 다시 회수하기 시작했다. 통신사에게선 앱 판매 수수료를 제값에 받아가기 시작했고, 삼성전자와의 독점적 밀월도 끝내고 다른 영주들과도 동맹을 맺기 시작했다. 이건 뭘 뜻할까? 구글의 선의? 내게는 이제 그들이 다시 왕과 귀족 사이의 게임을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패배자를 앞에 놓고 전리품을 챙기는 시기 말이다.

그러니 내 과거의 농담은 완전히 틀린 것 같다. 애플 제국과 안드로이드 동맹군 사이의 스타워즈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옆을 지나간 건 혁명이었다. 시민의 편을 든 귀족과 앙시앙 레짐 사이의 혁명.

iOS6 요금폭탄 소동, KT의 책임

지난 토요일자 신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애플의 새 모바일 운영체제(OS) iOS6에서 팟캐스트를 통한 데이터통화 요금이 ‘요금폭탄’ 수준으로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썼다.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고, 사실 검색해보니 이전에 몇몇 매체를 통해 소소하게 보도됐던 내용이기도 했다. 나만 뒤늦게 알았던 셈인데, 그래도 이게 문제라면서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례까지 잔뜩 모아 제보한 독자가 있어서 안 쓸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기왕 제보를 받은 김에 자세히 알아보니 문제가 더 있었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KT를 통해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인데, KT의 과도한 요금을 알리는 방식에 잘못된 점이 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나간 기사에서는 지면 부족으로 이 부분이 불가피하게 줄어들어서 아쉬웠다.

문제의 현상 자체는 단순했다. 애플은 iOS6를 선보이면서 ‘팟캐스트’라는 앱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아이튠즈로 이용하던 그 팟캐스트가 마치 아이튠즈U나 비디오, 음악 등의 앱이 별도로 분리된 것처럼 따로 분리된 셈이다. 덕분에 팟캐스트에 접속하기도 편해졌고, 관리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내려받을 때 분명히 무료인 와이파이 통신망에 연결한 상태였는데도 나중에 보면 아이폰이 자동으로 유료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팟캐스트를 내려받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수십~수백MB의 용량을 갖는 것도 있어서 이건 꽤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본질은 단순한데 문제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처음에야 팟캐스트 앱이 와이파이와 3G 연결을 혼동하는 버그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런 단순한 버그는 아니었다. 애플은 iOS6에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설정’에 ‘Podcast’(팟캐스트) 항목을 따로 만들었고, 자동 다운로드시 ‘셀룰러 데이터 사용’을 못하도록 기본 설정을 해놓았다. 비싼 3G 통신망에 실수로 연결돼 통신요금이 많이 나오는 일을 막기 위한 배려였다. 그러니 일부러 3G로 팟캐스트를 받겠다는 무제한 요금제 고객 등을 제외하면 아무 설정도 하지 않은 평범한 소비자는 와이파이에 연결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팟캐스트를 받을 수가 없어야 정상이었다.

KT는 “애플이 iOS에서 와이파이에 30분 이상 연결되면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자동으로 3G 이동통신망으로 전환되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다양한 설명이 나와있다. KT 설명대로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접속을 유지해야 하는데 개별앱이 개발 단계에서의 실수로 인해 필요한 시간을 연장하는 값을 적는 걸 빼놓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 아이폰에선 30분 이상 와이파이에 연속으로 접속되는 게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사실 자동으로 팟캐스트 정도 되는 걸 내려받기 전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던 설정이다.(OS 업데이트의 경우엔 애플 사람들이 직접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할테니 문제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잠을 자는 도중에 30분도 넘게 내려받아야 하는 대용량 팟캐스트를 받고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요금폭탄’도 이래서 나왔다.

1차적으로 애플 탓이지만 이해가 안 갔던 건 KT의 요금 경고 방식이다. 올해 7월부터는 요금폭탄 우려를 막으려고 사용자가 약정요금 이상의 요금을 쓸 때 통신사가 이를 반드시 문자메시지로 알리도록 하는 ‘빌쇼크 방지법’이 시행됐다. 모든 통신사는 이 법에 따라 과다한 요금이 발생한 사용자에게는 바로바로 통신요금이 초과된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런데 유독 KT만 예외적으로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만 이를 알린다. 그러니까 밤 9시가 넘어서 데이터통화가 급증한다면 사용자는 다음날까지 아무런 안내도 받을 길이 없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밤 9시 이후로 과다한 통화료 발생을 ‘알리지 않는 게 디폴트’다.

그러다보니 출근길에 “새벽 1시에 데이터통화요금이 1만 원 발생했습니다.”, “새벽 2시에 데이터통화요금이 2만 원 발생했습니다.” 식으로 서너 건의 문자가 한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 생겼다. 그야말로 폭탄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이 아닌 사용자들은 한달에 보통 3만5000원에서 4만5000원을 내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더 낸다면 무제한을 쓸테니까. 이들에겐 매일밤 한달치 요금이 날라오는 것과 똑같은 일이 아침마다 벌어진 것이다.

KT는 이렇게 밤시간 문자메시지 발송을 그친 데 대해서 소비자가 스팸이나 광고성 문자가 밤에 오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스팸이나 광고 문자의 문제고, 과다요금 안내는 바로바로 알려줘야 한다. KT는 이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달 8일부터 과다요금 안내를 24시간 시행하는 걸로 정책을 바꿨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8일 이후로는 문제가 사라진 게 아니고, 시스템 전환에 시간이 걸려서 아직은 일부 가입자에게만 24시간 안내가 적용된 상태라고 한다. KT 가입자 전체가 24시간 안내를 받으려면 시스템 수정에 시간이 한동안 더 걸리는 건 물론, 아직 언제 완료되는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요금폭탄 우려야 애플 문제가 있으니 SK텔레콤의 아이폰 사용자라고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적어도 SK텔레콤에서는 과다요금 청구안내를 24시간 제공했다. 그리고 SK텔레콤에게는 좀 부끄러운 얘기겠지만 이 회사에는 아이폰 사용자가 적은데다 이른바 ‘얼리어답터’도 적어서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 수도 적다. 그래서인지 SK텔레콤 고객센터에는 요금폭탄 관련 불만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쨌든 문제는 통신요금이다. 소비자 탓이 아닌데도, 어디서도 돈을 돌려받을 곳은 없다. 이게 현실.

2012년 9월 5일

– KT, 선불에서도 데이터 맘껏 쓰세요
= KT가 USIM 카드만 팔아 개통하는 선불요금제에 데이터 요금제를 포함. 사실 그동안 너무 비쌌음. 맘껏 쓰라고 했다고 해서 무제한을 허용하는 건 아니고, 100MB 5500원, 300MB 8800원, 500MB 1만1000원, 1GB 1만6500원, 2GB 2만2000원, 4GB 3만8500원으로 파는 것. 하지만 맘껏 쓰라기엔 여전히 비싼 요금제.

– SK텔레콤, 스마트 가족을 위한 유무선 결합상품 ‘온가족 프리’ 출시

= 맘껏 쓸 수도 없는 요금제를 내놓고 맘껏 쓰라는 KT와 마찬가지로 무료(free)가 아닌 요금제를 내놓고 온가족 프리라고 주장하는 건 SK텔레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쪽이 좀 더 그럴싸. LTE로 옮길 생각이었다면 한 번 생각해 볼만. 하여튼 결국 통신시장은 잠깐 참고 기다리면 다시 자기들끼리 출혈경쟁 벌이면서 이러저런 요금제를 내놓고 유혹하게 돼 있음. 비싸다 생각할 땐 안 사고 기다리는 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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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롬 탄생 4주년: 더 나은 웹에서 나만의 웹으로 진화

= 예전에 순다 피차이 부사장 인터뷰 때 “크롬 마케팅은 뭔가 애플이 하는 걸 흉내내는 느낌”이라고 한마디 했다가 태평양을 사이에 둔 화상회의로도 이 양반이 불같이 화내던 게 기억남. 무례한 저널리스트 때문에 바꾼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후 크롬의 브랜드 관리는 꽤 잘 됐던 듯. 오늘 이 사진은 정말 4주년을 맞아 크롬의 비전과 목표, 오늘날의 현실과 역사 등을 간략하게 설명. 그나저나 버전 관리는 어떻게 좀 바꿨으면 좋겠음. 오늘 버전을 확인하니까 21.0.1180.89. 당신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크롬이 메이저 업데이트를 21차례 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다가 이거 무슨 버전 번호인지 IP 주소인지 알 수가 없음.

2012년 9월 4일

– ‘T맵’과 ‘멜론’이 자동차 속으로 들어왔다, SK플래닛,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상용 서비스 개시
= SK플래닛이 앞으로 르노삼성의 SM3에 일종의 매립형 스마트 내비게이션 같은 장치를 달겠다는 뜻. 말은 거창하지만 따지고 보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매립형으로 설치한 뒤 운전석에서 쉽게 조작 가능한 UI를 사용하고, 인터넷 연결은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하겠다는 얘기. SK플래닛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자기 서비스를 넣고 싶겠지만 자동차 업체가 특정 서비스에 종속되고 싶어할리도 없고, KT, LG유플러스 고객(고객의 절반!)에게 차를 안 팔 생각도 아니기 때문에 통신모듈 넣는 건 실패한 것. 어쨌든 내 생각엔 그냥 내비게이션과 뭐가 차별화되는지 모르겠음. 차라리 아이패드나 넥서스7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더미 대시보드를 만들고 차 값을 할인해 주는 게 소비자에게 더 좋지 않을까.

– 청소년에게 음란 문자(SMS) 무차별 전송한 업자 적발

=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중앙전파관리소가 06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보내는 음란문자 업자들을 무더기 적발했다는 내용. 원래 보도자료 배포 일정에 들어 있던 자료도 아니고, 해당 기관에서 급작스레 중요한 자료라고 냈다는데, 아동 성폭행 관련 뉴스에 편승하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060 업자들은 단속해야 하지만, 요즘은 정말 애 키우는 입장에서 각종 아동 폭력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현실이 괴롭고, 짜증나고, 쳐다보기도 싫음. 밥먹다 라디오 뉴스 끈 게 한두번이 아님.

– KG모빌리언스, 와플반트 엠틱 서비스 오픈

= 모빌리언스의 바코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엠틱’이 가맹점을 또 하나 추가. 15번째라는데, 도대체 이 바코드 결제 누가 쓰는지 모르겠음. 그렇다고 바코드 결제가 가능성이 없어보이지만도 않는게 개인적으로는 스타벅스 카드를 쓰다가 자연스레 스타벅스 앱으로 스타벅스 커피 결제를 하고 있는데, 스타벅스 카드가 종류가 많은데다 선물도 많이 주고받는데, 지갑에 여러 장 넣고 다니기 불편해 자연스레 앱으로 몰아서 관리하게 됐기 때문. 각종 쿠폰 등 조회도 편한 게 특징이었음. 오히려 모빌리언스나 다날 같은 업체의 앱보다 스퀘어 이사회에 합류한 스타벅스의 모바일 결제사업 진출이 훨씬 파워풀할 듯.

SK플래닛의 틱톡 인수

SK플래닛이 틱톡을 인수했다는데,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도대체 왜 했을까?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설마… 라고 생각했다. 인수합병의 여러 전통적인 목적을 살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
1. 시장점유율 확대: SK텔레콤은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의 메시징 업체다. 문자메시지가 있지않나. 게다가 돈 못 버는 카카오와 달리 문자메시지로 돈도 번다. 카톡이 발송건수 점유율에서는 앞설지 모르겠는데, 이 격차를 줄이려면 틱톡을 인수하는 것보다 그냥 문자메시지를 무료화하는 게 더 낫다. 그건 SK텔레콤의 수익원이라 손을 못대는 거라면 도대체 이 회사 왜 분사했을까.
2. 기술력 강화 및 우수인력 흡수: 그러면 독립자회사로 남겨둘 게 아니라, 이들에게 임원자리 내어주고 플래닛 안으로 흡수했어야지. 그것도 아니고 그냥 독립자회사로 놓아두면 이들의 기술이 플래닛 안에 어떻게 흡수되나. 과감하게 부사장 자리를 주는 게 아까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앤디 루빈이 지금 구글에서 어떤 위치인지 다들 잘 알텐데.
3. 경쟁서비스 무력화: 가끔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은 잠재적 경쟁을 회피하는 비용이 인수가격보다 크다는 판단이 들면 돈을 내고 경쟁업체를 사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우 경쟁업체는 틱톡이 아니다. 카카오톡이지.
4. 시너지 또는 구색 갖추기: SK플래닛이 하고자 하는 여러 서비스와 틱톡이 서로 상승 효과를 내리라는 기대. 또는 기업이 성장하다보면 소비자가 이것저것 원하는데, 작은 규모의 회사일 땐 못 제공하던 비어있는 서비스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그런 상품을 들여놓기 위해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그냥 관련회사를 사들이는 게 훨씬 좋은 판단이다. 좋다. 그런데, 그러면 역시 틱톡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그 회사가 만들어 놓은 네이트온UC는? 그냥 버릴 건가? 구색은 이미 다 갖췄던 것 같고, 시너지는 컴즈하고 냈어야 할텐데.
5. 기타: 손실을 보는 회사(하지만 가진 기술이 도움이 된다거나, 장기적으로는 흑자를 볼거라거나)를 일부러 사들여 손실을 포함시킨 뒤 법인세 폭탄을 피하려는 M&A가 있다. 그런데 이런 건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가 택할 전략이지, 플래닛은 아닌 듯. 글로벌로 나가려는 계획도 가질 수 있다. SK가 이런 건 잘 못하니까. 그런데 틱톡도 딱히 글로벌한 서비스는 아니다. 불행히도.

경영학 교과서에는 몇 가지 잘못된 M&A 전략도 소개하는데, 혹시 이런 건 아닐까 궁금하다.

1. 다양성의 신화: 구색갖추기 식으로 이것저것 필요할 거라 생각되는 기업을 사들여놓고 보는 식이다. 예전에 SK커뮤니케이션즈(아마도 당시 SK플래닛 역할을 했을…)에서 “인터넷 사업은 역시 검색”이라던 기억이 난다. 그 땐 페이스북도, 마이스페이스도 별 게 아니었던 시절이고 싸이월드가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던 소셜플랫폼이었는데, 여기에 집중하는 대신 엠파스를 인수하는 등 삽질을 했다. 결국 검색도 별로, 소셜도 별로, 그게 오늘의 이 회사. 사실 경영진이 별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거라고 생각되는 사업을 사들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2. 경영진의 오만: Managerial Hubris라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나는 똑똑하고 훌륭한 CEO니까 내 선택에는 틀림이 없을 거라는 자만과 오만 얘기다. 앞서 든 다양성의 경우와는 반대의 동기.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이 이런 일을 잘 벌이는데, M&A가 단기간에 회사의 재무제표를 변화시키고, 상품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성공할 경우 화려하게 주목받기 때문에 그렇다. 장기목표보다 단기 성과에 급급한 이른바 ‘능력있는’ 경영진이 잘 겪는 일. 하지만 시너지가 생길 거라는 확신은 그들에게만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렇게 회사 규모를 M&A로 늘려가면, 전문경영인의 권한도 따라서 커진다. 쉽게 빠져드는 함정.

안경테


안경테가 바뀌었다. 사실 본인도 별 신경을 안 쓴 모양이었다. 올해 초 취임 직후에 쓰던 건 이 안경이 아니었다. 그는 2년에 한번쯤 바꾼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시력이 조금씩 달라지니까.

아마도 두 사람에게는 이런 비교가 썩 달가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전임 CEO와 비교해야겠다. 기계적으로 2년에 한 번씩 안경테를 바꾼다는 하성민 사장은 굉장히 수수하다. 삶이 검소한지는 모르겠다. 안경테는 꽤 비싸보였다. 소비 생활이 아니라 그의 ‘말’이 수수하다는 뜻이다. 화려한 언변도 없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정만원 전 사장(현 SK그룹 부회장)의 안경테는 독특했다. 그는 태그호이어 선글라스에서 유리알만 보통 렌즈로 갈아끼운 안경을 쓰고 다닌다. 사나운 인상을 좀 감춰보려고 그랬다는 것이다. 안경테가 강해 보이면 눈빛이 좀 죽는다고. 그는 달변이었다.

그러니까 지난해까지의 SK텔레콤은 화려했다. 그리고 강인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CEO의 태그호이어 안경테처럼 회사의 모습도 멋있었다. 알짜 고객을 그놈의 아이폰 때문에 KT에 우르르 빼앗기긴 했지만, 당시 CEO는 “우리가 만만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그의 말은 맞았다. 50%를 약간 넘기는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한번도 그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사실은 좀 다르다. 알짜 고객이 KT로 넘어가면서 KT는 이익면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반면 SK텔레콤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흔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만 프리미엄’이었는데 KT가 아이폰 가입자를 가져가면서 ‘나도 프리미엄’을 하느라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 1등을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또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을 지키느라 마케팅비도 엄청 쏟아부어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를 위해 3000억 원을 추가로 썼다는 얘기도 돌았다. 그리고나서 결국 지난해가 끝나갈 때에는 뒤늦게 아이폰4를 들여왔다.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었다. 재미있는 건 정 사장의 얘기였다. 6월 말 경, 새 아이폰4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폰4 보셨어요? 제가 직접 봤어요. 그런데 디자인이 완전히 잭나이프에요. 차갑고, 냉정해요. 아이폰3G처럼 부드러운 맛이 없어서 디자인이 영 별로에요.” 그는 아이폰4가 잘 안 팔릴거라고 단언했다. 본인의 안경테는 그렇게 잘 고르던 CEO가 왜 디자인에 대한 감각은 그렇게 무뎠던 걸까. 결과적으로 아이폰4는 ‘안테나게이트’라거나 ‘위치추적’ 등 기기적인 성능이나 운용방법으로 문제가 되긴 했지만 디자인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아이폰4 안테나게이트의 문제는 디자인에 대한 집착 탓이었으니까.

올해의 SK텔레콤은 별로 화려한 구석이 없다. 그리고 부드럽다.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CEO가 시간이 지나면 기계적으로 바꾼다는 안경테 만큼이나 회사의 운영 방식도 무미건조했다. 뭘 살갑게 설명하는 법이 없었다. 이 회사는 4월에 임원 인사를 마쳤고, 7월에 새 서비스인 LTE를 시작했다. 8월에는 주파수 경매가 있었고 10월에는 SK플래닛을 분사시켰다. 11월에는 하이닉스 인수가 마무리됐다. 큰 일들이 계속 벌어졌는데도 기자들이 CEO 얼굴 한 번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7월 LTE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경쟁사인 LG유플러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리는 소외당했다, 하지만 이번엔 변한다”는 메시지가 워낙 강하기도 했지만, SK텔레콤이 그다지 나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 동시에 취재를 요청했는데,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내가 직접 자정에 전파 송출 스위치를 누를텐데 그 자리에 오고 싶다면 와보라”고 했다. 반면 SK텔레콤에선 아무 얘기가 없었다. 그리고 하 사장 대신 지금은 SK플래닛으로 자리를 옮긴 서진우 사장이 7월1일 자정 무렵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 갔을 뿐이었다. 계열사 분리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첨예해졌을 때에도 철저히 무대응이었다. 작정한 듯 회사 측 ‘입’은 모두 닫혔다. 반면 노조나 불안감에 휩싸인 직원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소문들과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비대칭적인 정보가 주어지면 언론은 정보가 많은 쪽 얘기를 듣게 마련이다. 그래도 이들은 리스크를 그냥 안고 갔다. 하이닉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SK텔레콤이 하면 시너지는 커녕 망하기 딱 좋을 것”이란 비아냥까지 나오는데도 한번도 ‘역정보’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사고 싶다, 진심으로”라는 일관된 메시지만 나왔고, 실제로 예상가격보다 10% 정도 더 준 금액에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하 사장은 “원래 모든 인수는 적정가격이라고 평가된 것보다 좀 더 주고 산 뒤 그만큼의 가치를 인수 이후에 만들어내는 게 모두에게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결과니까.

그러니까 이 사람에게 안경테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꽤 비싸보이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