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과 삼성의 법정 공방
by 김상훈
오늘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법정 내 모니터의 삼성전자 로고를 지워달라"고 요청하고, 삼성전자도 "법정에서 비전문가의 블로그나 견해를 인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말하자면 '로고-블로그' 공방. 이 내용도 역시 오라클로부터 후원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최근 문제가 됐던 플로리안 뮐러의 블로그가 전했다. 삼성이 요구한 건 전문성이 없는 블로그나 기사를 인용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애플과 삼성에 대한 비교 평가를 담은 내용에 대해서. 이에 더해 구체적으로 인용하지 말아달라는 대상까지 등장했다. 헨리 어박(Henry Urbach)과 산제이 수드(Sanjay Sood). 삼성이 밝힌 인용 중단 요청의 이유는 이렇다.
헨리 어박은 '애플의 문화적 중요성과 디자인에 대한 애플의 헌신'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 소송과 전혀 관계 없는 주제입니다. 특히 어박의 주장은 주관적이고 단정적인데, 애플 제품이 "아름답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이며, 예외적으로 유혹적이어서 숭배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배심원에게 좋은 영향을 줄 리 없습니다.
산제이 수드는 소비자 의사결정 분야의 전문가인데 그가 "애플은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DNA에 디자인을 갖춘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램프와 스테플러, 알람시계 같은 제품의 디자인과 스마트폰 디자인을 비교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치 못한 연구라고 판단됩니다.
헨리 어박과 산제이 수드가 누구인지를 모르니, 처음에는 이들도 그냥 전문성이 없는 블로거나 기자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웬걸, 헨리 어박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의 큐레이터다. 그리고 산제이 수드는 UCLA 경영대학원 교수다. 전공은 마케팅과 브랜드관리, 소비자행동 등. 두 사람 모두 한마디씩 할만한 전문가들이다.
배심원에게 영향을 준다고 모니터의 삼성전자 로고까지 가리라는 애플, 전문가의 전문적 의견이 편향됐다며 채택하지 말라는 삼성. 도대체 법정에서 만나면 어떤 얘길 나누는 걸까. 이러면서 곧 팀 쿡과 최지성이 얼굴 맞대고 앉을 예정이라고 한다.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