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애플이 늦게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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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아이폰 OS4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여름 쯤이면 늘 하듯 컴퓨터에 아이폰을 연결하는 순간 새 OS가 자동으로 아이폰에 업그레이드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아이폰이 겉모양은 똑같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른 새 스마트폰으로 변하게 되는 겁니다. 몇 가지 예전과는 굉장히 다른 기능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멀티태스킹과 통합이메일, 폴더로 정리하는 프로그램과 개인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배경화면 등이 새 기능입니다.

기능에 대한 소개는 이곳저곳에서 많이 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김광현 기자의 블로그에 내용은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날 스티브 잡스가 자랑스럽게 소개한 USA투데이 에드 베이그 기자의 아이패드 리뷰 얘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드 베이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아이패드는 그걸로 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계가 아니다. 웹 서핑, 이메일, 게임과 전자책 등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기계는 그런 일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기계다. 이것이 애플이란 회사가 그동안 나온 컴퓨터 사용설명서를 새롭게 써 나가는 방식이다."

오늘 발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트위터를 열어봤더니 미국 구글에서 일하는 한 한국인 매니저가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OS에서는 아이폰이 OS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특징이라고 내세운 멀티태스킹, 통합 메일 관리, 폴더, 배경화면 변경 등이 이미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애플은 구글이 할 수 있다고 내세우는 그 모든 걸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을 리뷰하겠다고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사용해봐서 잘 알고 있습니다.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의 멀티태스킹은 스마트폰을 버벅거리게 만들고, 배터리를 엄청나게 빨리 닳도록 합니다. 이날 본 아이폰 OS4에선 손가락을 한 번 움직이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폴더가 안드로이드에선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쳐야 만들어집니다. 사용자가 더 편하려면 어떻게 기능을 만들어야 할지를 수없이 반복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만들 수 없는 기계가 아이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이날 발표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거 우리도 다 만들 줄 아는 거잖아.” 하지만 그런 회사 가운데 어느 곳도 아이폰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날 스티브 잡스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팔린 아이폰은 무려 5000만 대. 한국 인구보다도 많습니다. 같은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팟터치까지 합치면 8500만 대의 기계가 팔려나갔습니다. 8500만 명의 손에 같은 프로그램을 쓰는 기계가 들려있는 겁니다. 한 회사에서 나온 단일한 기계가 이렇게 널리 팔렸던 경우를 전 아이폰 외에는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새 기계가 나오면 늘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걸로 뭘 할 수 있느냐?” 멋진 기계를 개발한 기업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고, 이메일도 볼 수 있고,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그런 게 궁금하지 않습니다. "나도 쓸 수 있을까?"가 사실 가장 중요하고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인 겁니다. 이날 아이폰 OS4 발표는 그 진짜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 같았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