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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실적, 만분의일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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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4분기에만 18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18조 원, 한 달에 6조 원 이상 벌어들인 셈이다. 아, 매출이 아니다. 영업이익 얘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드는데 들어간 알루미늄 값, 삼성에 준 반도체 비용, 직원들 월급과 광고비 전부 제외하고 남긴 이익만. 이게 어느 정도 규모냐면 마이크로소프트(78억 달러)와 삼성전자(48억 달러), 구글(32억 달러, 3분기 기준이니까 이번 분기에는 훨씬 늘긴 하겠지만)의 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 큰 액수다. 잘 나가는 페이스북도 이익은 11억 달러 정도 규모고, 어떤 회사도 애플만한 이익을 내지 못한다.

전에 edge.org를 통해 소개된 "아프리카의 진짜 크기"라는 지도가 널리 퍼진 적이 있는데, 이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는 중국과 미국, 인도, 일본을 모두 포함하고, 유럽 대부부분의 국가를 포함한 것보다 넓은 면적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아프리카 대륙 전체 면적은 달 전체 면적의 80%가 넘는다. 우리는 거대한 아프리카를 바라볼 때 편견에 사로잡혀 실제로 아프리카가 얼마나 거대한지는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애플 실적 발표를 보면서 든 생각이 딱 이랬다. 이번 이익 규모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단일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이익이었다고 하니 역사마저 바꾼 셈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기가 막혔다. 매월 6조 원을 벌어들인다는 건 쉬는 날까지 포함해서 하루에 하루에 2000억 원의 이익을 낸다는 얘기다. 직원은 약 10만 명. 단순히 1인당으로 나눠도 한 사람이 하루에 200만 원의 이익을 낸다. 근무일 기준으로 바꾸면 하루 300만 원 정도 벌어들인다는 얘기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초당 104원 정도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똑딱똑딱) "이거 말고 좀 더 예쁜 케이스 없을까요?" (똑딱똑딱) "고객님, 이건 어떠세요?" 여기까지 30초가 걸렸다면 3000원 이상의 서비스를 받은 셈...? 이건 농담이지만, 이런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애플은 이 돈을 대부분 회사 안에 쌓아둔다. 물론 팀 쿡이 부임한 이래 근로조건 개선에도 훨씬 더 노력하고, 자사주 매입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엄청난 돈은 애플 안에 쌓여 있다. 그리고 애플의 임원들은 쉽게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 (최근 버버리에서 애플로 옮긴 안젤라 아렌트는 7330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대부분 애플 주식이지만 수십억 원 정도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한국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면 한국 정부는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한다"며 기업을 옥죈다. 한국 기업의 임원이 수십억 원 대의 연봉을 받고 수백억 원 대의 주식 보상을 받는다면 여론이 들끓는다. 압도적 보상은 압도적 성과를 위한 필요조건이 아닐까. 내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세상은 애플 같은 회사 하나가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애플의 만분의 일 밖에 안 되는 회사가 만 개가 있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세상도 애플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애플도 시작할 땐 그런 만분의일 가운데 하나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