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아이폰 카메라의 진화

by

링크한 웹사이트에 가보면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선보였던 2007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꾸준히 매년 카메라를 혁신해 왔는지 알 수 있다.(Thanks to 윤지만) 심지어 카메라가 차지하는 물리적인 공간을 점점 얇아지는 스마트폰 속에 계속 줄여 넣어가면서도 아이폰 카메라의 화질은 한번도 후퇴한 적 없이 좋아졌다.

이번 아이폰6도 카메라가 확실히 개선됐다. 빛이 부족한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라거나, 접사 기능 등을 보면 아이폰5s보다도 확 개선됐다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인물 사진에서의 피부톤이나 해질녘의 석양 표현 등은 정말 자연스럽고 실제의 빛을 자연스럽게 잘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이폰5S도 여전히 굉장히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하는데, 우선 렌즈밝기 같은 물리적 측면에서 아이폰6와 차이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는 아이폰5s의 화질이 전반적으로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교 사진들을 보면 아이폰5s와 아이폰6의 차이는 그 이전 제품들 사이의 차이보다는 확연히 적다. 또 아이폰5s는 노출을 기본적으로 아이폰6보다 한스탯 낮춰 잡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덜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지는 몰라도 후보정을 할 때 더 많은 정보를 남겨두는 방식이다. 사진을 찍으면 빛이 밝은 부분은 하얗게 어두운 부분은 검게 나오는데, 검게만 보이는 곳은 노출과 대비, 레벨값을 조절해서 디테일을 살릴 수 있지만 흰 부분에는 아예 정보 자체가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특히 전문가용 raw파일 형식의 기록이 안 되는 스마트폰) 나중에 되살리는 게 불가능하다.

또 덜 사실적인 아이폰5s의 사진은 '아이폰 사진'으로서의 독특한 색감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작은 렌즈 때문에 이미지가 굴절되고, 모서리엔 그림자가 지며(비네팅) 색도 이상하게 왜곡되는 로모 카메라가 왜 그리 오래도록 인기를 끄는지 생각해 보면 안다.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현실을 보려는 게 아니고, 사진을 통해 왜곡된 기억을 확인한다. 그러니 한 번 렌즈를 통과한 빛이 꼭 현실 그대로여야만 한다는 건 착각이자 집착이다. 현실은 눈으로 볼 때만 현실로 남아있는 법이고, 촬영되고 나면 렌즈와 모니터, 인화지 등을 통해 언제라도 왜곡된다. 그 왜곡을 얼마나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이미지를 보정하느냐가 사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이폰6가 아이폰5s보다 여러면에서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하는 건 물론이다. 내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아이폰6를 고를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5s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카메라가 부러워서 아이폰6를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아이폰5 이전 모델이라면 단지 카메라 업그레이드라는 이유만으로도 새 스마트폰을 살 이유가 될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