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6 사용기
by 김상훈
회사에서 쓸 테스트폰이 필요해서 새로 나온 아이폰6를 대만 출장길에 사 왔다. 6플러스도 함께 사고 싶었는데, 인기가 좋은지 가는 곳마다 품절. 사실 6도 64GB 모델은 품절, 흰색과 회색도 품절. 오직 16GB 금색 모델만 남아서 그걸 사는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정도 출장 도중 써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우선 크기. 4인치와 4.7인치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지금 쓰는 넥서스5와 비슷한 화면 크기인데,(Twitter @seokbin 님 지적으로 '같은 크기'에서 수정. 넥서스5는 4.95인치) 이 정도 크기가 딱 좋다는 생각. 주머니에도 무리없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화면이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크기다. 게다가 두께가 얇아진 덕에 만지는 느낌은 하나도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이폰6를 쓰다가 다시 넥서스5를 손에 들었더니 화면 크기가 똑같은데도 이건 무슨 벽돌을 드는 느낌. 게다가 아이폰6는 유리를 모서리에서 둥글게 가공해 놓아서 둥글게 휘어진 알루미늄 케이스와 잘 이어진다. 이 틈새에 머리카락이 끼어서 잡아뜯긴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난 그런 경험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제품별 차이가 있는지도.
불만족스러운 배터리. 별도의 충전 배터리 없이는 헤비하게 쓰면서 돌아다니기는 좀 무리가 있다. 5s와 비교해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부분. 6플러스는 좀 낫다는데, 어쨌든 배터리 문제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무지 높은데도 애플은 여전히 고집을 부리는 느낌이다.
스피커는 완전히 놀라웠다. 이게 이 작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아이패드미니 레티나도 함께 쓰고 있는데, 아이패드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준 건 물론이고, 호텔방 스피커보다도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5s와 비교해서 들어봤는데, 기본적으로 출력이 높아진 느낌. 같은 볼륨단계에서 더 크고 깊이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스피커 모듈 자체가 더 큰 것으로 교체됐다는데, 그 덕분인 듯.
LTE. It just works. 국가별 설정 같은 걸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 당연한 기능이 사실 쉬운 건 아니었던 것이, 3G 시절에는 핸드폰이 쓰는 주파수 대역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일했다. 그래서 그냥 한 모델만 만들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화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LTE는 다르다. 국가별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달라서 LTE 접속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아이폰6는 국가별로 사야 하는 모델이 복잡하게 달랐던 5s와 달리, 한 모델을 사면 그냥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두 LTE를 쓸 수 있다.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의외로 큰 변화다.(사실 애플의 발전보다는 모뎀칩셋의 발전이겠지만.)
그리고 카메라. 5s 시절보다 확실히 개선됐다. 특히 초점은 정말 빨리 자동으로 맞춘다. 사람 얼굴 인식도 굉장히 빠르고. 잠금화면에서 바로 카메라를 열 수 있게 된 이후로, 아이폰은 스냅사진에 아주 강했는데 이젠 거의 완벽한 수준. 그리고 새 슬로우모션도 맘에 든다. 240fps로 영상을 찍는데, 8배로 천천히 재생 가능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내용.
[vimeo 108222969 w=1280 h=720]
그런데 Vimeo가 뭔가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된 영상을 올렸는데 거꾸로 받아준다. 그냥 슬로우모션만 참고로. 어쨌든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이 꽤 잘 찍혔는데, 6플러스에는 광학손떨림방지(OIS) 기능이란 게 들어 있어서 손이 좀 떨려도 렌즈가 떨림을 잡아서 보정해준다고 한다. 즉, 어두운 곳에서 덜 흔들린 사진이 나온다는 건데 결과물을 비교하는 경우를 봤더니 6보다도 뚜렷하게 좋았다. 그냥 좀 비싼 똑딱이 카메라를 샀는데, 사고 보니 인터넷도 되고 전화도 되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카메라였다고 생각해도 아깝지 않을 수준이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튀어 나온 카메라 디자인. 왜 렌즈 부분이 돌출됐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보기 흉하다. 뒷면에 둘러놓은 흰색 띄도 기능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디자인 포인트 같은데, 역시 무슨 내복 디자인을 보는 느낌. 개인용으로 샀던 거라면 당장 케이스부터 사서 씌웠을 것 같은 디자인이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유리. 이온-X 글래스라고, 기존보다 더 강화된 유리를 적용했다는데, 주머니에 다른 핸드폰과 두개를 함께 들고 다녔더니 순식간에 작은 실금이 갔다. 평소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긴 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흠을 찾으면 바로 보였다. 스크래치에 강한 강화유리 치고는 실망스러웠다.
나중에 아이폰6플러스를 보게 되면 한동안 고민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너무 큰 핸드폰은 무조건 싫다는 사람이라면, 지금 시장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