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이 열어갈 '공짜 태블릿'의 시대
by 김상훈

아마존과 다른 경쟁업체와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존이 기본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사용자 분석을 통해 차별화를 이룬 온라인 쇼핑몰이죠. 아마존에서 책을 몇 권 사면 그 다음부터는 귀신같이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읽고 싶을만한 책을 추천합니다. 책이 아니라 어떤 상품을 사도 마찬가지죠. 이 역량을 조금만 방향을 바꿔 활용하면 구글이 자랑하는 '문맥 광고(contextual ad)'가 됩니다. 읽거나 보고 싶은 광고를 정확히 타게팅해 보여주는 능력이죠. 이에 더해 아마존은 킨들을 팔면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좋은 아웃소싱 파트너를 골라 매력적인 단가에 부품을 공급받은 뒤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가치를 주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죠. 물론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분석 알고리듬을 통해 '킨들을 살 것 같은 고객'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아마존의 장점입니다. 아마존은 애플처럼 땅값 비싼 지역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애플스토어를 운영하는데 막대한 돈을 들일 필요도 없고, 터프한 유통업체와 협상을 벌이기 위해 유능한 세일즈맨을 고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비용절감이 곧 킨들의 원가 절감 요인이 되죠. 멋진 광고를 이 킨들에 접목시킨다면 당연히 언젠가는 '공짜 킨들'도 가능해질 겁니다. 문제는 킨들 광고의 규모가 언제 원하는 수준까지 성장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게다가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서 아마존은 이미 구글의 가장 큰 경쟁자입니다. 수많은 개인 소매점이 아마존의 플랫폼을 빌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죠. 또 이런 개인 소매점은 심지어 상품 소싱마저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입문서를 평소 1만 원에 하루 100권 판다고 하면, 저같은 기술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이 입문서 판매화면만 떼어다 제 블로그에 다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존을 몰랐거나, 아마존은 알았더라도 제가 제 블로그에 쓴 이 입문서 책이 맘에 들어 구입을 결정한 사람이 제 블로그에서 구매를 하겠죠. 아마존은 이 매출에 대해 제게 일정 수익을 나눠줍니다. 이외에도 기업이 일상적인 기업의 전산 활동 영역에서 서버와 저장장치를 빌려 쓸 수도 있고, 신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드는 벤처기업이 갑자기 급증할지 모르는 사용량에 대한 '버퍼'를 미리 마련하지 않고도 적은 비용에 거대한 서비스를 빌려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은 이런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을 이용해 (저작권자와의 갈등은 있지만) 클라우드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고, 영화도 보여줄 예정이며, 이미 전자책 분야에선 세계 1위의 전자책 판매업자가 됐습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의 성공사례에 사람들이 감탄하지만, 사실 이런 영업을 정말 잘 하는 건 애플보다는 아마존이었죠. 구글은 아직 멀리 뒤떨어진 후발주자고요.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킨들만큼 값싼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면, 아이패드나 줌(Xoom), 갤럭시탭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 아마존은 이제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준 셈입니다. 유형의 상품도 공짜로 나눠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란 얘기까지 성급하게 나옵니다. 크리스 앤더슨이 주장했던 이른바 공짜경제(Freeconomics)의 본격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아무나 아마존처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마존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내부 역량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이런 생각을 해내는 건 아닙니다. 아마존의 전략팀은 그래서 뛰어납니다. 또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시켜내고 마는 빠르고 유연한 조직도 대단해 보이며, 모든 결정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던 CEO 제프 베조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감탄합니다. 구글과 애플이 누군가와 심각하게 경쟁하게 된다면 그건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가 아니라 아마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