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안철수와 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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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를 알 것 같지는 않지만, 제게는 몇 가지 인연이 있습니다. 둘다 어린 시절 처음 컴퓨터 잡지를 사서 보기 시작할 때부터 푹 빠졌던 '소년기의 영웅'들이고, 아마도 기자가 된 후 단일 인물에 대한 기사를 가장 많이 썼던 두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둘 다 제가 책으로 그 인생을 써낸 사람들입니다.

차이점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객관적 차이점 말고 제가 본 주관적 차이점 얘기입니다. 한 사람은 굉장히 쑥스러움을 많이 탑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어색해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타고난 showman입니다. 무대에서 청중들을 휘어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둘 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합니다. 한 사람은 태어난 나라가 한국이라서 한국이 좀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태어난 나라가 미국이라서 머리속에 세계가 들어있습니다. 이 사람은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차이점입니다. 한 사람은 평생 책에서 배운대로 살아도 세상은 충분히 살만하다 생각하고 (반드시 그렇게 살아온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책에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충분히 살만하게 만들겠다며 (반드시 그렇게 살아온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그건 바로 '진심'과 '열정'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전염시킬 때까지 자기 주장을 펼칩니다. 결은 다릅니다. 좋은 기업가, 영혼이 있는 승부를 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을 하는 사람과 "우리는 해적이다. 세상을 바꾸자"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의 결은 다르죠. 하지만 그들 주위에는 그 다른 결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들이 가진 걸 수없이 포기하며 그 길에 이르렀으니까요.

아버지 재산을 잘 물려받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자라난 사람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에는 아름다움이 없습니다. 우리가 삶을 존경하는 이유를 그들의 삶에서 발견하기란 참 힘들죠. 삶이 아름다운 건 인간의 삶에 늘 고난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인간 고난을 맞서 극복해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때 보통 사람이었지만 시련을 양분으로 삼아서 수십년 뒤에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야 마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문에 안 박사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길게 써도 된다고 해서 정말 편하게 쓰고싶은대로 썼습니다. 그러고 난 감흥에 몇 자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