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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한복판에 걸린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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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어로 된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광고를 내걸었습니다. 한국 대표팀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함께 B조에 속해 경쟁하는 상대지만, 사실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잘 모릅니다. 그들도 한국에 대해서는 남북 분단과 경제 발전, 2002년 월드컵 개최국 정도 말고는 아는 게 없을 겁니다.

 

게다가 SK텔레콤은 아르헨티나에서 어떤 사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직접 저 나라로 날아가 광고를 건 겁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인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광고는 한국팀을 응원하면서도 기분나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과고 내용은 좋은 경기를 해보자는 간단한 유머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걸 꼭 이렇게 힘들게 24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면서 해야 했을까 하는 겁니다. 몇 사람이 아무리 짧게 다녀온다해도 최소한 열흘 정도는 업무를 비워야 할 테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가장 중심가에 옥외광고를 내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런데 물어보니 이게 사실 큰 돈이 드는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인구밀도가 한국보다 훨씬 낮아서인지 옥외광고 단가가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이라더군요. 게다가 처음부터 이 광고는 현지 교민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계획됐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한국 교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어보였죠.

 

월드컵은 평소에는 국가라는 걸 생각도 않고 살아가는 세계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갑자기 '국가'의 존재를 되새기게 만드는 이벤트입니다. 그게 폐쇄적인 자국 우월주의로 나타나든, 세계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계시민 의식으로 나타나든간에 어쨌든 사람들은 이 행사를 통해 보지 않던 다른 외부 세계를 보게 됩니다. SK텔레콤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내기가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서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축구를 안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오히려 이런 스포츠 행사가 평화의 소중함을 더 보여주는 것이겠죠. 다른 기업들도 재미있는 월드컵 마케팅으로 축제를 더 즐길만하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