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해바라기

처음엔 모든 게 맘에 들었습니다. 설명이 재치있었거든요. 교보문고 성대훈 디지털사업팀장은 새 전자책 단말기 '교보이(e)리더'를 가리켜 "이것은 디지털이 아닙니다. 책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컨셉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보문고 김성룡 대표는 한 술 더 떠 "엄마의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주의를 분산시키는 기능은 배제했고, 눈을 생각하는 기기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안경테

안경테가 바뀌었다. 사실 본인도 별 신경을 안 쓴 모양이었다. 올해 초 취임 직후에 쓰던 건 이 안경이 아니었다. 그는 2년에 한번쯤 바꾼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시력이 조금씩 달라지니까. 아마도 두 사람에게는 이런 비교가 썩 달가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전임 CEO와 비교해야겠다. 기계적으로 2년에 한 번씩…

더 써도 덜 쓴다 (4) 잠든 모든 것을 깨우다

실리콘밸리의 중심 도시 산호세의 시내 2번가. 9월 25일, 세번째의 ‘테크숍’이 문을 열었다. 이 인근에서만 세번째였다. 카테리나의 셰어키친이 ‘프로들의 주방’을 갖지 못해 프로가 될 기회마저 박탈당했던 일반인을 위해 지어진 주방이었다면 테크숍은 ‘프로들의 공구’를 갖지 못해 프로가 될 기회를 박탈당했던 일반인을 위해 지어진 작업장이었다. 테크숍은 제품과 사람들을…

에릭 슈미트 방한 이후의 생각들

그동안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느낀 건, 세상에 이기고 지는 건 없다는 겁니다. 한 번 이기면 결국 다음에는 져야 합니다. 함께 이길 수 있으면 계속 이길 수 있지만, 내가 이기고 상대는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승리는 한두 차례는 올지 몰라도 지속되지는 못합니다. 이상주의자의 헛소리 같지만 사실…

더 써도 덜 쓴다 (3) 카테리나의 사업

카테리나 린디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하지만 학교가 싫었다.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건 한국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끌려다니는 인생'을 사는 게 싫었고, 그래서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영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4개국어를 할 줄 아는 그녀도 학교 울타리 밖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