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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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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터넷 전화도 꽤 많이 보급됐습니다. 벌써 6월 말 기준 보급대수가 430만 대가 넘었다고 하네요. 이 정도 가입자 수를 갖고 있다면 뭘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1위 사업자인 LG데이콤 생각이 났습니다. 이 회사의 인터넷전화 'myLG070' 가입자 수만 170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독특한 전략을 씁니다. myLG070 가입자에게 무선 AP(Access Point)를 주는 거죠. AP는 무선랜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만 집안의 인터넷선에 연결해 놓으면 인터넷전화는 물론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대개 AP는 평지에서 20~50m, 벽으로 가로막힌 건물에서 5~10m 내외의 연결 범위를 가집니다.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의 성능과 주위의 간섭 여부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충 이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 기계가 전국에 170만 대가 깔려 있는 겁니다. 게다가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인구통계학적으로 분석하면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1위 유선통신 사업자인 KT 정도 되지 않는다면 2, 3위 업체들은 마케팅 활동을 거점 지역 중심으로 벌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과거에 문제가 된 적도 있는데, LG데이콤은 가입자에게 나눠주는 AP의 접속 가능한 인증번호를 모두 동일하게 설정합니다. 굳이 사용자가 번호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번호를 아는 가입자들은 어디서든 myLG070이란 AP만 발견하면 전화는 물론 무선랜을 이용한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는 셈이죠.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데이콤의 인터넷 전화가 보급돼 수도권에 200만 대의 AP가 뿌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받는 건 여전히 불편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장소에서 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해 전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LG텔레콤과 LG데이콤이 합작해서 두 통신사 전화 사이의 요금을 할인해 준다면? 나아가 LG전자가 두 통신사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만들어 집이나 사무실처럼 고정된 장소에선 인터넷전화(Wi-Fi폰)로 사용하고, 외부에선 일반적인 휴대전화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요?

 

이미 LG그룹은 통신계열사인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3사를 내년에 통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도 크게 늘겠죠. 가격 경쟁력은 거의 최고인 전화 상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4세대(4G) 통신망이라고 일컬어지는 와이브로나 롱텀에볼루션(LTE) 같은 기술이 일찍 상용화된다면 이런 식의 시나리오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KT와 SK텔레콤 같은 선두 사업자는 이미 3세대 망에 3조 원 이상의 투자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미리 투자한 비용을 회수했다는 판단이 들 때까지는 일부러라도 4세대 사업을 하지 않으려 들 겁니다. 반면 LG텔레콤은 3세대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2세대 통신망을 개량해 '리비전A'라고 불리는 '2.5세대' 통신망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죠.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요금인 '오즈'가 SK텔레콤이나 KT의 무선인터넷 요금보다 저렴한 것도 이런 투자비 차이 덕분입니다.

 

지금까지 LG그룹의 유무선 통신계열사들은 한 번도 선두에 서보지 못했습니다. 유선에는 KT, 무선에는 SK텔레콤이라는 강자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한 걸음 뒤쳐졌기 때문에 두 걸음 더 멀리 뛸 수 있는 기회 말이죠. 이 회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