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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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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추천을 받은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읽고 싶은 책 목록에만 넣어뒀던 책입니다. 읽다보니, 아 이래서 누군가 추천하셨구나 싶네요.

물건을 만날 때는 의외성이 있어야 즐겁다. 디자인이 강하게 느껴지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 아래에는 오래되어 낡았지만 고즈넉한 가옥을 배치한다. 수천만 엔 하는 아파트 위에는 8만 엔짜리 목조 임대 아파트를 나란히 놓는다. 그래서 신축 건물에 살 생각으로 물건을 찾다가 오래된 물건에서 예기치 못한 장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도쿄R부동산을 만든 창업자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쉽지만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합니다. 이들이 부동산 일을 택한 건 좋은 집을 찾아서 장점을 소개하거나, 혹은 손을 봐서 더 좋게 만든 뒤,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는데 실제 부동산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던 거죠. "이 면적에 이 연식이면 얼마에요, 가 볼 필요도 없어요"라는 뿌리깊은 관행(한국도 마찬가지)이 싫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매물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났어요. 재미있는 부동산 매물을 소개하는 잡지 같았던 회사 사이트가 대박이 난 거죠. 그렇게 도쿄R부동산이 시작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 책이 사업 소개를 하는 책이 아니란 겁니다. 도쿄R부동산 사업 설명은 저 정도가 끝이고, 그 뒤에는 온통 "우리도 우리가 매물을 소개하듯 일합니다"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이들의 사무실에는 아주 넓은 테라스가 있습니다. 심지어 흙을 퍼다가 천연잔디밭을 조그맣게 만들 정도로요. 그게 왜 대단하냐면,

여느 부동산에서는 물건 정보에 테라스나 발코니를 표시하지 않는다. 테라스를 넓게 만들어도 '임대 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임대 물건은 테라스가 작은 것들뿐이다. 우리는 그런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며 옥상이나 테라스에서 느끼는 큰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하라주쿠 그린랜드의 넓은 테라스는 우리의 자유와 부동산업계의 새로운 질서를 묵묵히 추구한 결과로써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외양은 크게 중요치 않다. 그래서 건물을 멋지게 꾸미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자유, 편안함이 있으며 발상이 샘솟는 장소이다.

보다시피, 일반적인 일본 부동산은 테라스/발코니를 무시하기 때문이죠. 임대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니 인기가 없는 공간이지만, 이들은 사무실(이름마저 하라주쿠 그린랜드!)을 고를 때 테라스가 넓은 공간이란 이유로 계약합니다. 그게 우리 스타일이라는 듯.

이렇게 생겼습니다

채용도 독특합니다. '성실한 괴짜'가 인재상인데, 부동산업의 특성상 고객을 만날 일이 많은 이 회사에 아프로펌(일명 폭탄머리)을 한 무로타씨가 지원합니다. 처음엔 머리를 누르고 면접을 봤는데, 채용이 결정될 때 본 머리를 공개합니다. 타협할 수 없는 머리이자,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거죠.

"오케이! 너의 영혼이 아프로라면 그래야 되겠지. 하지만 옷은 양복을 입어."
아프로펌을 용인하는 대신, 반드시 양복을 입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하여 무로타는 '양복에 폭탄머리를 한 부동산 업자'라는 세상 드문 스타일을 하게 된 것이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자유에 대해 갈구하는 것은 양복을 입고 빈틈없이 일에 몰두하는 책임감과 적지 않은 괴리감이 있음에도 비주얼은 기적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아프로펌에 양복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한 거래였다. 일을 시작하자 그는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멤버들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며 리더급의 중요 인물로 성장했다. 자신의 자유와 감각을 사수하면서도 잠자던 재능과 능력을 확실히 펼쳐내는 그는 우리의 이상형일지도 모른다.

책에 등장하는 무로타씨

도쿄R부동산 사람들은 일반적인 출세는 두가지라고 얘기합니다. 조직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수직 출세'와, 조직에서의 성공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스스로의 커버리지를 넓혀 나가는 '수평 출세'. 그리고 도쿄R부동산의 스타일은 '지그재그 출세'라고 하죠. 수직으로도 가다가 때로는 수평으로도 가는. 인생이 원래 지그재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