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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소리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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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가 "돌아왔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아이튠즈에서 퇴출당한지 5개월만입니다. '더욱 편리하고 강력해진 기능'이라며 큰소리를 치고, '국내 최초 다운로드 서비스'도 한다기에 혹했습니다. 냉큼 시키는대로 5000원을 결제했습니다. 아이튠즈에서 애플은 노래 한곡에 평균 99센트를 받습니다. 요즘 환율로 1100원 정도죠. 5곡 살 돈이면 매월 무제한으로 음악을 살 수 있다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론은 속았습니다. 다운로드를 받으면 내려받은 곡을 컴퓨터의 아이튠즈로도 전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소리바다 앱 내부에 음악파일 형태로 저장해 놓은 뒤 다른 앱에서는 들을 수 없게 했습니다. 다운로드는 다운로드인데 반쪽 다운로드네요. 전 도시락에도 월 5500원을 내고 40곡 다운로드 상품을 쓰는데, 40곡을 채워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10곡 좀 넘게 내려받는 정도로만 쓰지만 그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해 잘 써왔습니다. 그런데 소리바다에 또 지갑을 열었던 건 이걸 1년 이상 쓰다보니 1년 전에 내려받았던 노래는 다시 받을 수 없어서입니다. 한번 다운로드받은 건 평생 들을 수 있지만, 한번 돈을 내고 산 노래라도 나중에 다시 내려받는 건 불가능하다네요. 이럴바에는 그냥 곡당 500원이든 800원이든 1000원이든 내고 한 곡씩 사모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으니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판도라와 같은 음악서비스가 나오지 않으려나 기대했습니다. 특히 도시락을 서비스하는 KT뮤직은 꽤 오래전부터 사용자들의 듣는 습관을 분석해 기후나 장소, 시간과 개인별 성향에 따른 재생목록(Playlists)을 꽤 그럴싸하게 제공한 노하우가 있어서 더 기대했었죠. 그런데 여전히 지지부진입니다. 몇년이 지나도록 뭘 했나 싶습니다. 소리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쪽 다운로드'는 소리바다앱을 떠나면 들을 수 없는 거야 소리바다앱을 들을테니 그렇다고 쳐도, 판도라처럼 취향을 분석해주는 기능같은 건 여전히 요원합니다. Last.fm 앱을 안드로이드에서 쓰는 분들도 많던데 그쪽은 아직 경쟁앱과 비교하면 취향 분석의 정밀도가 좀 떨어집니다. 그래도 국산 프로그램이 한국 노래에서는 낫지 않으려나 했는데, 여기는 아직 그런 기능에는 관심도 없네요.

 

스마트폰을 샀으니 그냥 MP3플레이어와 똑같은 음악말고, 좀 '스마트하게' 음악을 들으면 좋겠습니다.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요. 그래도 일반적인 MP3플레이어보다는 많이 발전했습니다. 소리바다앱의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앨범 아트워크 해상도가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꽤 잘 지원합니다.(100%는 아니고, 아직 안 좋은 품질의 아트워크도 종종 보입니다.) 눈으로 음악을 '보기'에도 즐겁죠. 음질도 꽤 고음질입니다. 그러다보니 3G로 재생하다보면 버퍼링에 걸려 버벅거리는 일이 간혹 생기지만, 그거야 통신사 문제이지 소리바다의 잘못은 아니죠. 음악을 듣다 트위터와 미투데이로 바로 보낼 수 있게 한 기능도 시대변화에 잘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UI도 꽤 직관적이고 세련되어 별로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았는데 그냥 쉽게 쓸 수 있습니다.

 

음악을 아이튠즈와 소리바다를 오가며 들어야 하는 것 같아 좀 번거롭지만,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계속 그래야죠. 소리바다 기획자 분들의 의도는 아이튠즈 사용자를 소리바다의 웹서비스로 끌어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음악을 서비스하려는 것 같은데,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튠즈 사용자들이 쉽게 다른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만드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레거시(legacy)를 소리바다 클라우드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거죠. 소리바다에서 아이튠즈의 플레이리스트를 불러들이는 기능이라거나, DB에서 아이튠즈 개별 노래마다의 재생횟수, 별점 등을 소리바다로 옮길 수 있으면 될 것 같긴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