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새 사옥
by 김상훈
얼마 전에 판교에 지은 엔씨소프트 사옥에 가볼 일이 있었다. 좋고, 훌륭하고, 멋진 건물이란 얘기야 여기저기 많이 나왔고, 기사도 잔뜩 나온 데다 회사가 소개한 잘 찍은 사진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아이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들을 공유해볼 생각이다. 몇 가지 정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헬스장 좋고, 농구도 할 수 있고, 회사에 찜질방이 있던 것도 물론 눈에 띄고 부러운 일이었지만, 사실은 그것보다는 다른 게 훨씬 더 와 닿았다. 이 사진은 도서관이다. 책들이 정말 좋다. 국내서, 외서 관계없이 필요한 책이면 다 사들인다는데, 취향이 뚜렷하다. 기술관련 최신 책들도 있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건 역사서와 소설. 게임 시나리오를 쓰는데 도움이 된다면 서양 중세는 물론 이집트 고대사, 북유럽 신화, 한국의 민담 등 가리는 게 없다. 디자인을 위해서는 일본에서 발간된 권 당 수만 엔 씩 한다는 괴기스러운 화보집(몬스터 디자인!)도 사다 놓고, 유럽 인상파 화가들이나 현대 추상미술가들의 도록(이것도 엄청 비싸다)도 전집으로 구비해 둔다. 이런 책은 디자이너가 개인적으로 전집을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우니까. 네이버 그린팩토리 도서관도 엄청 좋아하는데, 여기도 거기 못지않다. 공공도서관도 빨리 이 수준이 되면 좋겠는데.
여기는 어린이집. 1층이 어린이집인데 사옥 내부 정원이 어린이집 전용이다. 유리문을 열고 나오면 직원 아이들이 어른들 틈에서 부대끼지 않고 엔씨소프트 정원 전체를 독점해서 논다. 미끄럼틀, 그네 같은 건 물론이고 실개천에서 물도 흐르는 정원. 하지만 더 감탄스러운 건 (담으로 구분돼 있긴 하지만) 그 너머로 판교 공원이 이어져 펼쳐져 있다는 점. 엄청 넓은 들판에서 뛰노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 애도 좀 맡기고 싶은데, 직원들이 전부 애 맡기느라 난리가 나서 다들 대기번호만 받은 채 "이러다 우리 애 초등학교 입학하겠다"며 울상이라고. 150명이나 받아준다는데도!
이곳은 사내대학이다. 직원들이 중국어, 일본어 스터디도 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연도 듣는다. 강의실 엄청 좋다. 개발팀에서는 선임 개발자가 최신기술 강연도 하고, 디자인팀에서는 디자인 트렌드 강의도 한다고.
여기는 게임 시연실. 완성된 게임을 최고경영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장소다. 겉보기에는 큰 극장처럼 보이고,(실제로 극장 시설과 비슷하다) 엄청 멋져 보이는데, 여기서 발표하기 전에는 다들 초죽음이 된다고. 멀쩡한 프로젝트가 이 방을 못 넘고 고꾸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상상만 해도 싫다. 1년을 온 힘을 다해 게임을 하나 만들어 놨는데 이 방에서 시연하다가 들은 결론이 "이만 접자..."라면... 영화라도 틀어줄 것 같은 최신 시설과는 달리 뭔가 음기가 느껴지던 방.
좋은 사옥은 많지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제대로 투자해서 지은 사옥은 찾기 쉽지 않다. 요즘 잘 나가는 IT 회사들 빌딩들을 보면, 그런 점에서 정말 의미를 담아 짓는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