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갤럭시S4

by

gs4
 

주말 동안 갤럭시S4를 써 볼 기회가 있었다. 내 전화기가 아니라서 오래 쓰지도 않았고, 설정을 세세하게 설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리뷰라거나 평가 같은 걸 할 조건도 아니고 사실 그런 능력도 별로 없다. 그런데 딱 하나가 걸렸다.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의 지메일을 포함해 이메일 앱 두 가지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갤럭시 S4는 온라인 음악・동영상 스토어, 음악・동영상 플레이어, 캘린더, 브라우저도 다 두 개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월트 모스버그의 이 소리가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택하면 되지 무슨 문제일까, 어차피 이런 일 처음도 아니지 않나,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그건 '혼란'이었다. 메일 클라이언트가 두 개 깔려있는 건 구글이 직접 만드는 넥서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갤럭시에는 이렇게 두 개가 깔려 있는 앱이 꽤 많다. 스토어와 플레이어, 캘린더, 브라우저가 모두 두 개씩이라면 뭘 써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나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기본 미디어재생기, 구글 캘린더, 크롬 브라우저를 썼다. 갤럭시에선 고민이 된다.

기능 탓이다. 예를 들어 '에어 뷰' 같은 기능은 매우 뛰어나다. 굳이 손가락을 터치하지 않아도 예를 들어 받은 이메일 위에 손가락만 가져가면 작은 팝업창이 메일 내용을 미리 보여준다. 메일을 굳이 다 열어볼 필요없이 후다닥 수많은 내용을 일람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능인데, 당연히 갤럭시의 기본 이메일 프로그램에서만 지원된다. 지메일을 쓰면 불가능하다. 크롬을 써도 눈동자 인식 기능이 안 되고, 기본 재생기가 아닌 다른 재생기로 동영상을 봐도 고개를 돌렸다 되돌아왔을 때 일시정지 후 다시 재생해 주는 기능을 쓰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그냥 제조사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 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고민할 게 없었다. 그런데 갤럭시S4에서는 좀 미묘하다. 여전히 구글이 직접 만든 지메일이나 크롬 브라우저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삼성이 자체적으로 추가한 하드웨어 기능이 나쁘지 않다. 이 기능들을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어떤 앱을 기본으로 써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갤럭시S4는 이런 고민의 시작일 테고 앞으로 계속해서 안드로이드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얼마 전 래리 페이지의 방한 때 구글이 모토로라에서 폰을 만드는 걸 중단하는 대신 삼성 하드웨어의 기능을 구글이 안드로이드에서 디폴트로 지원해주는 딜이라도 나눴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갈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계는 매력적이다. 가볍고, 크고, 즉각적이다. 카메라도 흠잡을 곳이 없고 배터리도 제법 버틴다. 이 얇은 기계에서 적외선 리모컨 기능과 DMB 같은 게 된다는 건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터치위즈는 번잡스럽고, 무슨 평행 우주처럼 나란히 달리는 삼성 앱과 안드로이드 앱 사이의 갈등은 혼란스럽다. 내 생각에는 소비자가 이런 고민까지 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