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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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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흔히 "네이버 때문에 학생들이 모두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불평하시는 대학 교수님들을 뵙곤 합니다. 구글 정도만 되면 양반이겠다, 라는 푸념도 물론 덧붙곤 하죠. 이런 논쟁에 끼어들 생각은 없습니다.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까?"(Is Google Making Us Stupid?)는 니콜라스 카라는 경영 컨설턴트가 최근 아틀란틱이라는 미국 월간지에 기고한 글의 제목입니다. 8월호 기고문이라 여기저기에서 화제도 많이 됐으니, 내용 설명은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서명덕 씨 블로그에는 몇 가지 다른 논의도 소개돼 있네요.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구절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나는 한 때 단어의 바다로 잠수해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버와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단어의 바다 위를 제트 스키를 타고 흘러가는 존재에 더욱 가까워졌다.

니콜라스 카의 자기고백입니다. 카는 이 글의 마지막에서 극작가 리처드 포어맨의 에세이를 인용해 "우리가 계속 우리의 문화적 유산의 정수(깊이있는 사고)를 고갈시킨다면 우리는 결국 '팬케익 인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죠. 팬케익처럼 넓지만 얄팍한 지성이 되리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야, 제트 스키라는 표현이 '팬케익'보다 더 맘에 들고, 와닿더군요. 심지어 저조차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아틀란틱 사이트에서 Ctrl+F를 눌러 원하는 구절을 찾아내고 있으니까요.

    컴퓨터와 약학의 접목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브루스 프리드먼은 이런 말을 한다. "난 지금 웹으로든, 인쇄물로든, 긴 글을 읽는 습관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만 같다. 이젠 '전쟁과 평화'는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것 같다. 심지어 3, 4 단락이 넘어가는 긴 블로그 글조차 견뎌내기 힘들어서 휙 지나쳐 버리곤 한다." 프리드먼은 미시건 의대에서 아주 오랫동안 근무한 병리학자다.

이 또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나저나 병리학자마저 전쟁과 평화를 읽지 못하겠다면, 도대체 누가 소설을 사서 읽을까요?

    런던대 연구팀은 최근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터넷 정보 습득 형태를 조사한 바 있다. 논문 및 전자책, 여러 형태의 문자로 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인기 있는 자료 조사 사이트인 '브리티쉬 라이브러리'와 'UK 교육컨소시엄' 두 곳의 로그를 분석한 것이다. 이들은 이 결과 사람들이 일종의 '건너뛰기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용자들은 하나의 소스에서 다른 소스로 계속 넘어가고 있었고, 한 번 방문했던 페이지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또한 다른 사이트로 건너뛰기 전에 논문이나 전자책을 1, 2페이지 이상 넘기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인터넷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읽기' 행위를 중단했으며, 새로운 형태의 '읽기' 방식을 탄생시켰다. 연구팀은 이를 '파워 브라우즈'라고 불렀는데, 제목과 콘텐츠 페이지, 그리고 내용 요약만을 휘리릭 훑어보면서 넘어가는 읽기 방식이다.

이 조사는 여기서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슬슬 궁금해집니다. 이 포스트를 읽는 분들 가운데 몇 분이나 이 단락까지 스크롤바를 내렸을까요? 이미 하이퍼링크를 누르고 다른 곳으로 휙 날아가 버리신 건 아닌지요.

    테일러가 손으로 하는 일을 위해 고안해냈던 알고리즘을, 구글은 마음으로 하는 일을 위해 고안해 냈다.

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테일러주의 얘기입니다. 카는 테일러가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 사람들이 작업장에서 일하는 양태를 세밀히 관찰하고, 최적화된 작업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생산성, 능률, 방식 변화에 대한 적응도를 과학적이고 계량적으로 측정해 짜낸 '알고리듬 개발'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구글의 알고리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입력하는 검색어, 결과값 가운데 자주 클릭하는 결과, 페이지들 사이에 맺어놓은 링크... 이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행위를 과학적이고 계량적으로 측정해 최적화된 검색 프로세스를 만들어냈죠. '정신 노동의 최적화를 위한 알고리듬'이란 겁니다.

다 쓰고 보니 더 우울해지네요. 구글과 링크의 문화도 저럴진대, 네이버와 펌질의 문화가 정신을 잠식할 때, 우리의 정신 세계엔 어떤 결과값이 남게 될까요. 우리는 아마도 그 때가 되면 팬케익이 아니라 10원짜리 동전이 되는 게 아닐까요. 얇고, 좁으며, 모두 똑같이 생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