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구글의 지메일(gmail)을 다 써버리다
by 김상훈
제가 처음 지메일을 썼을 때만 해도, 구글에서는 늘 "지우지말고 검색하라"고 했습니다. 멋진 표현이었죠. 1GB 용량의 메일 서비스를 무료로 시작하는 것부터 환상적이었는데, 계속 용량을 늘려줄테니 앞으로는 메일을 삭제하는 번거로움을 가질 필요가 없으리라는 호언장담에는 귀도 솔깃했습니다. 게다가 메일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 오래된 메일을 삭제하곤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검색 기능이 뛰어나니, 찾아서 보라는 거죠.
그래서 휴지통을 삭제하면 이런 메시지가 나오곤 했습니다. 지메일에서 삭제할 필요가 뭐가 있었겠어요.
그런데 잘 쓰고 있다가 7월부터 보도자료가 쏟아져 들어오자 얘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전체 용량은 여전히 늘어나는 중이었지만, 메일함에 쌓이는 메일이 더 많았죠.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12시간 정도 메일 수신을 못한 것 같네요.
지메일을 꽉 채울 정도로 메일을 다 쓰는 날이 오리라고는... 이메일로 엄청난 용량의 첨부파일을 보내는 대신 파일의 링크를 보내는 새로운 관행이 생겨난다거나, 지메일의 용량이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나기 전에는 해결을 못할 것 같습니다. 지메일 용량이 2~3GB 시절에 보도자료를 받을 때에는 절대로 이 메일박스를 꽉 채우는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세상이 변했습니다. 우리가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식도 크게 변한 것이겠죠. 예전에 우리에게 저장공간은 큰 비용을 뜻했는데, 점점 무시해도 좋은 비용으로 변해간다는 반증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