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적판 안철수
by 김상훈
제가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돈을 내시나요? 아닙니다. 제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나요? 아니죠. 제가 돈을 벌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블로그 유지를 위한 비용을 얼마 내지요. 제게 주어지는 경제적인 인센티브는 0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계속 이 블로그를 유지합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인센티브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죠. 인정받고, 감사를 듣고,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듣는 일. 그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인센티브가 됩니다. 지식이란 건 더 그렇습니다. 혼자 보유하고 있을 땐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나누고 토론하고 새로운 지식을 덧붙여야 비로소 의미있는 재산이 되게 마련이죠. 제가 늘 하는 일이 정보를 듣고, 정리해서 전달하고, 여기에서 새로 생겨나는 부가가치를 다시 정리해서 또 전달하면서 지식의 가치를 늘리는 일입니다. 주로 기사를 쓰면서 그런 일을 하고, 때로는 월급은 받지 않지만 블로그에 같은 일을 하면서 그 가치를 더 늘리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사를 쓰는 과정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블로그에서 일어나는 토론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을 가끔 하죠. 책을 씁니다.
2007년 초, 이런 과정에서 출간했던 책이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책입니다. 일종의 평전을 쓰고 싶었는데 첫 책이라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게다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워낙 어릴 적부터 존경하고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 감정적으로 치우친 부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안 교수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고, 원래 유명하긴 했지만 훨씬 더 큰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제 책은 마침 그 유명세의 한가운데에 가장 최근에 출간된 안철수 관련 책이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꽤 팔렸습니다. 저도 좋았고, 그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애프터서비스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애플이 최근 iBooks Author라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포함한 전자책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저작도구였죠. 직접 써보니 정말 쉬웠습니다. 좀 어색하지만 그렇게 만든 전자책을 공개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출판사에서 무료 배포에 동의해주신만큼 괜찮다면 이 책을 읽고 구입까지 하신다면 저도 좋고, 출판사도 좋겠죠.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죄송한 게 한 가지 있는데, 미국 계정이나 다른 해외 계정이 있으셔야 이용가능하실 겁니다. 제가 판매를 막은 게 아닌데도 한국 아이북스 스토어에는 올라가지 않더군요. 아직 아이북스가 한국어를 완벽히 지원하지 않아 제목도 어색하게 Ahn Cheol Soo 로 달았습니다. 아이북스 발행을 잘 아시는 분은 제게 노하우 좀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시간되는대로 가능하면 업데이트도 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파울로 코엘료와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작가지만, 코엘료는 자신의 책을 해적판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해적판을 받을 수 있는 링크를 알려준 적이 있습니다. 저작물이라는 건 출판사나 음반사의 재산이 아니라는 뜻에서였죠. 또 독자들이 책을 읽어본 뒤 가치를 느꼈을 때 돈을 지불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이겠느냐는 얘기입니다. 그의 블로그 포스트 Pirate Coelho에 이런 취지가 잘 설명돼 있습니다. 끝으로, 코엘료의 이 말은 저도 꼭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제 글을 무료로 나누는 이유는 작가의 가장 큰 기쁨은 읽히는 데서 오기 때문입니다."
정보와 지식은 언제나 나눌수록 더 가치가 생기고 의미가 커지게 마련입니다. 모두 즐거운 2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