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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App Purchase, 애플과 콘텐츠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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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 및 디지털콘텐츠 업체들이 애플에 의견을 보냈습니다. 단순화 하자면 앱내구매(In-App Purchase) 방식을 무조건 쓰게 하고, 여기에 30%의 수수료를 내라고 하는 건 횡포라는 뜻입니다. 애플은 7월부터 아마존이 킨들 앱에서 전자책을 판다거나, 와이어드가 디지털 매거진을 팔려면 애플의 IAP 솔루션을 반드시 사용하고 수수료 30%도 내라고 했습니다. 자체 결제 솔루션을 만들어 사용하는 걸 금지시켰죠. 국내 기업들은 애플의 앱 내 구입(IAP) 정책이 공정거래를 방해하고, 독점 사업자의 횡포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방통위의 도움도 요청하겠다며 강하게 애플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과연 먹힐까요?

콘텐츠 업체의 주장이 이해는 갑니다. 앱은 콘텐츠와 달리 용량도 크고(저장비용도 많이 들고), 트래픽 비용도 들어가며, 개발에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따라서 단가도 높습니다. 이런 걸 대신 팔아주면서 30% 수수료를 떼어가는 건, 뭐, 인정할만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콘텐츠는 다르다는 거죠. 책은 그리 많은 데이터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잡지는 그보다 더 적은 데이터, 신문은 또 더 적은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전송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다릅니다. 저장 공간도 적습니다. 충분히 직접 결제 솔루션을 만들어도 장사를 할 만 한 겁니다. 30%의 수수료는 이런 데는 좀 비싸지 않느냐는 거죠.

반면 애플 입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처럼 각 업체가 IAP에서 수수료를 내지 않는 상황을 용인하면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앱스토어, 수많은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수많은 아이북스토어가 아이패드 내에서 난립하는 모양새를 봐야 합니다. 공짜앱 하나 뿌려놓고 그 안에서 다른 유료앱을 팔겠다고 나서면 이를 어찌 관리할까요? 책과 잡지, 뉴스는 앱과 다르다고 콘텐츠 업체들이 주장하지만 애플이 출판사도 아니고 이런 얘기에 귀 기울일리 만무합니다. 논리적으로 일관돼 보이지 않으니까요. iOS에서 각 개발사들이 추가 앱스토어를 만드는 걸 허용할 수 없다면, 추가 콘텐츠 스토어를 만드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논리적으로 일관된 설명입니다. 자나깨나 Integration을 강조하는 애플에게 '일관성'이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논리는 좀 빈약합니다. 이들은 우선 "개발사가 얻는 모든 수익의 30%가 애플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반면, 개발사가 얻는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맞는 얘기지만, "우리가 벌린 판에서 장사하는데 돈 내고 장사하라"고 주장한다고 그걸 문제삼는 건 이상합니다. 애플은 공공기관이 아니니까요.

또 "더욱 문제되는 점은 이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에 대해서는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이라는데, 정책이란 게 존재하는 건 따르지 않는 경우 페널티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국가별 콘텐츠 특성과 관계없이 단일한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점은 문제"라는데 그건 한국의 실정법을 어겼을 때의 문제겠지요. 또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한다"는데 모든 기업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려고 애를 씁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단 하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독점적 영향력을 다른 사업 분야로 전이시킬 때"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과연 독점적인가 따져봐야 합니다. 한국의 얘기니, 한국 시장에 국한시켜보죠. 6월 기준으로 아이폰 판매대수는 약 300만 대, 아이패드 판매대수는 10만 대 수준입니다. 최근 많이 늘어났으리라 가정해도 합쳐서 400만 대를 넘기 힘들 겁니다. 반면 경쟁제품인 안드로이드폰은 벌써 판매가 10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독점이라 하기 힘들죠. 그렇다면 앱스토어 점유율이 높아 독점적일까요? 애플 앱스토어가 잘 되기는 하지만, 경쟁 스토어인 안드로이드 마켓, 티스토어, 올레스토어, 오즈스토어... 온갖 스토어가 다 자기가 최고라고 주장합니다. 근거가 약합니다.

이들은 "국내에서 보편화 되고 있는 휴대폰 결제와 같이 콘텐츠 구매 시 결제방식을 다양화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라"는데 이미 소비자는 선택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마켓, 티스토어, 올레스토어 등등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1000만 대도 넘게 팔린 수많은 종류의 안드로이드폰, 그리고 오직 앱스토어만 써야 하고 종류라고는 아이폰3와 아이폰4가 전부인 아이폰.

선택권을 보장받는 시장이 훨씬 큰 규모로 있는데 작은 시장을 열라고 자꾸 주장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필요하다면 방송통신위원회와도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협박한다면, 좀, 치졸해 보이지 않나요?

사족이지만, IAP를 강제하는 애플도 치사해 보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줬던 걸 빼앗아'가는 현상이라 업체들이 더 반대하는 것이죠. 괘씸할 겁니다. 하지만 정부를 등에 업고 협박하는 건 시장경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그토록 싫어하는 '관치 경제'죠. 억울하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더 좋은 물건을 팔고, 애플 앱스토어에는 입점하지 말거나 아이폰 소프트웨어는 안 만들면 그만입니다. 이미 안드로이드 사용자 상당수가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에 더 한국 실정에 맞는 유용한 앱이 많다"고 하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