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ing Compiler

인터넷의 망망대해에서 신뢰가 등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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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지만, 지나치게 넓은 바다입니다. 우리가 검색 엔진을아무리 반복해서 쓰면서 사용법에 익숙해진다고 해도, 인터넷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양 만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품질로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뛰어난 '구글러'(Googler)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세상에는 '정보검색사'라는 직업까지 존재합니다. 정보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죠.

 

특히 인터넷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는 물론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마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양질(良質)의 정보와 구분 없이 섞여 돌아다니면 인터넷 그 자체의 신뢰도까지 의심받게 마련입니다. 인터넷은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미디어이고, 미디어의 몇 가지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뢰도이기 때문이죠.

이런 인터넷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바로 ‘소셜 웹’입니다. 소셜 웹이란 더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논리적 기술’을 개발해 왔던 과거의 인터넷 기술과는 달리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더 정확한 정보를 찾는 기술입니다. 사실 지금 쓰는 내용은 9월 초에 제가 썼던 기사를 편집 과정 이전의 내용대로 조금 길게 쓴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최근 web2 서밋 관련 포스트가 여기저기 나오면서 블로그에 한 번 다시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기는 멀티라이터님의 포스트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지금 열심히 학문에 정진중인 channy님께서 몇 가지 생각을 덧붙여 주셨죠. 관련글을 찾아보다 발견한 '실시간 웹' 혹은 '감정적 웹': 속보와 신뢰의 딜레마는 글은 실시간 웹에 대한 제 생각과도 많이 유사합니다.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이용해 크게 성장한 기업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내고 전달하는 기술이 뛰어난 회사라는 점입니다. 정교한 수학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식간에 정확한 검색 결과를 찾아내는 기술을 가진 미국의 구글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죠. 구글의 검색 알고리듬은 초기에는 누구도 흉내조차 내기 힘들 정도의 앞선 기술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검색 결과를 가장 잘 찾아내는 기술력을 가진 NHN의 검색 포털 ‘네이버’가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기술'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냐고 되물으실 수 있겠지만, '통합검색'이란 틀을 만들고 카테고리마다 랭크를 부여했던 이들의 방식은 분명히 기술이라 불릴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구글이나 NHN과 같은 기업들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가장 어울리는 광고를 검색 결과와 함께 게시해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립니다. 이런 기업들의 사업모델이 이른바 ‘웹 2.0’이라 불리며 각광을 받았던 비즈니스 모델이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게 화두가 됩니다. 신뢰할만한 정보가 과연 무엇인지가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죠.

한 번 네이버에서 ‘요즘 재미있는 영화’를 검색해 보세요. 그러면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지식iN’이라는 코너에서 답변한 결과가 가장 먼저 검색됩니다. 이 결과를 과연 신뢰할 수 있으세요? 이 결과를 믿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볼 수 있으실까요? 물론 재미있는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영화사 마케팅팀이 네티즌을 가장해 답을 한 것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답변을 한 사람의 영화 취향이 질문을 한 사람의 취향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결과값에는 2009년의 결과만이 아니라, 2005년의 결과도 한 화면에 표시됩니다. '요즘'이 사라지는 것이죠. 네이버는 뛰어난 정보검색 기술을 갖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죠. 또 이렇게 원치 않는 결과가 늘어나게 되면 광고 효과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NHN의 검색 광고 매출이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고요.

 

이른바 '소셜 웹'은 이런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해결합니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수학적, 통계적인 방식으로 찾아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와 많이 클릭하는 정보가 다른 정보보다 더 중요한 정보라는 가정을 기저에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요즘 재미있는 영화’와 같은 정보를 얻으려면 다수의 의견보다는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친구의 의견을 더 신뢰합니다. 소셜 웹은 이런 원리를 이용합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 가운데 이런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 어디일까요? 바로 SK커뮤니케이션즈입니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겠죠? 이 두 서비스는 모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반한 서비스입니다. 싸이월드에 가입하면 ‘1촌’이라는 ‘나와 친한 사람’들을 설정하게 되는데, 싸이월드는 가입자가 약 2400만 명에 이릅니다. 네이트온은 ‘버디’라는 대화 상대를 정하는데, 네이트온 가입자도 2700만 명이나 됩니다. 중복회원 2100만 명을 제외하고도 약 3000만 명, 사실상 전 국민의 인맥 정보가 이 회사에 저장돼 있는 셈이죠.

이 회사는 자신의 1촌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어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내렸는지를 검색해 ‘요즘 재미있는 영화’라는 질문에 대해 ‘나와 친한 사람들이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를 찾아 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찾으면 영화사 마케팅팀이 끼어들 여지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의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만족도도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소셜 웹의 가능성을 본 국내 인터넷 기업은 SK커뮤니케이션즈만이 아닙니다. NHN이나 다음 같은 회사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이미 이들은 최근 인수합병이나 신기술 개발을 통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NHN은 올해 초 ‘미투데이’라는 작은 벤처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한창 유명한 미국의 '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입니다. 15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해 온 미투데이는 2007년 창업 이래 2년 동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NHN은 이 회사를 사는데 22억4000만 원을 기꺼이 투자했습니다.

 

소셜 웹의 또 다른 특징은 관계망을 이용하면 사람들의 ‘실시간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모두는 어제 먹고 싶은 음식과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이 서로 다른 경우를 일상에서 수백, 수천 번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이란 변덕스러운 존재니까요. 따라서 개인의 실시간 관심사에 따라 '변덕까지 맞춰주는' 광고를 할 수 있다면 이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됩니다. 개인 정보를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실시간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뭘까요? 그게 바로 미투데이나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입니다. 이런 서비스에서 개인들은 150자 이내의 짧은 문장을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주고받으며 관심사를 서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사는 만천하에 공개됩니다. 22억4000만 원을 이런 정보의 대가로 본다면, 그리 비싼 금액이 아닌 겁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인터넷 기업들의 가장 큰 수익 모델은 광고였습니다. 인터넷 광고가 인기를 끈 건 '측정'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TV나 신문에 광고를 해봐야 몇 명이 봤는지, 누가 봤는지, 통계적으로 어림짐작은 하지만 정확하게 알기란 힘듭니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는 다르죠. 몇 명이, 몇 시에, 몇 분 동안, 어떤 광고를 봤는지 99.9% 정확하게 측정 가능합니다. 그래서 인터넷 광고의 단가는 사용자들이 많이 보고, 많이 클릭할수록 높아집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서비스가 더 정확한 검색 결과를 만들어 검색 사용자에게 검색 결과와 더 관련도가 높은 광고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사용자의 관심사와 비슷한 광고는 '클릭' 될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요.

 

소셜 웹은 이런 검색 결과가 더 정확해지는 것도 돕습니다. 앞서 말한 싸이월드의 검색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전혀 다른 곳에서도 매출을 찾게 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신뢰'가 바로 수익의 근원인 것이죠. 싸이월드에는 ‘투멤’(오늘의 멤버, Today's Member)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멋진 옷을 입은 스타일이 좋은 남녀를 소개하는 코너인데, 이곳에 소개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패션 액세서리 등은 판매가 급증하곤 합니다. 투멤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싸이월드 사용자들 앞에 공개하고 어디서 어떻게 이런 의류나 장신구를 샀는지 설명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더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죠. 싸이월드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쇼핑몰 업체와 제휴해서 싸이월드의 인맥도 이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친구가 추천해 준 상품이 더 잘 팔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런 관계망 서비스를 업체들에게 제공하고, 그 사이에서 수수료만 받는 것이죠.

이런 정보는 검색되지도, 검색될 수도 없습니다. 모두 개인정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동의를 거친 후에는 충분히 이용 가능합니다. 이미 페이스북이 구글을 앞설 것이라는 식의 얘기들이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들도 이런 움직임에 매우 민감합니다. 변화는 벌써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