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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없이는 한국의 IT 산업도 살아날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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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자 기사가 나간 뒤 이곳저곳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얘기야 없습니다. 그냥 기업 현장에서 일하시는 CEO 분들께 "정통부가 있어야 IT산업이 발전한다"는 최근 갑자기 생겨난 문제제기에 대해 과연 어찌 생각하시는지 여쭤봤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기사에 덧붙여 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목을 정통부가 없이는 한국 IT 산업이 살아날 수 없는 것인가로 적었지만, 사실은 제 스스로 저 제목부터가 좀 의문입니다. 한국 IT 산업이 언제 죽었던가요? 그리고 한국의 IT 산업이란 건 도대체 무엇이었나요?

한국 정부가 자랑스레 제시하고 손꼽았던 IT 산업 발전의 척도는 늘 대외수출액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던 건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지털 TV 등이었습니다. 한국이 이런 제조업 기반의 IT를 제외하고 그나마 해외에 좀 팔아봤다고 자랑할 수 있는 건 온라인게임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팔았던 온라인게임을 전부 누적해 계산해봐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커녕 하이닉스반도체가 1년 동안 벌어들이는 돈에도 못 미칠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IT 산업은 죽은 게 아닙니다. 반도체는 여전히 잘 팔리고,애플 아이폰 때문에 걱정이라곤 하지만 모토로라가 썩어도 준치라고 레이저 이후 변변한 히트작 없이 여태껏 버티고 있듯 애니콜과 싸이언도 지금 상태 그대로라도 몇년은 튼튼히 버텨줄 게 분명합니다. 한국의 TV는 어느새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하기도 했죠. 뭐가 문제인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계속 '위기'라고 얘기해온 건 정작 한국 IT 산업의 위기는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한국 IT 산업은 죽은 적이 없습니다. 다만 끝없이 홀대받고 소외됐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인터넷 산업이 만성적 위기였고, 만성적으로 죽어있었는데, 그게 이제서야 눈에 보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걸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도록 해준 게 아이폰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은 그냥 휴대전화일 뿐인데, 좀 다른 역할을 했고 화제가 된 거죠.

그런데 답이 또 다시 엉뚱한 곳으로 흘러갑니다. 정보통신부를 되살려야 IT 산업이 다시 부활한다는 겁니다. 과거 정통부가 했던 일이 뭔지 생각해보세요. 주된 업무가 제조업체들이 만드는 통신장비 잘 팔릴 수 있도록 통신사들에게 신규 투자 유도하는 겁니다. 규제 대상 기업에게 신규투자 유도하면, 사실상 강제와 다름없죠. 한 손에는 규제, 한 손에는 이른바 '진흥'을 들고 공공재인 통신을 정점에 세워 관련 장비를 만드는 중소장비업체 관리하고, 휴대전화 만드는 대기업 관리하고, 통신사에 콘텐츠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 관리하고, 통신보안 내세워 보안업체 관리하고... 사실상 무소불위의 엄청난 권력기관이었던 셈입니다.

앞서 성공했던 반도체, 정통부와 별 관계 없습니다. 휴대전화, 내수는 관계있지만 수출에서 버는 돈이 70%가 넘는 산업입니다. TV, 정통부와 역시 별 관계 없습니다. 정통부가 손을 댔던 한국의 유무선통신, 통신장비 및 기술, 인터넷, 무선인터넷, 전자콘텐츠... 성공했다 해외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걸 꼽기가... 민망합니다. 우리가 지금 살리고자 하는 산업들이 사실상 이꼴이 될 때까지 방치돼 있던 게... 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자 도대체 왜 정통부를 부활시키자는 걸까요? 그러면 그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중복규제는 중복되지 않도록 교통정리해 해소할 일이고(정통부가 생기면 중복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산업 전체를 꿰뚫는 식견은 애초 의도대로 지식경제부에게 기대하면 됩니다. 새 부서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