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아웃라이어
by 김상훈
연휴 기간 내내 DeepSeek 때문에 세계가 뒤집혔다. 엔비디아 주식이 폭락하고, 나스닥이 따라서 급락하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오늘 개장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락하고...
한편에선 다른 칭송이 이어진다. 한국은 이과 수험생이 성적순으로 전국 모든 대학 의대를 휩쓸고 난 다음에야 컴퓨터공학이든, 수학이든, 물리학이든 도전하는데 중국에선 매년 150만 명의 이공계 인재가 배출되고 있다고...
또 다른 측면에선 중국 까내리기 얘기도 들린다. 주로 미국 사람들. "저거 실제로는 더 비싸게 주고 만든 거야.", "딥시크라는 게 결국 오픈AI 기술을 베껴서 만든 거야" 등등...
이런 얘기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다만 구독하는 뉴스레터 중에 MIT 박사과정 중인 중국인의 글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요약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의 혁신은 일본과 한국이 행했던 혁신 모델의 대규모 확장판에 가깝다. 미래에 잘 될 산업에 국가적 투자를 몰아주고, 빠르게 밀어붙여 세계를 지배하는 방식 말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 한국 반도체 산업이 그랬고, 지금은 중국이 조선 철강 태양광 전기차 등등 수많은 산업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택했다. 혁신을 스스로 만들기보다는 유학과 모방을 통해 앞선 선도자의 기술을 빠르게 이전받았고, 선도자를 따라잡기 위해 996(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는 주6일 근무)으로 상징되는 근면함으로 추격 속도를 높였다. 알리바바도, BYD도, 핀둬둬도 모두 이런 식으로 성장했고 그 뒤에는 정부의 투자나 비호가 있었다.
그런데 딥시크는 이런 기존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등장했다. 우선 애초에 이 프로젝트 자체가 국가 프로젝트도 아니었고, 국가 지원금도 받지 않았다. 헤지펀드로 돈을 번 양문봉(량원펑)이라는 젊은이가 세운 150명짜리 작은 회사에서 이뤄낸 성취다.
또 이 회사는 경험많은 연구자나 임원을 채용하는 대신 중국 명문대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즉, 나이 많은 직원들이 없다보니 '업계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유학파가 거의 없는 것도 특징. 대신 직원을 뽑을 때 경진대회 등의 수상 경력을 중시한다. 그러니까 유학파를 통해 전파되는 실리콘밸리 트렌드 같은 걸 의식하지도 않는다. 즉, 기술 이전을 통한 혁신이 아니다.
선도자를 따라잡기 위한 근면성도 강조하지 않는다. 심지어 딥시크에는 내부 경쟁이 없고, KPI가 없다.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필요하면 함께 토론하는 '대학같은 문화'가 지향점인데, 이 문화를 지키기 위해 직원수를 150명 이하로 일부러 적게 유지한다.
이런 회사를 과연 중국의 혁신 성공 사례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하려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딥시크 같은 방식의 성공 사례가 재현되어야 한다. 아니면 이건 그냥 독특한 예외일 뿐이다. 둘째, 딥시크가 성공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 업계, 권위자들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회사를 중국 정부가 용인할 수 있고, 이 회사가 계속 중국의 영웅으로 남을 수 있을까.
뭐 이건 중국 사람들이 할 걱정이고, 한국인으로서는 딥시크 채용과 관련된 기사에서 나온 이 코멘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 딥시크는 중국 기술 업계의 레전드급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회사 헤드헌터는 이렇게 답했다.
"한 번 큰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은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결코 실패할 수 없다는 짐을 짊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