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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라, 미국판 지식인에서 블로그 플랫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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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함께 모든 게 바뀌었다. PC 인터넷 시대의 유물들은 전부 혁신의 대상이었다.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아담 단젤로와 역시 페이스북 직원이었던 찰리 치버의 눈에 바뀌지 않고 혁신되야 할 대상이 하나 보였다. 바로 질문답변(Q&A) 서비스였다.

한국인에게야 Q&A 서비스는 익숙하다. 네이버 지식인이 있으니까. 하지만 미국에선 이런 서비스가 영 먹히질 않았다. 구글도 ‘놀(Knol)’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야후도 ‘야후 앤서즈’(Yahoo! Answers)라는 서비스를 선보이긴 했다. 사용자가 질문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가 답변을 올려주는 시스템이 바로 Q&A의 핵심이었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로서는 멍석만 깔아주면 사용자들이 알아서 북치고 장구쳐 주는 서비스라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공이란 그렇게 단순하게 오지 않는 법. 결국 구글은 놀을 접었다. 야후 앤서즈도 나쁘진 않지만 성공하지도 않는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사람들은 Q&A 서비스에 그렇게 강력한 열정이 없었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미국판 지식인 서비스는 그 전에도, 이후에도 계속 등장했지만 무엇 하나 성공한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단젤로와 치버의 새 서비스가 2010년 문을 열었다. 바로 ‘쿼라’(Quora)였다.

쿼라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우선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잘 나가던 기업인 페이스북 직원들이 나와서 만든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시작부터 화제였다.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100만 달러(약 110억 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 때 평가된 기업가치가 8600만 달러(약 860억 원)일 정도였다. 이 때가 2010년 3월로 사용자 대상 웹서비스를 시작하기 3개월 전의 일이다. 그리고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올해 쿼라는 8000만 달러의 추가투자를 받았다. 동시에 기업가치는 9억 달러(약 9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4년 만에 10배 이상 가치있는 회사로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이유는 쿼라의 탄탄한 커뮤니티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던 창업가들이 시작한 회사였던 덕분에 쿼라는 시작 단계부터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가들과 벤처투자자, 스타트업 창업가 및 엔지니어들이 쓰는 서비스라는 차별화된 지위를 얻게 된다. 이같은 초기 사용자는 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쿼라에서도 그랬다. 쿼라에서 인기를 얻은 질문들은 대부분 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것이었다. “그 회사는 도대체 수익모델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해당 회사 대표나 그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은 사업계획서를 설명하는 수준의 자세한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당연히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은 쿼라를 날마다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쿼라 사용자들의 답변 수준은 적어도 실리콘밸리 또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질문에서만큼은 일반적인 Q&A 사이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런 입소문이 퍼지면서 쿼라의 사용자는 점점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사람들을 넘어서 외부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초기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모범사례’의 파워가 대단했는데, 쿼라를 쓰는 일반인들의 답변도 단순한 단답형 답변이 아닌 장문의 성의 넘치는 답변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쿼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질문 가운데 하나는 “겉모습이 매력적이지 않았던 사람이 매력적인 외모를 갖추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0개 가까이 달렸는데, 사용자들이 추천한 답변들은 대부분 진솔한 자기 경험을 담은 에세이 수준의 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뚱뚱하고 못 생기고 놀림 받던 사춘기 시절의 자신과 현재의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렸고, 이 가운데에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인 린제이 스콧 같은 톱 모델도 있었다. 그녀는 결코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본인 사진과 현재 모델로 활동하는 사진을 직접 쿼라에 올리면서 진솔한 느낌을 적어 호응을 받았다.

정점은 올해 3월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쿼라 가입. 오바마 대통령은 초선 당시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대통령으로 유명했는데, 쿼라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특히 오바마는 질문과 답변이란 쿼라의 틀을 잘 활용하고자 했다. 이른바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자신의 의료보험 개혁 법안에 대해 쿼라를 활용한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더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사실 쿼라 뿐이었다. 이미 쿼라가 ‘지식인을 위한 서비스’, ‘진지한 질의응답이 오고가는 곳’ 등의 브랜드를 쌓아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쿼라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진지하게 밝히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차츰 쿼라를 ‘차세대 블로그’로 여기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쿼라가 블로그처럼 인터넷에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진지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쿼라 측에서도 이런 필요를 느끼면서 지난해에는 ‘쿼라 블로그’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쿼라에 올리는 답변을 그대로 자신만의 블로그로 발행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였다. 사실 우리가 블로그를 통해 얻는 정보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가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런 점에서 쿼라는 이미 새로운 매력을 사용자에게 주고 있다.

게다가 쿼라는 원하는 정보까지 찾아가는 과정이 단순해서 모바일 시대에 어울린다는 평가도 받는다. 쿼라 서비스 첫 화면을 열면 지금 인기있는 콘텐츠(Top Content)가 등장하고, 한 칸 옆으로 넘기면 내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한 새 질문과 답변이 나온다. 상단에는 가장 많이 쓰는 ‘질문하기’와 ‘검색’ 버튼이 자리잡았다. 이게 전부다. 쿼라는 간단했고, 동시에 간단한 기능에서 최고로 강력했다. 모바일 앱조차 내놓지 않았던 경쟁 서비스와는 달리 쿼라는 모바일 인터페이스에서 앞서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