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의 속내
by 김상훈
당연히 이렇게 올 일이었지만, LG유플러스가 먼저 움직였다. 카카오톡 음성통화인 '보이스톡' 서비스를 전면 혀용했다. 물론 마이피플이나 스카이프 같은 다른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허용했다. 그동안 인터넷업체들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할 때마다 통신사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해는 갔다. 카톡 때문에 문자메시지 쓰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고, 나조차도 애플의 i메시지 때문에 문자메시지는 거의 쓰질 않는다. 그래서 '무임승차' 기업 때문에 음성통화 매출이 급감해 '국익'에도 손해가 될 것이니 '요금인상'을 허락하라는 황당한 논리까지 등장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것 참 어이없는 얘기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내 경우로 생각해보면, 난 어차피 매월 스마트폰 요금제에 포함돼 있는 무료문자도 다 못 쓴다. 다 못 쓰는 정도가 아니라 절반도 못 쓴다. 그러니 나는 문자를 거의 안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게 요즘 카톡이나 아이메시지를 써서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서비스가 없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런데도 통신사 문자보다는 카톡과 아이메시지를 더 자주 사용한다. 돈 때문이 아니다. 카톡은 친구들끼리 단체로 채팅이 가능하고, 아이메시지를 쓰면 컴퓨터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패드에서도 메시지 송수신이 된다. 그러니까 새로운 서비스들은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썼던 것이다. 그깟 몇십원 때문이 아니라.
그러니 음성통화에서도 이런 혁신을 이루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 우리가 통신사를 통해 쓰고 있는 음성통화 서비스를 보자. 우선 다자간 통화가 불가능하다. 또 특정 번호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통화를 녹음한다거나(국가마다 법률적 문제는 있지만) 녹음된 통화 내용을 바로 음성인식해 텍스트로 바꿔주는 것 등의 기능도 없다. 이런 게 음성통화의 혁신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이미 몇 가지는 스카이프 같은 상용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중인데도 통신사들은 그냥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음성통화 시장에 경쟁이 없었으니까.
LG유플러스는 여기에 돌을 던졌다. LTE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LTE망으로 음성통화를 서비스하겠다고 했다. 별도의 음성망을 쓰지 않고, 데이터망에 음성통화도 같이 흘러다니게 하겠단 얘기다.
SK텔레콤과 KT는 인터넷 무료통화의 문제로 두가지를 들었다. 음성통화 매출감소로 투자여력이 감소하고, 음성통화 확대로 통신망에 부담이 걸린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 얘기는 달랐다. 우선 통신망 부담부터 보자. 음성통화 통화품질은 13Kbps 정도다. 애플이 아이튠즈에서 사용하는 음악파일이 초당 256Kbps를 쓴다. 음악파일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통신사들은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많이 하면 통신대란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은 멜론이나 도시락처럼 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음성통화는 훨씬 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엄살이란 소리다.
또 SK텔레콤과 KT는 3G 통신망에 들인 돈이 있다. LTE는 시작했지만, 두 회사는 그래서 음성통화는 3G망을 이용해서 서비스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 단계를 건너 뛰었다. 그 덕분에 최근 몇 년 동안 LG유플러스는 아이폰도 못 팔고, 스마트폰 종류도 적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 LTE가 시작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 달리 음성과 데이터를 구분없이 LTE로 서비스한다. 3G에 들인 돈을 뽑지 않아도 된다.
더 중요하게는 ARPU를 봐야 한다. 가입자 1인당 매출을 뜻하는 것인데, 1분기 기준으로 SK텔레콤은 3만9000원, KT는 3만2000원, LG유플러스는 3만1000원 수준이다. 심지어 LG유플러스의 ARPU는 1년 전에는 2만원대였다. 그러니 LG유플러스 입장에선 3만4000원 수준으로만 ARPU를 높여도 이 정체된 통신시장에서 10% 매출 성장이라는 엄청난 일을 이루게 된다. 음성통화를 심지어 공짜로 풀어놓는다고해도, 월 6만2000원을 내는 LTE 사용자 한명만 유치하면 크게 남는다. 그리고 LG유플러스는 2G망 속도가 느려서 카톡 무료통화를 제대로 하려면 어쩔 수없이 LTE를 써야만 한다. 반면 경쟁사는 다르다. KT는 3만4000원 수준의 ARPU라면 하락세를 진정시키는 수준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은 이 수준까지 ARPU가 떨어지면 매출 급감으로 위기 상황이 된다. 게다가 요금에 민감한 가입자는 굳이 LTE 대신 3G만 써도 카톡 무료통화를 별 무리없이 할 수 있다. '괜찮은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래서 이날 LG유플러스가 "카카오톡 음성통화 허용이 망중립성 얘기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언한 게 눈에 띈다. 음성은 풀어도 별 상관 없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입장이지만, 어떤 데이터든 모두 다 열어놓겠다는 약속은 못하겠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경쟁은 좋은 것이다. SK텔레콤과 KT만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