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 X 트럼프
by 김상훈
22년 10월, 머스크가 약 50조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를 비웃었다. 지나치게 비싼 값이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트위터는 그 이후 광고 급감, 매출 급감, 사용자 급감 등 여러 악재를 맞으면서 이런 비난과 조소가 더 우세한 의견이 됐다.
24년 말이 된 현재, 아무도 머스크의 충동적으로 보였던 결정을 비웃지 못하게 됐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이름을 X로 바꾼 뒤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X에서 지지하고, 칭송하고, 때로는 비난하며 들었다 놨다 했다. 인도는 테슬라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중국 전기차보다 훨씬 낮춰주면서 머스크에게 화답했고, 브라질은 스타링크 사업에 길을 열어줄 정도였다. 무엇보다 머스크는 X를 통해 세계 최고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 당선을 직접적으로 도왔다. 기부금 측면에서, 미디어 영향력 측면에서, 그리고 뻔뻔함의 측면에서 모두 전례없는 선거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 새로운 형태의 금권선거에 면죄부가 주어질 것이란 점.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인수하거나 독점해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지지자들 중심으로 확산시키면서 막대한 자본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기업가들이 계속 등장해도 이들을 비난하기 어렵게 됐다. 오늘은 공화당의 트럼프 편에 일론 머스크가 섰지만, 내일은 민주당의 누군가 편에 다른 실리콘밸리 아이돌이 선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