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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 이야기 ① 21세기의 록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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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록음악이란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거의 무한정으로 넓습니다. 아마도 대중음악 가운데 한 50%는 록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바꿔 말하면 록음악이야말로 대중음악의 '주류'라고 할만하죠. 하지만 그 시작은 참 미미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시작이었는지, 빌 헤일리였는지 논란은 거셉니다. 점잖은 어른들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젊은이들과 그 시끄러운 음악을 도무지 이해하질 못했죠. 1960년대에 이르러 록음악은 ‘저항’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집니다. 한 때 이해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시끄러운 문화 수준이었던 록은 이제 진지한 철학적 대상이자, 사회학적 현상으로 존중받게 되죠. 밥 딜런이나 존 바에즈 같은 대중가수들은 지식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뿐인가요. 요즘 밥 딜런과 그의 노래, 그의 행적은 대중음악의 범주로 놓이기보다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느낌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온라인게임에 푹 빠져 살면서 록음악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전형적으로 ‘어른들은 모르고 아이들은 푹 빠진’ 세대 단절적인 문화 현상입니다. 40세를 기점으로 그 위로는 해본 사람이 거의 없고, 그 아래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봤거나 열심히 즐기고 있죠. 그래서일까요. 미국에서 록음악이 처음 유행할 때 이 새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록을 ‘사탄의 음악’ 취급했습니다.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은 어떻게 이해되고 있나요? 해외로 수출하는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상품, 아니면 게임중독을 일으켜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일종의 마약 딱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해석됩니다. 해외에 한국의 문화상품을 수출한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나라에서 그 문화상품을 마약처럼 여기는 이상한 모순이 우리의 현실인 거죠.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다른 문화장르에는 있고 온라인게임에는 없는 것들에 대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음악을 보고 듣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장편소설 한 권이라고 해봐야 하루면 다 읽을 수 있고, 영화는 두 시간, 음악은 앨범 하나에 한 시간 정도면 끝납니다.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도 큰 부담 없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아닙니다. 익숙해지기 위해 10시간 정도는 써야 하고, 끝까지 대부분의 경험을 간단하게 마치려면 수백 시간이 기본입니다. 입체적인 평론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겠다고 하면 몇 달은 붙잡고 살아야 몇 마디 할 수 있게 될 텐데, 매년 이런 온라인게임이 수십개씩 쏟아져 나옵니다. ‘평론가’의 존재 자체가 힘든 겁니다. 바꿔 말하면 대중과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늘 하는 사람만 하게 마련이고, 폐쇄적 용어와 폐쇄적 사용행태에 대중의 관심은 멀어지며 온라인게임 커뮤니티의 내부 유대감은 훨씬 강렬해집니다.

리니지와 리니지2,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을 모두 합치면 매월 사용료를 내는 사람들의 숫자는 약 4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10분의 1에 가까운 숫자가 즐기는데도 대중적이지는 않은 오락이라니….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 인구가 275만 명이랍니다. 온라인게임은 골프처럼 땅에다 농약을 잔뜩 뿌리지도 않는데 훨씬 덜 대중적이고 반사회적인 유흥거리 취급을 받습니다. 골프를 하기 위해 새벽 네 시에 차를 몰고 컨트리클럽으로 가는 일이나, 게임을 하기 위해 새벽 네 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나 근본적으로 둘 다 중독적이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차이라면 골프는 어른들이 하는 일이고, 평론가들이 많이 존재하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정도겠지요. 게임은 록음악과 마찬가지로 애들이나 좋아하는 일이고, 게임을 대중에게 잘 소개할 평론가가 별로 없으며, 즐기는데 돈이 드는 고급 예술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겠네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온라인게임은 이제 곧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감독했던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블록버스터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온라인게임의 다양한 사회학적 특성과 디지털스토리의 풍부함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죠. 한국은 이런 훌륭한 문화장르에 속한 상품을 높은 수준으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나라이고, 이 훌륭한 상품을 소화해 줄 두터운 팬 층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록음악이 미국에서 ‘우드스톡 축제’와 같은 전례 없는 집단 체험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온

아마도 이런 놀라운 경험과 그 경험을 나누는 하나의 세대, 그 세대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산업적 규모까지 같이 갖춘 나라에서 그 모든 문화적 유산을 ‘마약’으로 단순하게 치부해버리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지도 모릅니다. 아래의 링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돼 최근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기사입니다. 과연 온라인게임이란 것이 무엇인지,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기사로는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블로그에서 하나씩 풀어볼까 합니다.

한국 온라인게임, 지킬이냐 하이드냐 [‘지킬과 하이드’ 온라인게임]<上> 한국형 게임의 경쟁력 [‘지킬과 하이드’ 온라인게임]<下> 본보 기자 1개월 게임 체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