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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운전 잘 하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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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가 왔다.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2500킬로미터를 달렸다. 10년에 7만 정도를 달리는 평소 습관과 비교하면 아무리 첫 달이지만 좀 과했다. 그만큼 타고 싶게 만든다.

물론 시끄러운 차라서 문제도 많다. 트렁크에 큰 이격이 있다. 다행히 폭우에도 비는 안 새더라. (이걸 좋아해야 하나) 열선도 하나만 끊어졌다. 이것만으로 as 대상이라는데, 맡기면 한달동안 차가 입고되어 안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서비스 센터 악명 높다... 업데이트 때마다 버그가 나왔다 수정됐다 해서 요샌 차에서 전화를 받으면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외에도 소소한 버그들, 결함들, 많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무엇보다 감탄하는 부분은 운전이다. 주행감, 속도감 이런 것 말고(이런 건 비싸고 좋은 차 많으니까) 컴퓨터가 개입하는 순간들. 물론 요즘 차들에 다 있는 기능들이다. 차선유지를 해주는 자동조향기능, 앞차와 거리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운행 기능, 급정거시 제동 등등. 하지만...

시속 130킬로미터에도 마음놓고 기계에게 운전을 맡길 수 있다. 믿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회전 추월 다 괜찮다. 옆차로에 대형 트럭이 지나가도 안심이 된다. 끼어드는 차도 잘 비켜주고, 간격 유지도 적당하게 한다. 비슷한 기능이 있는 다른 차들을 탔을 땐 불안해서 차마 운전을 못 맡기거나, 맡겨도 지나친 차간거리 유지로 뒷차에게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이 차는 좀 다르다. 모델3를 탄 아내는 “자기보다 운전을 편안하게 해서 안심된다”고 할 정도. 내가 20년 넘게 무사고 운전자인데...

또 하나. 내가 못 보는 각도까지 본다. 나는 시선이 향하는 방향의 차들만 보는데, 이 차는 카메라와 레이더가 훑는 모든 곳을 동시에 본다. 조수석에서나 보이는 앞차 우측 앞편 상황도, 차선 변경하려 고개를 돌릴 때 놓치게 되는 앞차의 급브레이크도 다 보고 있다.(실제로 이 덕분에 어젯밤 작은 접촉사고 한 건을 피했다. 우측깜박이 키고 좌회전하는 운전자 나빠요.)

무엇보다, 컴퓨터가 차를 적극적으로 통제한다. 이건 기술보다는 정책의 문제 같은데, 내가 고의로 해제하지 않는 한 기본설정이 차량이 운전에 개입하는 설정이다. 위급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지시 없이 브레이크도 적극적으로 밟고, 경고음도 마구 울려대고, 심지어 핸들도 자기 마음대로 꺾는다. (당연히 타이어 슬립은 용납하지 않는다. 드리프트 하려면 옵션을 꺼야 한다.) 큰 사고를 피하겠구나 싶지만, 그러다 작은 사고가 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작은 분쟁은 기꺼이 떠안겠다는 뜻 같다. 한국에서 버티기 험난하겠구나 싶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확실히 나보다 이 차의 AI가 운전을 더 잘 한다. 자신의 일에 자신을 가진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믿지 않으면 무얼 믿을까.

물론 여전히 많은 자동차 전문업체들이 “우리 회사 차에서도 다 되는 기능”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럴지도. 미슐랭 별세개 셰프도 파스타를 만들고 우리 집 앞 비비큐치킨도 파스타 사이드메뉴를 만든다. 둘 다 파스타이긴 하다. 그 말이 또 누군가에겐 먹히겠지만, 결국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에는이유가 있다.